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주영헌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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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감정과 이별이라는 감정을 순정 만화 같은 일러스트와 함께 보면서 옛 추억에 젖어듭니다. 책의 제목만으로도 당신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짐작하고도 남게 합니다. 당신이 아니면 나란 존재는 그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이 더욱 더 서글프게 들리기도 하네요.

 

저자의 삶의 모습 중 사랑에 대한 부분들을 살며시 들여다 볼 수 있는 시들 인 것 같은데 모두 다 애절하고 슬프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별은 슬프고 그 사람은 잊을 수 없이 그립다고 해도 그런 모습들까지도 시적인 말로 잘 포장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사랑의 모습도 제각각이지만 이별에 대한 모습도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당신이 잘 살아야 나도 잘 산다는 말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면 그 사람이 잘 살기를 내가 과연 바라고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에요. 가끔 드라마를 볼 때면 자신이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시간이 흘러도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경우를 종종 보면서 이건 현실에서는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오히려 잘 못살아야 내 맘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사랑한다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모양이네요.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때 마주하는 경험들도 그가 떠나간 후에 같은 경험을 한다해도 느끼는 것은 확연히 다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쿵쾅대던 가슴이 그가 떠나고 같은 커피를 마셔도 쿵쾅대지 않음을 알고 비로소 커피 때문이 아닌 사랑 때문이었음을 뒤늦게 되는 그런 모습에서 매 순간 온전히 온 힘을 다해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좋은 표현들과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책 속에는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사랑과 이별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이 갈 것 같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에 잠겨봅니다. 날이 좋아서 빨래가 잘 마르듯 슬픔도 잘 마르더라는 시인의 글을 읽고 있으니 날씨가 어떻듯 슬픈 건 슬픈거라는 생각이 더욱 듭니다.

 

책에 나온 글귀 중 ‘비 소식은 없지만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란 <이별 예보>에 나오는 글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비라는 단어 대신 이별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다시 읽어봅니다. 그리고 또 다시 사랑이라는 단어를 비라는 단어 대신 넣어 읽어봅니다. 사랑도 이별도 소식은 없지만 갑자기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러네요. 아기자기하면서도 순정 만화에 나올법한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사랑과 이별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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