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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 어느 젊은 시인의 야구 관람기
서효인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평점 :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서효인
시인인 작가가 쓴 야구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야구가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있다.
저자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현재까지 모든 삶이 야구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 야구 안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공감은 훨씬 클 것이다.
책은 세 파트로 나눠서 인생과 야구를 오버랩시키며 이야기한다.
티비
프로그램인 <비밀
독서단>에서 '무언가 푹 빠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 편에 소개되어 최종 해결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의 삶이 얼마나
야구와 비슷한지를 유머러스하고 시인 다운 문장으로 써 내려간다.
part.1
시범경기의 아버지들
『 아버지는
방바닥에 누워 어둠의 색을 분류하고 있는 것이라 믿기로 한다. 야간 경기 검은 하늘 한가운데 떠오른 하얀 야구공, 그 공을 좇는 날렵한
외야수처럼 아버지는 항상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열심히 달렸을 것이다. 달리고 싶었을 것이다. 달리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놓쳤을
것이다. / 눈을 감고 있다고 마냥 검은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아버지는 곧 털고 일어났다. 가까운 사람의 치명적인 거짓말에 속으면
마음에 큰 부상을 입는 법이다. 재활 또한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일어날 것이다. 훌훌 털고, 다시 야구장으로, 다시 삶으로. 』
야구 시범경기에서의 무기력한 후보 선수의 모습을 빗대어 우리네 아버지들의 슬럼프에 빠진 힘겨운 날들을
거울처럼 비춰서 글을 썼다. 이 글을 읽으면서 굳이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내 자신을 뒤돌아 봤을 때 이 부분은 충분히 서러운 마음이
들었으며, 충분히 찡했다. 아버지라는 존재에 빗대어 쓴 자체만으로도 서글프지만 거기다 자신을 생각해보자... 점점 놓치고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현실
속에서 이 부분은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건 슬픔을 동반한 복잡함이었다...
part.3
나의 빛나는 더러움 -런 다운(run down)
『밤에서 아침으로 슬라이딩하면서
나는 꼭 아웃당하는 기분이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저 그런 일로는 그저 그런 대학의 등록금 내기도 빠듯했다. 더러워진, 내가 입은 유니폼이
나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 얼룩들은 이상하게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어쨌거나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누가 내 이름을
불러줬던가. 내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서 끝내 응원할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었다. 나는 죽지 않고 태그를 피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 동작은 반짝이게 마련이다. 유니폼은 더러워지겠지만, 뭐 어떤가.
그런 반짝반짝한 더러움을 '런
다운'이라고 한다. 』
그래...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일은 나의 유니폼을 더럽혀도 그 힘겨운 상징이 되는
얼룩들이 언젠가 나를 빛나게 할 것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응원하고 다독이며 가야 한다. 엎어져서 상처 나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각자의 몫... 나의 위치에서의 최선이 어느 순간 나를 반짝거리게 만들겠지? 나도 '런 다운'이라고 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