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방학에 자란다 - 현직 초등교사가 만든 하루 15분 빙고혁명
김양희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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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이 시작되면 부모들은 늘 마음이 바빠진다. 학원을 더 보내야 할지, 문제집을 몇 권 더 풀려야 할지,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불안이 먼저 고개를 든다. 나 역시 방학 계획표를 들여다보며 아이의 시간을 빈틈없이 채워야 하는 것 아닐까 고민하곤 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방학에 자란다』는 내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이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가?" 가 아니라 "아이는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가?" 였다.


 생각해보니 내 어린 시절의 방학은 계획표보다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친구들과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고, 동네를 뛰어다니고, 매미 소리가 쏟아지는 오후를 보내던 시간들 말이다. 무엇을 배웠는지보다 어떻게 놀았는지가 더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이야기한다. 방학을 공부의 공백기로 보지 말고 아이의 강점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보자고 말한다. 부모가 짜준 계획표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만든 빙고판 안에서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해내는 기쁨을 배우고, 자기 삶의 작은 주인이 되어 간다.


 책을 읽으며 우리 집 방학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 우리 아이는 정말 많이 놀았다. 아니, 어쩌면 많이 자랐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른다. 은어축제에 가서 아빠와 함께 은어를 잡아 바로 튀겨 먹었고, 캠핑장에서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다. 계곡에서는 물놀이를 하고 작은 민물고기를 잡으며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친구가 집에 와 슬립오버를 하며 밤늦도록 웃고 떠들었고, 마당에 만든 작은 수영장에서는 함께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친구와 함께 전복 요리를 만들었고, 미술학원 방학특강에서는 버터떡도 만들어 보았다. 꿈나무아동센터에서 노만바스 물놀이에도 참여했고,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찾아가 죽을 떠먹여 드렸다. 공예체험장에서는 팔찌와 복조리를 만들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쁨도 알게 되었다. 그 사이 공부를 완전히 놓은 것도 아니었다. 엄마와 함께 8품사를 공부하고 문장의 구조를 익혔다. 책도 읽었다. 특히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으며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만났다.


 신기한 것은 아이가 가장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이 공부 시간이 아니라 이런 경험들이라는 점이다. 은어를 처음 잡았던 순간, 친구와 함께 요리했던 시간, 할머니에게 죽을 떠먹여 드렸던 기억, 어려운 복조리를 만들며 집중했던 오전, 이런 경험들이 아이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우리아이는 방학에 자란다」의 저자님은 방학 빙고의 목적이 빙고를 완성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는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책을 덮으며 나는 깨달았다. 우리 아이는 이번 여름방학에 많은 칸을 채운 것이 아니라 많은 이야기를 채우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아이의 칸이 채워질 때 부모의 칸도 함께 채워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부모 역시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함께 웃는 법을 배우고, 아이를 믿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방학이 끝나면 남는 것은 문제집 몇 쪽을 더 풀었는지가 아닐지 모른다. 대신 아이는 말할 것이다. "나 이번 여름방학에 은어도 잡아 봤어." "친구랑 전복요리도 만들어 봤어." "할머니께 죽도 떠먹여 드렸어." 그리고 그 한마디들이야말로 아이가 만든 가장 빛나는 자랑거리가 아닐까.


