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척에 그런 곳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곳들이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같은 곳, 언제든 갑자기 먹고싶은 게 떠오르면 시간에 개의치않고 찾아가 야식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은 곳.

 

그리고 여기 아키코가 하는 빵과 수프가 있는 단아한 식당.


고양이 표지 때문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긴 하지만, 대체로 차분한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갑자기 울컥하는 곳들이 있어요. 아마도 지금 나의 심경과 맞물리는 곳들이어서 그렇겠죠. 그러다가 그만 후반부에 들어서는 눈물콧물 흘리며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옆에 턱 고이고 잠자던 울 반려냥은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내가 안고있는 문제,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라고 마음먹고 있는 문제였는데,

마음의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키코의 고양이 타로와

갑자기 사별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
이게, 이게, 남의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아키코는 타로를 잃고서야 타로가 살아있을 때 좀더 함께 하지 못한 일에 대해 후회합니다. 나도 그러지 않기 위해 울 고양이들과 매일매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긴 하지만, 아키코와는 달리 녀석들과 따로 놀아줄 시간이.....얼마나 될까요. 

요리 전문학교 졸업식때 선생님은 아키코의 두 손을 꼭 잡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게 연락해요."
아키코는 그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말.

별거 아닌 것 같은데도, 정말 힘들때는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선대인 경제연구소에서 주최한 특강에 참석한 적 있었는데, 약한 연대의 힘을 강조하던 강사님이 있었어요. 매일매일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아니고, 어쩌다 몇달에 한번 연락하는 사람들, Strong tie의 반대편에 있는 약한 연대.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야말로 인생을 사는 동안 내게 큰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라면서, 어쩌다 이들로부터 도움 요청이 있을 때 귀찮다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도우라는 말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과도 교차되네요.

 
힘들면 연락해.

우리들 어쩌면 쉽게 위로하는 말로 던지는 그 말이 그냥 읽히지 않았어요. 힘든 일 있을 때 연락하면 최선을 다해 나를 도울 사람들, 또는 내가 도울 사람들. 지금 내게 몇사람이나 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

요즘도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손님이 있다. 얼굴이 익숙한 단골의 숫자도 늘었다.
"매주 이 근처 병원에 와야 하는데, 진료받은 후에 이곳에서 빵과 수프를 먹는 낙으로 오기 싫은 병원에도 오게 된다니까요."

 

가기 싫은 한의원, 에스테틱 가는 날이면 일부러 근처에 있는 맛집에 들러 돈까스, 만두칼국수를 먹는 즐거움을 생각하며 움직이곤 했었거든요. 아름다운 문장으로 읽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겠으나 요즘은 이런 일상적인 문장에서도 공감과 의미를 찾아내게 되는 것, 이것도 내가 나이먹어가는 증거일까요.

그래도 이 책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문구는 겉표지에 있는 "사소한 일에도 같이 웃어줄 사람이 곁에 있나요?", 그리고 소설속 타로를 닮은 귀여운 줄무늬 고양이 사진.

요리 전문학교 졸업식때 선생님은 아키코의 두 손을 꼭 잡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게 연락해요."
아키코는 그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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