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머무는 마음 - 시가 피어나고 그림이 머무는 자리
나태주 지음, 나난 그림 / OTD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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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한 번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미술치료 시간에 특별한 미션이 주어졌다. "집에서의 나를 가면에 그려보기." 처음에는 조금 막막했다. 회사에서의 나는 꽤 분명하다. 숫자를 보고 계획을 세우고, 끊임없이 우선순위를 정한다. 효율을 따지고 ROI를 계산하는 일에 익숙하다. 감정보다는 데이터를 믿고, 직감보다는 근거를 찾는 사람이다. 그런데 집에서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한참 생각하다 보니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나는 남편과 아들, 두 남자 사이에서 꽃처럼 지내고 싶었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가끔은 그림을 그리고,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줄 아는 사람. 바쁘다는 이유로 잊고 지냈지만 사실은 그런 삶을 오래 꿈꿔왔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의 흐름 속에서 가면 위에 내가 좋아하는 동백꽃을 그리고 있는데 문득 이 책 「오래 머무는 마음」 속 꽃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책에서 만난 꽃들을 나의 가면 위에도 함께 옮겨 놓았다.


 꽃을 그리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꽃이 내가 되고, 내가 꽃이 되는 것 같았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오래 머무는 마음」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도.


 아이가 가장 먼저 펼쳐 읽어준 시는 <꽃다발>이었다. "마음을 보여줄 수 없어 꽃을 보여주고 마음을 줄 수 없어 꽃다발을 드리니 부디 거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이의 목소리로 시를 듣고 있으니 정말 꽃다발 하나를 선물받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 시어머님을 자주 찾아뵌다. 가족실에서 아이는 우쿨렐레 연주를 해드리고, 나는 「오래 머무는 마음」을 들고 가 시를 읽어드리며 안부를 묻는다. 숨쉬기는 어떠신지, 오늘은 조금 덜 힘드신지,  마음에 걸리는 일은 없는지. 


 꽃 그림을 함께 바라보고 시를 읽다 보면 어느새 대화가 된다. 말보다 시가 더 다정할 때가 있고, 꽃 한 송이가 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꽃을 보며 감사했고, 시를 읽으며 감격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도 꽃인데 그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책장을 넘길수록 꽃들은 자꾸만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너도 꽃을 피워."


 몽글몽글한 분홍 꽃송이들을 바라보다 보니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너를 생각하는 내가 좋고, 너와 함께 숨 쉬는 내가 좋고, 오늘 하루 살아 있다는 것이 좋았다. 쾌청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아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꽃들에게 하나씩 인사를 건넸다. 꽃 하나하나가 작은 세상 같았다. 푸른 지구 위에 피어난 꽃이 아름답듯, 바람 부는 세상 속에서도 살아가는 내가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팝아트 꽃이 이렇게 장엄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꽃나무 아래에서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나도 꽃이고, 너도 꽃이고, 우리 모두 꽃이었다. 문득 아이가 유치원 발표회에서 불렀던 <모두가 꽃이야>가 떠올랐다.


 틀려도 괜찮고,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나태주 시인의 시도 참 다정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좋고, 사랑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 좋고,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어 좋다. 행복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다. 오늘 하루 무사한 것, 아무 일 없이 하루를 건너온 것, 그 평안이 행복이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늘 짧고 담백하다. 그런데 그 짧은 문장 안에는 이상하게도 사람을 오래 붙잡아 두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나난 작가의 꽃들이 있다. 그 꽃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다. 사랑이고, 기억이고, 위로이고, 감사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꽃이 되어 피어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시와 그림은 서로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아 서로를 이해한다.


 독자는 시를 읽다가 그림 앞에 머물고, 그림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책을 덮고 나니 제목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오래 머무는 마음」, 아마도 시가 오래 머물고, 꽃이 오래 머물고, 그 시와 꽃을 바라보던 나의 마음 또한 오래 머무는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를 천천히 읽고 그림 앞에 오래 머물렀던 시간, 그것은 독서라기보다 작은 치유에 가까웠다.


