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음의 볕으로 내 바람벽은 따뜻했습니다
정란희 지음 / 보름달데이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쌀쌀해진 계절 만큼이나 마음까지 쌀쌀해지고 싶지는 않아 사람의 온기가 더욱 그리워지고 따뜻한 것이 더욱 간절해지는 것 같아요.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 밤에 시를 부쩍 찾게되는데 이제는 시란 어느 특정한 계절에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님을 이 책을 통해 더욱 더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삶의 이야기들을 시라는 문체로 드러내는 것이 수필로 풀어내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제목 만큼이나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바가 시를 통해서 잘 드러난다고 할까요?

 

105일의 연서라고 밝히고 있는 이 시집은 책의 내용을 접하기 전에 시인이 누구에게 보내는 마음일까 궁금해지더라고요. 너무나도 간절한 마음과 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진실된 마음으로 쓰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대상은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도 광범위한 것 같았습니다. 

 

나의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지금까지 세월을 살아오면서 접한 모든 사람들이 될 수도 있고, 얼굴 한 번 본 적없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특히나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코로나 19로 인해 힘겨워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한 시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많이 들더라고요.

 

코로나로 지쳐버린 우리들을 위로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직장에서 반나절 이상을 보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위로 같기도 했고, 언제 한번 많은 사람들 함께 모여 즐겁게 수다 떨어봤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나 자신에 대한 위로 같았습니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실의에 빠져 있기도 하고 이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코로나가 우리에게서 빼앗아 간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 그동안 내 삶에서 어떤 것들이 소중했는지를 다시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울림을 주는 글들과 저 혼자 곰곰이 사색하게 만드는 시들이 많아서 술술 읽을 수는 없었지만 나름 시인의 시를 통해 저에게도 추운 겨울 따뜻한 볕이 비쳐주는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을 갖게 해주는 시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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