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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와 쿠스쿠스 - 요리하는 철학자 팀 알퍼의 유럽 음식 여행
팀 알퍼 지음, 조은정 옮김 / 옐로스톤 / 2015년 3월
평점 :
-바나나 쿠스쿠스- 팀 알퍼
이 책은 유럽 음식 여행기다. 요리를
주제로 한 여행기들이 서점에 꽤나 많이 나와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저 요리만 하는 셰프가 쓴 책이라기보다는 작가이자 셰프이자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각각의 특징들을 이해하고 있는
글로벌 문화 전문가라는 생각을 했다.
책 한권에 요리면 요리, 각 나라의 문화면 문화, 글을
잘 쓰는 작가의 느낌까지~ 그의 유머러스한 글 감각을 읽다 보면 술술 읽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영국하면 애프터눈 티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고급스러움 찻잔에 우아하게 앉아 애프터눈 티를 마실 거라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저자가 그건 완전한 착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애프터차를 즐기던
시대는 지나버렸다는 말과 함께 지금의 영국인들은 그저 다른 나라 사람과 똑같이 커피를 더 즐기며, 저녁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즉석 시품들로
배를 채운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이런... 영국인 입장에서 볼 때 한국 관광객들의 아쉬움을 집어주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대영박물관이나
트래펄가 광장, 그리고 정말 비싼 레스토랑이 있는 런던의 유명 관광 코스만을 둘러본다는 것이다. 영국의 작은 시골마을 같이 진짜 영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프랑스 식문화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프랑스에서 먹는 빵이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프랑스인들이 왜 그렇게 빵에 대한
자부심이 에펠탑보다 높은지를 잘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모든 프랑스의 가정에서는 아침 6시45분쯤 되면
가족 중 한 명을 동네 빵집으로 보낸다. 6시 45분을 떠올리기에는 터무니없이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것이
틀린 생각이 아니다. 그러나 새벽 5시에 구워지는 바게트가 오후 5시쯤 되면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프랑스에서는 알람 시계의 버튼에 손이
닿게 되는 순간, 바로 지게 되는 것이다. 파리에서는 아침 7시 반쯤 되면 새벽부터 구워버리는 빵들이 이미 대부분 팔려 나가고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남자들은 집까지 가는 도중 절반도
못 미쳐 이미 빵 한 덩이를 해치우고 다시 빵을 사기 위해 빵집으로 되돌아가기 일쑤이다. 이렇게 프랑스빵은 정말 맛있다.』
저자는 영국인 아버지,프랑스인 어머니, 친가와 외가
모두 전통 깊은 유대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거야말로 태어나자마자 거참~ 글로벌하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해서 아내는 한국인이다.
다양한 문화 속에서 살아온 저자는 요리를 하는 사람이다. 왠지 그가 요리하는 음식의 여러 나라의 맛이 날 거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저자의 전공은 요리가 아니다. 철학을
전공했고 프로이드와 니체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9년을 한국에서 한국인 와이프와 살다 보니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음식에 빠져있다. 청국장, 과메기, 홍어까지!
영국에서 자란 그는 성인이 되어 유럽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길게는 몇 년간이나 유럽 나라들에 거주하기도 했다고 하니, 음식여행기로서 그 깊이는 그 어떤 요리 여행기보다 알차고
정보도 많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