 꽃이 웃게 하고, 꽃이 위로하고, 꽃이 사랑을 전한다. 이 책은 마치 시들지 않는 꽃 한 다발을 선물받는 기분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 꽃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조용히 피어 있다.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무엇보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가끔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는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가면 위에 그렸던 꽃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꽃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원래 꽃이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이 책은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있던 나에게 조용히 알려주었다.


 「오래 머무는 마음」은 나태주 시인의 따뜻한 언어와 나난 작가의 아름다운 꽃이 만나 우리 삶의 평범한 순간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다. 책을 읽는 내내 꽃을 선물받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책을 덮은 지금도, 그 꽃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피어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싶은 분, 시 한 줄과 꽃 한 송이로 위로받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 번 펼쳐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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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 - 노인정신의학 전문의가 발견한 마음 노화의 비밀
와다 히데키 지음, 김세원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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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봄,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셨다. 치매와 우울증이 함께 찾아온 뒤였다. 갑작스러운 변화 앞에서 가족은 당황했고, 나 역시 많은 것을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노년과 돌봄, 인간의 마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나 또한 반백의 나이를 지나며 예전 같지 않은 몸과 기억력을 실감한다. 지천명을 넘긴 동갑내기 남편도 마찬가지다. 부모님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지 않고 가족과 나 자신을 위해 마음의 노화를 조금 더 이해해 보고 싶었다.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은 제목만 보면 치매를 다룬 의학서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저자가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치매보다 우울증, 그리고 마음의 노화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30여 년 동안 노년정신의학 분야에서 환자들을 만나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오랜 진료 경험을 통해 그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정말 치매일까?"


 우리는 기억력이 떨어지면 쉽게 치매를 떠올린다. 하지만 노년기의 우울증 또한 기억력 저하, 집중력 감소, 무기력, 말수 감소 같은 증상을 만든다. 그래서 치매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치매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우울증 진단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노년기 우울증의 원인을 단순히 마음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 시선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여러 상실을 경험한다. 배우자와의 이별, 사회적 역할의 축소, 건강의 변화, 인간관계의 단절, 그리고 죽음에 대한 불안까지. 저자는 이런 상실과 불안이 마음뿐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상실은 불안을 부르고, 불안은 세로토닌을 감소시키며, 부족해진 세로토닌은 사고를 더욱 경직되게 만든다. 결국 우울과 무기력이 깊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들어서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시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의욕도 없었다. 사람 만나기를 꺼리고 말수도 줄었다. 당시 우리는 치매만 걱정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우울증의 신호 역시 분명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말한다.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모두 치매인 것은 아니라고. 무기력하고, 즐겁던 일에 흥미를 잃고, 표정이 어두워지며, 잠과 식욕에 변화가 생겼다면 우울증도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무엇보다 우울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며, 세로토닌의 농도를 높여주는 항우울제와 인지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도 함께 소개한다. 하지만 저자가 정말 강조하는 것은 약 그 자체보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인 듯하다.


 나이가 들면 예전처럼 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예전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한다. "왜 예전 같지 않을까?" 저자는 그 질문 대신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 정도면 괜찮다."


 이 문장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아이에게는 자주 해주는 말이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쉽게 해주지 못했던 말이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고, 예전만 못해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자기 비난보다 자기 수용인지도 모른다.


 책 후반부에서는 세로토닌을 늘리는 생활 습관도 소개한다. 아침 햇빛 쬐기, 가벼운 산책, 충분한 수면, 사람과의 대화, 스트레스 관리 같은 방법들이다. 특별한 비법은 없다. 대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소박한 습관들이다.


 특히 좋았던 것은 '운동'보다 '산책'을 권하는 대목이었다.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걷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시간. 어쩌면 마음을 돌보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런 작은 여유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치매를 두려워하지만 정작 우울증의 신호는 놓치고 있지 않을까? 부모님의 깜빡함과 무기력함을 나이 탓으로 넘기고, 나 자신의 지침과 우울감도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치매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마음의 노화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그 노화는 반드시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돌본다면 충분히 늦추고 회복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기억력이 조금 떨어졌다고 겁먹지 말아요. 먼저 마음부터 살펴보세요.

