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위한 명심보감 필사 노트
권희린 지음 / 생각학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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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년차 교사이신 저자님은 학교에서 ‘필사크루’라는 동아리를 운영하며 청소년들의 필사 활동을 응원하고 계시다고 한다. 속도 중심의 세상속에서 아이들이 천천히 문장을 옮겨 적으며 차분해지고 내면이 단단해지는 긍정적인 변화를 지켜보면서 불안과 혼란 속에 흔들리는 십대들이 한 줄의 문장으로 마음의 중심을 잡기를 바라는 작은 응원을 담아 이 책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사람답게 사는 법을 전하는 이 책은 조용한 마음으로 읽고, 또 따라 써보라고 말하는듯하다. 교우, 언어, 근학&권학, 정기, 성심, 계선, 준례, 안분, 존심의 아홉갈래로 나누어 그 주제 아래 각 열 개씩, 총 아흔 개의 짧은 글을 담아 삶의 이치를 들려준다.


 먼저 명심보감 속 문장을 찬찬히 읽으며 음미하고, 저자님의 친절한 해설을 통해 그 의미를 새긴다. 이후 나만의 속도로 문장을 필사하고, 한자 원문도 읽어본다. 필사를 마친 뒤에는 느낀 감정을 돌아보고, 내일을 맞이할 나의 마음가짐을 적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친구를 사귀는 도리, 말을 삼가는 태도, 부모를 섬기는 마음, 재물을 대하는 자세, 욕심을 절제하는 지혜까지 빠짐없이 담겨 있다. 논어와 맹자, 불교와 도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지만, 읽다 보면 거창한 학문이라기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상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뜻도 모른 채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읽었던 「명심보감」이 떠오른다. 그시절에는 천자문을 마치면 으레 「명심보감」을 읽는것이 순서였다. 한 줄씩 소리 내어 읽었지만 뜻은 알지 못했다. 그저 읽으라 하니 읽었을 뿐이다. 한자를 그림처럼 따라 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글자를 익힌 것이 아니라 인내를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지천명을 넘겼다. 필사를 통해 다시 만난 「명심보감」 앞에서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책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문장이 눈에 들어왔고, 훈계처럼 들리던 말들은 삶의 경험과 만나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다. ( 책은 변하지 않았다. 읽는 사람이 달라졌을 뿐이다.)


 특히 마음에 남는 것은 사람의 마음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얻는 일보다 잃는 일이 더 쉽고, 말 한마디가 관계를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알게 된다. 「명심보감」의 문장들은 그런 삶의 경험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하게 일러준다. 화를 다스리고, 욕심을 경계하고, 남을 배려하라는 말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나이 들어 다시 읽으면서는 문장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 문장을 읽고 필사하며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가를 묻고 답해보면 어떨까? 


세월을 건너온 짧은 문장들은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스며든다. 그저 오래된 책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그 문장을 따라 손을 옮기다 보면, 결국 닿는 곳은 나 자신의 마음이다. 필사를 통해 그 명문장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잘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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