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김연지의 돈 되는 AI 콘텐츠 설계 - 프롬프트로 기획하고 하네스 엔지니어링으로 완성하는 상위 1%의 수익 자동화
김연지 지음 / 한빛비즈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사에서는 요즘 '디지털라이제이션'이라는 말이 일상이 되었다. 엑셀로 관리하던 업무들이 하나둘 대시보드로 옮겨가고, IT팀과 함께 업무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문과생인 나는 어느새 개발자들의 언어를 배우며 내가 원하는 업무를 어떻게 설명해야 시스템으로 구현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이제는 중요한 업무가 되었다.


 퇴근하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워킹맘으로 아이를 돌보고, 틈틈이 AI를 공부한다. AI 비서도 만들어 보고 싶고, 전자책도 출간해 보고 싶고, 아이 교육에도 AI를 활용해 보고 싶다.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참 많다. 그래서 AI에 거는 기대도 컸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챗GPT는 금세 그럴듯한 글을 써 준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업무 맥락은 모르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표현도 빠져 있다. 결국 다시 읽고, 고치고, 다듬는 것은 내 몫이었다. 'AI를 쓰면 일이 쉬워질 줄 알았는데 왜 나는 여전히 바쁠까?' 이 책은 그 질문에 예상 밖의 답을 건넨다. AI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AI가 일하는 환경이 부족한 것이라고. 처음 듣는 '하네스 엔지니어링(Harness Engineering)'이라는 개념도 그렇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AI에게 무엇을 시킬지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료를 참고하게 할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게 할지, 어떻게 결과를 검증할지까지 설계하는 것. 생각해 보니 회사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좋은 시스템은 좋은 개발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명확한 요구사항이 있어야 하고, 테스트가 있어야 하고, 검증 과정이 있어야 한다. AI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바뀐 것은 AI를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그동안은 더 좋은 프롬프트를 찾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내가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님은 AI를 스포츠카에 비유한다. 프롬프트가 운전대라면 하네스는 도로와 가드레일이다.  아무리 좋은 엔진을 달아도 길이 엉망이면 원하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없다는 이 비유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특히 저자님의 삶이 인상 깊었다. 기자로 시작해 브런치에 글을 쓰고, 유튜브를 시작하고, AI 강사가 되기까지. 완벽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기록하고, 올리고, 반응을 보고, 다시 수정하는 작은 반복이 지금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시작해 보자.' 어쩌면 이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아닐까싶다. 나 역시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고, 이렇게 독서 기록을 쓴다. 아직은 작은 기록이지만 언젠가는 이것들이 나만의 콘텐츠가 되고, 나를 설명하는 브랜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는 내 일을 대신해 주는 마법이 아니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질문을 다듬고, 반복되는 일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는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아니라, AI와 함께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갈 것인가이다.


 기술은 이미 충분하고, 플랫폼도 넘쳐난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이다. 오늘도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워킹맘으로 살아간다. 회사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고, 집에서는 아이의 성장을 고민하며, 틈틈이 AI와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한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AI가 내 삶을 마법처럼 바꾸는 것이 아니라, AI를 배우고 활용하는 과정이 조금씩 나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좋은 프롬프트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사람. 나의 경험을 기록하고 질문을 쌓아 콘텐츠로 연결하는 사람. 이 책은 내가 앞으로 AI와 어떻게 함께 성장하고 싶은지 그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하지만 배우려는 마음과 기록하는 습관, 그리고 꾸준히 실행하는 태도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작은 실행 하나를 더한다. 언젠가 이 기록들이 나만의 시스템이 되고,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브랜드가 되기를 바라며. 어쩌면 그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나만의 하네스일지도 모르겠다.




AI는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도 시작할 기회를 준다. 단, 실행하는 사람에게만."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

#미자모#돈되는AI콘텐츠설계#김연지#한빛비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춘기를 위한 명심보감 필사 노트
권희린 지음 / 생각학교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년차 교사이신 저자님은 학교에서 ‘필사크루’라는 동아리를 운영하며 청소년들의 필사 활동을 응원하고 계시다고 한다. 속도 중심의 세상속에서 아이들이 천천히 문장을 옮겨 적으며 차분해지고 내면이 단단해지는 긍정적인 변화를 지켜보면서 불안과 혼란 속에 흔들리는 십대들이 한 줄의 문장으로 마음의 중심을 잡기를 바라는 작은 응원을 담아 이 책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사람답게 사는 법을 전하는 이 책은 조용한 마음으로 읽고, 또 따라 써보라고 말하는듯하다. 교우, 언어, 근학&권학, 정기, 성심, 계선, 준례, 안분, 존심의 아홉갈래로 나누어 그 주제 아래 각 열 개씩, 총 아흔 개의 짧은 글을 담아 삶의 이치를 들려준다.