그리고 오늘도, 이 정도면 괜찮아요.



 부모님의 변화가 걱정되는 사람, 중년 이후 자신의 마음 건강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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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모#치매인줄알았는데우울증#와다히데키#김세원#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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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머니 마니마니 초등 주식 사전 - 차트와 호가창 읽기 ㅣ 공부하는 샤미 3
김선 지음, 김지하 그림 / 이지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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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초등학생에게 주식이라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이른 주제가 아닐까 싶었지만, 책장을 넘기며 알게 됐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권하는 책이 아니라, 돈과 기업,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경제 교육서에 가깝다는 것을. 띠지에는 "용돈 관리를 넘어 투자를 가르쳐야 하는 시대", "투자를 알아야 진짜 경제 문해력이 생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경제를 이해하는 힘이 중요한 시대, 아이들에게도 돈의 개념과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경제와 투자에 대해 배우고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시사일기를 일주일에 두 번씩 쓰는 아들은 주식이라는 단어를 이미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펼치자마자 예상보다 훨씬 큰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도 알고 하이닉스도 들어봤다며 아는 기업 이름이 나오자 반가워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아이가 주식에 대해 거의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종종 주식이나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한다. 용돈 관리조차 아직 서툰 아이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생각보다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돈을 많이 벌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으니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스무 살이 되면 독립해서 살 집도 사고 싶다고 대답한다. 아이의 소박한 꿈을 들으며, 경제 교육이 꼭 돈을 버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계획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주식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저자님은 주식을 어렵고 복잡한 금융 상품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회사와 주식의 관계를 아주 쉽게 설명한다.


 회사가 더 성장하려면 공장을 짓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사람을 더 채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회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에 투자해서 작은 주인이 되어 줄래?" 그리고 투자한 사람에게 회사의 소유권 일부를 나누어 주는데, 그것이 바로 주식이라고 설명한다.


 아이에게도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삼성전자의 아주 작은 주인이 되는 것이고, 현대차 주식을 사면 현대차의 아주 작은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식을 가진 사람을 주주라고 부른다. 회사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성장하면 주가가 오를 수 있고, 반대로 회사의 실적이 나빠지면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것이다. "주식을 통해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투자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함께 키워 나간다." 주식은 단순히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임이 아니라 좋은 회사의 성장에 참여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주식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차트를 읽는 방법을 알려 준다. 주식 가격이 왜 오르고 내리는지, 양봉과 음봉은 무엇인지, 거래량은 어떤 의미인지, 시가·고가·저가·종가는 무엇인지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또한 분할매수, 평균단가, 익절과 손절, 포트폴리오, 복리 같은 개념까지 다룬다. 어린이 대상 도서이지만 성인 초보 투자자가 읽어도 도움이 될 만큼 내용을 알차게 담고 있다.


 특히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주식왕 Quiz> 코너는 아이가 배운 내용을 자연스럽게 복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주식시장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었다. 지금처럼 화려한 전광판과 컴퓨터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배와 사업의 소유권을 사고팔았다. 그렇게 시작된 거래가 오늘날 주식시장의 뿌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아이도 "주식시장이 원래 카페에서 시작됐다고?" 하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역사 이야기를 통해 경제를 배우니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 듯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예로 설명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AI 시대가 되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사람들은 앞으로 반도체 기업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주가가 단순히 현재 실적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와 전망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알려 준다. 하지만 동시에 좋은 회사라도 주가는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으며, 하루하루의 가격 변화에 흔들리기보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기다리는 장기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 후반부에서는 투자와 투기의 차이도 설명한다. 투자는 회사의 미래 가치를 보고 돈을 넣는 것이고, 투기는 단순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돈을 넣는 것이다. 저자가 끝까지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주식은 돈을 빨리 버는 수단이 아니라 좋은 회사의 성장을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이다. 씨앗이 나무가 되고, 나무가 열매를 맺듯이 투자 역시 시간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심은 작은 씨앗이 언젠가 큰 나무가 될 수 있다는 비유는 아이에게도 쉽게 와닿았다.


