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X사람X친구

여자 사람 친구 - 레즈비언 생애기록 ㅣ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2
박김수진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6월

참으로 쉽지 않은 소재의 책을 만났다. 요즘에서야 동성애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사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정말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는 경향도 있겠지만 말이다. 우리 때를 생각해보니 사실 딱히 누가 동성애자라고 밝히지는 않지만 그들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뒤에서 동성애자 아니냐고 수군댔던 기억은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어찌보면 정말 그들이 동성애자였는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만큼 사람들은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당연히 곱지 않았고 그들을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나 어디가 아픈 사람처럼 취급해버렸던 것 같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자신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이제는 더이상 숨기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 같다. 이 책에서만 보더라도 레즈비언 운동가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이제는 성소수자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커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책 속에는 다양한 레즈비언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연애를 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진다. 그들이 같은 동성에게 느끼는 감정을 상상할 수는 없지만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대상이 단지 같은 동성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를 것이 없다. 여자를 사랑하고 그것 역시 자신들의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이들을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 요즘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 같다. 사실 나는 머리로는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아직 가슴으로까지 그들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자신들이 동성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은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될 것이고, 그것이 인생에서 평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것 같다. 책을 통해서 이 땅에 있는 많은 레즈비언들의 이야기를 빙산의 일각이나마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고, 반면 이러한 주제에 대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서 나 스스로도 머리와 가슴의 충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는 조금은 더 열린 마음으로 들어볼 수 있게 된 것 같고, 한번도 그들의 노후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똑같은 사람으로서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