 먼저 명심보감 속 문장을 찬찬히 읽으며 음미하고, 저자님의 친절한 해설을 통해 그 의미를 새긴다. 이후 나만의 속도로 문장을 필사하고, 한자 원문도 읽어본다. 필사를 마친 뒤에는 느낀 감정을 돌아보고, 내일을 맞이할 나의 마음가짐을 적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친구를 사귀는 도리, 말을 삼가는 태도, 부모를 섬기는 마음, 재물을 대하는 자세, 욕심을 절제하는 지혜까지 빠짐없이 담겨 있다. 논어와 맹자, 불교와 도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지만, 읽다 보면 거창한 학문이라기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상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뜻도 모른 채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읽었던 「명심보감」이 떠오른다. 그시절에는 천자문을 마치면 으레 「명심보감」을 읽는것이 순서였다. 한 줄씩 소리 내어 읽었지만 뜻은 알지 못했다. 그저 읽으라 하니 읽었을 뿐이다. 한자를 그림처럼 따라 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글자를 익힌 것이 아니라 인내를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지천명을 넘겼다. 필사를 통해 다시 만난 「명심보감」 앞에서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책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문장이 눈에 들어왔고, 훈계처럼 들리던 말들은 삶의 경험과 만나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다. ( 책은 변하지 않았다. 읽는 사람이 달라졌을 뿐이다.)


 특히 마음에 남는 것은 사람의 마음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얻는 일보다 잃는 일이 더 쉽고, 말 한마디가 관계를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알게 된다. 「명심보감」의 문장들은 그런 삶의 경험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하게 일러준다. 화를 다스리고, 욕심을 경계하고, 남을 배려하라는 말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나이 들어 다시 읽으면서는 문장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 문장을 읽고 필사하며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가를 묻고 답해보면 어떨까? 


세월을 건너온 짧은 문장들은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스며든다. 그저 오래된 책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그 문장을 따라 손을 옮기다 보면, 결국 닿는 곳은 나 자신의 마음이다. 필사를 통해 그 명문장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잘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

#미자모#사춘기를위한명심보감필사노트#권희린#생각학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한글을 사랑하고 꽃피운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 - 뮤지컬, 영화, 노래가 된 동주·소월 시 108선
윤동주.김소월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을 맞아 펴낸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를 살아낸 두 시인, 윤동주와 김소월의 시 108편이 담겨 있다. 한 글자씩 천천히 따라 쓰다 보면 시를 읽는 것을 넘어 시인의 마음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손끝으로 옮겨 적은 시어들이 어느새 마음속에 스며들어 오래 머문다. 오래전 시인들이 지켜낸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하는 책이다.


 몽산포 바닷가에 앉아 아이와 함께 「엄마야 누나야」를 불렀다. 바람은 느릿느릿 지나가고 파도는 제 할 일을 하듯 밀려왔다. 노래를 부르다 보니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 적 듣던 노래를 이제는 내 아이와 함께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도 뭉클했다. 소월의 시는 백 년도 더 전에 쓰였는데, 조금도 낡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 속에도, 흥얼거리는 노랫가락 속에도,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좋은 시란 아마 그런 것일 테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의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다가 어느 날 불쑥 찾아오는 것. 그날 우리는 시를 읽은 것도 아니고 특별한 공부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바다를 보며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한순간 겹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말이 가진 아름다움도 그런 식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누군가의 입에서 누군가의 마음으로, 오래오래 전해지면서 말이다.