 책을 덮고 나니 이 책은 주식 책이라기보다 경제를 통해 세상을 읽는 법을 알려주는 책에 가까웠다. 좋은 투자자는 단순히 숫자만 보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관찰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AI, 전기차, 배터리처럼 시대에 따라 성장하는 산업이 달라지듯 앞으로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관심을 갖는 것 역시 투자 공부의 일부라는 것이다.


 주식이 위험하다고만 말하기 전에, 주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 그리고 돈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배우는 것. 아마 이 책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무엇보다 "주식은 돈을 빨리 버는 수단이 아니라 좋은 회사의 성장에 함께하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좋았다. 어쩌면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주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경제를 이해하는 첫걸음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선물하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경제 교육을 시작하고 싶은 초등학생은 물론, 아이와 함께 경제와 투자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부모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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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전 ㅣ 재미만만 우리고전 22
보린 지음, 유현진 그림, 한국고소설학회 감수 / 웅진주니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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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를 보자 아이가 먼저 "이상하게 생겼다"며 웃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 역시 마음이 끌렸다. 평범한 사람들 같지 않은 인물들의 엉뚱함과 생기가 그림 가득 담겨 있었다. 「열하일기」의 저자 연암 박지원은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펼쳤는데, 예상대로였다. 이야기가 시작되자 아이는 연신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 웃음을 따라가며 박지원이라는 사람의 매력 속으로 천천히 빠져들었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소설가인 박지원의 단편 「양반전」, 「광문자전」, 「민옹전」을 담고 있다. 「양반전」은 제목 정도만 알고 있었고 「광문자전」과 「민옹전」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옛이야기라고 해서 점잖고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장터 한복판에서 마당극 한 편을 구경하는 기분이 들었다.


 박지원의 풍자는 지금 읽어도 통쾌하다. 「양반전」에서는 양반이라는 이름만 앞세우는 허위의식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양반이 되면 자유롭고 점잖은 삶이 펼쳐질 줄 알았던 정선골 부자는 양반의 규범과 체면을 들여다보다가 끝내 양반 사기를 포기한다. 이를 통해 박지원은 사람의 가치를 신분이나 재산으로 판단하는 세상을 유쾌하게 비튼다.


 「광문자전」의 광문도 잊기 어려웠다. 못생긴 거지였지만 누구보다 의롭고 따뜻한 사람이다. 겉모습과 처지가 사람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면 민옹은 신나고 괴상하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세상을 풍자한다. 백성을 괴롭히는 벼슬아치들을 벌레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다가도 씁쓸한 마음이 스쳤다.


