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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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현상과 환상을 넘나드는 결정적인 상상력>

이 책은 8편의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책의 맨 처음 소개되는 소설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퀴르발 남작의 성>이다.

첫 번째로 나오는 이 소설의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1993년 6월 9일) 어느 한 강의실의 교양과목으로 한 영화를 소개하는 중이다. 그 영화는 퀴르발 남작의 성이다. 1953년작으로 할리우드 영화라는 소개와 함께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작의 성은 인간의 욕망이 내재되어있는 공간의 상징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다른 시공간으로 커트#. ( 1932년 6월 9일 뉴욕)이 영화의 원작 소설 작가가 한 출판사 편집장과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리고 나서 다시 커트#( 2004년 6월9일 동경) 일본 영화감독이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면서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년도는 계속 바뀌지만 날짜는 모두 6월9일! 수많은 6월9일이 소설 속에 나오며 독특한 전개를 펼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후딱 하면 다른 컷으로 넘어가니 말이다. 혼란스러울 수 있다.~

퀴르발 남작의 성이라는 소설과 영화에 주된 내용이 이런 것이다.

돈에 힘들어하는 한 여성이 있다.  돈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니 언니가 부잣집으로 시집갔다. 다행이다. 게다가 돈도 꿔주고 자신이 사는 곳으로 여행을 오라는 제안을 한다. 그래서 동생은 남편과 어린 딸을 데리고 언니가 사는 성으로 여행을 간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언니는 하나도 늙지 않았다... 자신은 이미 많이 늙어있는데 언니는 젊었을 때 모습 그대로.. 그리고 사는 모습은 어떠한가! 산해진미와 우아한 생활은 그녀를 질투와 부러움을 넘어서 현실감 없게 만들어 버리기 충분했다.

어느 날... 언니가 솔깃한 제안을 해온다. 목장 두세 개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을 줄 테니 자신의 딸을 양녀로 달라고 제안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거절하는 것이 맞겠지만, 동생은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언니가 자식은 없다는 것에 묘~한 통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이들 부부는 이 성이 악마의 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헛간에서 어린아이들의 뼈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남작은 200살도 넘었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은 사실 언제든 성을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떠나지 않았다. 왜?? 이곳을 떠나면 남은 생활은 초라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싫었기 때문이다.. 남작의 말들은 점점 세뇌되어 가고.... 끔찍한 결말은 이 부부의 딸을 네 사람이 화려한 식탁에 앉아 요리해 먹으며 포도주에 대한 감상평을 하는 장면... 인간이 얼마나 괴물로 변해가는가 그 끝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런 내용을 소설 속에서 액자 형식으로 꾸며가는 것이다.  나는 퀴르발 남작의 성이라는 영화와 소설이 존재하는 줄 믿었다. 여럿 당했을 것이다. 하하하~  그런 뒤통수는 소설을 읽을 때 즐거움을 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녀의 매듭>이라는 세 번째 나오는 소설이 흥미로웠다. 이 소설 역시나 후딱 하면 장면 커트가 많이 나오는데 넘긴 장을 몇 번 다시 돌아가 보곤 했어도 읽으면서 "웬일이니~얼씨구? 대박~"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 소설에서는 한 인간의 기억이란 온전히 사실 그대로를 기억하는지, 우리는 살면서 내가 지우고 싶은 기억을 무의식중에 지워버리며 있었던 그 사실.. 그 시간 속의 추억에서 빼 버릴 수도 있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비밀 독서단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듯이 최제훈 작가는 기존에는 없는 방식을 새롭게 펼쳐 보인 소설가인 것 같다. 이런 새로움은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겐 신선함과 다양성을 선사하는 것이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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