 내가 소월의 시 「진달래꽃 」을 펼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하고 입을 떼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다음 구절을 노래하듯 이어 불렀다. 학교에서 배운 적은 없다면서도 가락만큼은 제법 익숙해했다. 아마 어디선가 듣고 흘려보낸 말들이 마음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니 소월의 시가 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노래처럼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


「푸른 사자 와니니」를 좋아하는 아이는 윤동주의 「내일은 없다」를 읽고는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네요."라고 말했다. 아이의 짧은 한마디가 의외로 오래 마음에 남았다. 늘 다음을 준비하느라 오늘을 흘려보내곤 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는 시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용기를 읽어낸 듯했다. 우리는 미래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아끼며 살아가는 일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월시인의 「개여울」을 읽다가 정미조의 노래도 듣고, 심수봉의 노래도 듣고, 아이유의 노래도 들었다. 같은 시를 바탕으로 한 노래인데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참 신기한 일이다. 오래전에 쓰인 시가 이렇게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거치며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 소월의 시어는 늙지 않았다. 물길을 따라 흐르는 개여울처럼 오늘도 사람들 마음속을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오래 마음에 남는 시어들이 많았다. 윤동주의 시 가운데서는 「달조각을 주으려」가 특히 그랬다. 달조각을 줍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순하고 아름다운지,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거창한 말이 아니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였다. 


 김소월의 시를 읽을 때는 자꾸 소리 내어 읽게 되었다.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같은 구절은 한 번 읽으면 저절로 입안에 맴돈다. 특히 「진달래꽃」은 우리말이 가진 부드러움과 품위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소월의 「산유화」를 읽으며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라는 구절에는 한참 머물렀다. 마침 자연 속에서 책을 읽고 있어서였을까. 산바람이 스치고 꽃잎이 흩날리는 풍경이 눈앞에 그려졌다. 짧은 한 줄이 계절의 흐름과 삶의 덧없음을 모두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좋은 시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오래 남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이고, 노래이고, 삶의 기억이다. 아이와 함께 시를 읽고 노래를 듣고 한 글자씩 따라 적으며 백 년 전 시인들이 남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다시 만났다. 오래된 시어들이 오늘도 우리 곁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시어들은 마음속에 오래 머물렀다. 손끝으로 따라 쓴 한글 한 글자가 어느새 위로가 되고 쉼이 되는 시간이었다. 훈민정음이 남긴 선물과 시인들이 지켜낸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깊이 느끼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천천히 시를 필사해 보기를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

#미자모#윤동주김소월필사북#윤동주#김소월#starlog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2 : 세종 - 백성을 품은 공감의 군주, SEL + 한능검 워크북 수록 ㅣ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2
하지강 지음, 김기수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집에는 세종대왕이 한 명 있다. 물론 진짜 세종대왕은 아니다. 아들의 이름이 이도라서 붙은 별명이다.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보니 세종대왕이 등장하는 책을 만날 때마다 괜히 더 반갑다. 무엇보다 아들이 마치 자기 이야기라도 되는 듯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도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AI 기술을 통해 조선 시대로 떠나 세종대왕을 만난다는 설정부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집 이도도 좋아하겠는데?' 하는 생각으로 아이와 함께 책장을 펼쳤다.


 이 책은 세종대왕을 소재로 한 역사 판타지 동화로 조선의 4대 임금 세종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면서도 역사 공부와 사회정서학습(SEL)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이와 함께 "태정태세문단세..."를 외워 보기도 하고 워크북으로 문제도 풀어 보았다. 그런데 역사 공부보다 더 재미있었던 건 책을 읽고 나누는 대화였다.


 왕자의 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드라마 속 이방원이 함께 등장했고, 세종이 머물던 궁궐이 경복궁이라는 이야기에 "우리도 경복궁에 가볼까?" 하는 대화가 이어졌다. 엄마가 양녕대군 후손이라는 족보 이야기부터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에 나오는 이종무 장군과 대마도 정벌 이야기까지, 책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역사 이야기로 뻗어 나갔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나누는 역사 여행이 되었다. 역사는 외워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하고 상상할 때 가장 재미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재미있게 본 아들은 단종 이야기에 특히 관심이 많다. 단종의 할아버지가 세종이고 아버지가 문종이라고 알려주자 눈을 반짝였다. 그러더니 곧바로 "세종대왕이 문종에게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힘들게 하셨던 거 아니냐고 그래서 문종이 일찍 돌아가시고 단종도 그렇게 불행한 일을 겪게 된 거 아니예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덕분에 문종이 세종의 든든한 조력자였고, 훈민정음 창제와 보급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역사 속 인물들을 더욱 가깝고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다.