 세 이야기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단연 민옹이었다. 가난한 노선비였지만 말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일에도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농담처럼 툭 내뱉는 말 속에는 세상을 꿰뚫는 통찰이 숨어 있다. 아무렇게나 둘러대는 것 같다가도 곱씹어 보면 틀린 말이 하나 없다. 웃다가도 문득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책을 읽으며 아이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사람의 진짜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될까?” “돈이 많고 높은 자리에 있으면 훌륭한 사람일까?” 박지원은 정답을 앞에 내놓고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이상한 사람과 우스운 상황, 재치 있는 대화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야기는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살아 있는 이야기꾼이 있다. 허연 눈썹에 눈이 부리부리한 이야기꾼이 등장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특히 「민옹전」에서는 이야기꾼이 박지원을 대신하는 듯한 설정이 흥미롭다. 덕분에 글을 읽는다기보다 누군가 곁에서 입담 좋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아들과 번갈아 이야기꾼 흉내를 내며 읽었더니 더욱 재미있었다. 글 속 추임새를 살려 읽다 보니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웃음이 터졌다. 광문의 익살스러운 그림을 보며 한참을 깔깔 웃었고, 등장인물들을 흉내 내며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아이는 광문이 아빠를 닮았다며 놀렸고, 그 한마디에 온 가족이 배를 잡고 웃었다. 책 한 권이 집안에 웃음을 가져다준 셈이다.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준 책이었다. 엉뚱하고 우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람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읽은 책인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조용해졌다. 사람은 이름이나 신분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가로 남는다는 사실이 광문과 민옹의 이야기를 통해 오래 남았다. 세월이 흘러도 고전이 읽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아이와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며 읽을 수 있는 좋은 고전을 찾는다면 자신 있게 권하고 싶다. 웃으며 읽었지만, 다 읽고 나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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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래별 기업 탐구 2 : 삼성전자 - 미래 CEO와 투자자를 위한 첫 기업 동화 ㅣ 벼래별 기업 탐구 2
김선 지음, 한승무 그림, 이재용 정보글 / 아울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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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은 학교에서 시사일기를 쓴다. 시간이 나면 뉴스에서 본 이야기를 꺼내며 세상 돌아가는 일을 묻곤 한다. 그러다 문득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궁금해졌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거대한 기업으로만 알았던 삼성에도 처음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그 시작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외계인 후계자 이코와 비서 라오, 지구인 지수는 나대박 스승님의 안내를 따라 시간여행을 떠난다. 아이들은 게임 속 미션을 수행하듯 삼성의 과거를 직접 체험하며 경제와 경영의 기본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기업의 역사를 흥미로운 모험담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삼성의 시작이었다. 오늘날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출발은 의외로 소박했다. 마산의 정미소, 그리고 대구의 작은 삼성상회. 건어물과 청과물을 수출하고 국수를 만들어 팔던 모습은 지금의 삼성과는 너무도 달라 오히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특히 '별표 국수'가 큰 인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거대한 기업도 누군가의 일상적인 필요를 해결하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병철 회장의 실패담 또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정미소와 운수사업의 실패, 빚을 갚기 위해 사업을 정리해야 했던 경험은 성공 뒤에 가려진 수많은 시행착오를 보여준다. 이 책은 실패를 부끄러운 흔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밑거름이자 성장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아이들에게도 "실패하지 않는 사람"보다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책은 국수에서 설탕으로, 설탕에서 모직으로, 다시 전자와 반도체,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변화를 흥미롭게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했던 사람들의 선택이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특히 반도체 사업 진출과 애니콜, 갤럭시의 탄생 과정은 단순한 기업 역사를 넘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말할 때 한 걸음 먼저 나아간 결정들이 결국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경제·경영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무역업과 제조업의 차이, 투자와 품질경영, 반도체 산업의 의미까지 국수와 설탕, 텔레비전, 스마트폰 같은 친숙한 소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시간여행과 게임이라는 설정이 더해져 기업의 역사가 지루한 정보가 아닌 흥미로운 모험으로 읽힌다.


 또한 삼성상회에서 시작해 제일제당, 제일모직,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과 미래 산업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아내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 준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나라면 어떤 사업에 투자할까?", "나라면 누구에게 회사를 물려줄까?" 같은 질문도 독자가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책을 덮고 나서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이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교해 보며 저마다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안드로이드를 만든 사람들이 구글로 가기 전 삼성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역사는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그런 '만약'을 생각해 보는 일은 의외로 즐거웠다. 기업의 성장도 결국은 수많은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라는 사실을 아이와 함께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삼성의 성장 과정과 성공 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기업을 보다 비판적이고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삼성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소개하면서도 혁신 기업과의 차이, 기술 추격 전략의 한계 등에 대한 다양한 시각까지는 충분히 다루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가치는 분명하다. 삼성이라는 기업의 역사를 통해 경제와 경영, 기업가 정신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국수 한 다발에서 시작해 반도체와 인공지능의 미래를 이야기하기까지 이 책은 단순한 기업 연대기가 아니라 변화와 도전, 그리고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국수공장에서 반도체까지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도전과 성장의 역사를 가장 쉽고 흥미롭게 들려주는 어린이 기업동화가 발간되었다. 경제와 경영의 세계를 처음 만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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