 만 원권 지폐도 꺼내 보았다. "앞면에는 세종대왕이 계시는데, 그럼 뒷면에는 뭐가 있을까?" 하고 묻자 아들은 자신만만하게 "앙부일구!"라고 외쳤다. 아쉽게도 정답은 "혼천의"였다. 틀렸다는 사실에 아쉬워하기는커녕 곧바로 패드를 꺼내 자격루와 앙부일구, 혼천의를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모양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고, 누가 만들었는지 이야기 나누며 자연스럽게 세종대왕의 과학 업적까지 살펴보게 되었다. 역사 공부를 한 건지, 퀴즈 놀이를 한 건지 모를 시간이었지만 아이는 무척 즐거워했다.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대견했다. 책 한 권이 이렇게 또 다른 호기심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독서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세종의 뛰어난 공감력과 포용력이었다. 세종은 자신을 반대했던 황희를 다시 불러 중요한 일을 맡겼고, 개인적으로는 원한을 가질 수도 있었던 유정현 역시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해 포용했다. 또한 신분이 낮은 관노 출신이었던 장영실의 재능을 알아보고 중용하여 자격루와 앙부일구 같은 훌륭한 발명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세종이 위대한 이유는 단순히 훈민정음을 만든 왕이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남달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은 사람의 출신이나 과거의 잘못보다 능력과 가능성을 먼저 보았고, 각자의 재능에 맞는 자리에 인재를 배치하는 '용인술'에 뛰어난 군주였다. 그래서 조선의 황금기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다.


책 속 <재미있고 쓸모있는 실록 TMI> 코너도 무척 흥미로웠다. 가뭄이 들자 백성들이 얼마나 힘든지 직접 느껴 보기 위해서 세종은 궁궐 안에 초가집을 짓고 생활했다고 한다. 명령만 내리는 왕이 아니라 백성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그 시대 세종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마음을 상상해 보며 진짜 역사 공부를 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우리 집 세종대왕은 한참 동안 세종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역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나누는 이런 대화 속에서 살아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덕분에 세종대왕을 조금 더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우리 집 이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역사 공부였다. 


 흥미진진한 판타지 모험을 통해 세종대왕의 업적과 조선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 발간되었다. 무엇보다 세종이 어떤 마음으로 백성을 사랑하고 사람을 포용했는지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어 더욱 인상적이었다. 워크북을 활용한 SEL(사회정서학습) 활동까지 더해져 역사 지식은 물론 공감과 배려의 가치도 함께 배울 수 있었다. AI 시대일수록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역사 속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와 인성을 함께 배우고 싶은 아이들에게 그리고 아이와 함께 역사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부모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


#미자모#이세계탐험단조선왕조실록2#세종#백성을품은공감의군주#하지강#김기수#서울대학교뿌리깊은역사나무#서울문화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단순한 삶을 찾아서 - 거대한 도시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는 자립과 연대의 기록
윌리엄 제임스 도슨 지음, 오수민 옮김 / 빈티지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25년이 되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수많은 숫자와 데이터를 보고, 회의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음 일을 준비한다. 일을 통해 성장했고, 좋은 동료들도 만났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하지만 가끔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AI가 등장하고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는데 왜 우리는 더 여유로워지지 못할까? ", " 먹고사는 일 말고도 삶에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 " 내 아이에게도 내가 사는 방식을 물려주고 싶은가? " 이 책은 그런 질문을 다시 꺼내게 만든 책이다.


 처음에는 그저 시골 생활을 꿈꾸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졌다. 왜냐하면 그 남자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 평범해서였다. 이 책은 120년전 저자가 살아가는 삶에서 마주했던 좌절과 무력감으로부터 무엇을 갈구했고 무엇을 발견했는지에 대한 기록으로 전원생활 예찬서가 아니라 "어떤 공간이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서로 읽힌다. 


 1907년에 출간된 이 책의 저자님은 산업혁명기 런던의 평범한 사무원이었다. 저자님은 런던을 사랑했고, 도시가 주는 활기와 문화, 가능성을 누구보다 좋아했지만 동시에 런던을 감옥이라고도 표현한다. 먹고살기 위해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끝없이 이어지는 업무, 삶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위해 살아가는 듯한 감각 등 그가 묘사한 런던 사무원의 모습은 때때로 강남으로 출근하는 내 모습과도 겹쳐 보이며 내 마음을 후벼팠다. 120년 전 런던 옥스포드 스트리트는 거부할 수 없는 중력처럼 나를 사무실 책상 앞으로 끌어다 놓는 2026년 서울 강남대로와 놀랍도록 닮아 있었고, 저자가 느낀 무력감은 2026년을 살아가는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한 이유는, 25년 동안 강남이라는 공간이 나에게 어떤 삶의 리듬을 강요해 왔는지 이미 온몸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생계를 꾸리는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더 나은 삶을 준비하느라 정작 삶을 누릴 시간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과감하게 질문한다. " 살아갈 수단을 얻기 위해 살아갈 능력 자체를 잃어버린다면 그게 과연 현명한 삶일까? " 120년 전의 질문인데 지금 읽어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오히려 AI 혁명이 시작된 지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을 바꾸었다면 AI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바꾸고 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업무는 더 빨라지며 정보는 더 많아진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더 자유로워지고 있을까? 최근 업계는 모두 AI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국 경쟁력의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실행에서 발생한다. 이 책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행복의 차이도 결국 더 많은 소유가 아니라 무엇이 본질인지 구분하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저자가 시골로 떠난 이유보다 그가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거창한 성공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맑은 공기, 가족과 보내는 시간, 직접 만든 집, 정원을 가꾸는 즐거움, 좋은 책을 읽는 여유, 별을 바라보는 밤 등 너무 평범해서 놓치기 쉬운 것들이었다. 몇 달 전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한 후 남편이 정원을 가꾸고 목공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가꾸는 일에는 생각보다 큰 기쁨이 있다. 성과나 KPI로 측정할 수 없는 종류의 만족감이다. 어쩌면 인간은 원래 무언가를 창조하고 돌보면서 행복을 느끼도록 만들어진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책이 도시를 버리고 시골로 가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책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저자는 인간적 교류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혼자만으로는 완전해질 수 없다. 자연도 필요하지만 공동체도 필요하고,  고독도 필요하지만 사람도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얻은 결론은 단순하다. 정답은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니다. 성공도 아니고 은둔도 아니다. 인간적 교류의 즐거움과 자연이 주는 평온함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찾는 것! 그것이 어쩌면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삶의 방식이 아닐까?


 나에게 이 책은 먹고사는 일의 애환과 인간다움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어디에 살든 깨어서 살라." 는 소로의 말처럼 월든 호숫가에서도 욕망의 노예가 될 수 있고, 강남 한복판에서도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 왜곡된 관습의 충실성에서 벗어나 어떻게 나만의 월든을 만들어 가면 좋을지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저 간신히 버티고 지내며 어떻게 더 많이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충실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물으며 의식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가져보려한다. 


 이 책을 덮고 나서도 한 문장이 오래 남았다. "당신은 지금, 생계를 꾸리고 있는가 아니면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 돈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독립이다. 그리고 독립의 시작은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120년 전 산업혁명기의 한 직장인이 남긴 기록은 2026년 AI 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이성적인 존재로서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생계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사는 것이며, 삶을 살아갈 힘을 희생하면서까지 삶의 수단을 확보하려 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진짜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삶이란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이 제 역할을 다하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상태, 그리고 모든 부분이 완벽한 리듬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모든 즐거움은 상대적이며, 가장 단순한 즐거움이라 할지라도 가장 희귀한 즐거움 못지않은 커다란 기쁨을 줄 수 있다. 꽃 한 송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대관식 행렬을 보는 것만큼이나 강력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예민해진 귀를 가진 사람에게는 새 한 마리의 노래가 베토벤의 소나타만큼이나 훌륭한 음악이 될 수 있는 법이다. 가장 단순한 즐거움이야말로 가장 오래 지속되는 것이며 가장 평범한 기쁨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활력을 주고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이 가장 좋은 행복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겠는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

#미자모#단순한삶을찾아서#윌리엄제임스도슨#오수민#빈티지하우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