 「우리아이는 방학에 자란다」는 결국 이렇게 말하는 책이다. 방학은 성적을 올리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을 발견하고 부모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그 말을 떠올리며, 나는 이번 여름방학을 아이에게 참 잘 선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을 잘 보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발간되었다. 방학을 성적표가 아닌 추억과 경험으로 채우고 싶은 부모라면,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기보다 스스로 자랄 기회를 선물하고 싶은 부모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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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모#우리아이는방학에자란다#김양희#미다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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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쫌 아는 10대 - 플라톤 vs 칸트 : 좋아하는 일만 하면 행복할까? 철학 쫌 아는 십대 3
서정욱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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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는 행복이 참 단순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행복했고,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면 행복했고, 좋아하는 친구와 실컷 놀면 행복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이를 먹을수록 행복은 점점 어려운 문제가 된다. 돈이 생겨도 부족하고, 목표를 이루어도 허전하고, 바라던 것을 손에 넣어도 또 다른 욕심이 생긴다.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데,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행복 쫌 아는 10대 플라톤 vs 칸트」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 행복할까?"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착하게 살면 무조건 행복할까?" "매일 즐겁기만 하면 행복할까?" 어른들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10대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철학책이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행복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행복에 대해 함께 묻는다. 플라톤은 "좋은 삶"을 이야기하고, 칸트는 "옳은 삶"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 둘의 대화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플라톤의 영혼 삼분설이었다. 플라톤은 인간의 마음 안에 이성, 기개, 욕망 세 친구가 산다고 말한다. 욕망은 게임을 더 하고 싶어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한다. 기개는 포기하지 말자고 등을 떠민다. 이성은 지금 무엇이 옳은지 판단한다. 플라톤은 행복이 욕망을 없애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어른들의 삶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더 벌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 그 욕망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욕망이 운전대를 잡을 때다. 플라톤은 이성이 마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좋은 삶인지 스스로 판단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역시 오래 남았다. 평생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그림자는 진실이다. 하지만 어느 날 동굴 밖으로 나온 사람은 태양과 나무와 하늘을 보게 된다. 그제야 깨닫는다.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그림자였다는 사실을. 플라톤은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돈이 행복일까? 성공이 행복일까? 남들의 인정이 행복일까? 어쩌면 우리가 쫓고 있는 것들도 그림자일지 모른다고. 이 대목을 읽으며 하이데거가 떠올랐다. 하이데거가 말했던 "고유한 삶" 역시 결국은 그림자를 벗어나 자기 삶의 진실을 바라보라는 이야기였으니까.


 반면 칸트는 조금 더 엄격하다. 플라톤이 "좋은 삶"을 물었다면, 칸트는 "옳은 삶"을 묻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선의지 이야기였다. 칸트는 선한 행동의 결과보다 선한 행동을 하려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남을 도울 때 "나중에 칭찬받으려고" 돕는 것이 아니라, "도와야 하기 때문에" 돕는 것이 도덕적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참 낯선 생각이다. 우리는 늘 결과를 계산한다. 손해는 아닌지, 돌아오는 보상은 있는지,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지. 하지만 칸트는 말한다. 행복은 계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선한 일을 실천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행복을 대하는 태도였다. 행복은 무엇을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였다. 플라톤은 말한다. 이성이 욕망을 잘 이끌 때 행복하다.칸트는 말한다. 선의지에 따라 옳은 행동을 할 때 행복하다. 그리고 책은 두 철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처음에는 10대를 위한 철학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성적과 직업으로 설명하려는 아이에게도, 연봉과 성과 속에서 행복을 잃어버린 어른에게도, 이 책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행복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그 답을 남에게서 찾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철학이 어려운 이유는 질문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중요한 질문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질문을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리고 어쩌면 행복을 잊어버린 어른들에게도.


 행복을 가르치는 책은 많지만,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은 드물다. 「행복 쫌 아는 10대 , 플라톤 vs 칸트」는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질문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질문 속에서 조금씩 발견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일깨워준다. 플라톤과 칸트의 철학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되고, 어른들은 잊고 지냈던 행복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며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철학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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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발견하는 하루 한 장 꿈 노트 - 꿈을 찾고 싶은 어린이를 위한 55일 응원 필사
김현태 지음, 은옥 그림 / 바이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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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른인 내가 먼저 멈칫하는 순간이 있다. 아이가 문득 묻는다. "엄마, 나는 커서 뭐가 될까?" 그 질문 앞에서 대답이 쉽지 않다. 의사나 교사나 과학자 같은 직업을 말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 살아보니 안다.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갖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느냐다. 무엇을 하며 먹고 사는가보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순간 행복을 느끼며, 어떤 가치에 마음이 움직이는가가 한 사람의 삶을 만든다.


「쓰면서 발견하는 하루한장 꿈노트」는 그런 점에서 조금 특별한 책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린이를 위한 꿈 찾기 워크북이다. 하루 한 장씩 쓰며 55일 동안 꿈을 탐색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넘겨보면 이 책이 정말 묻고 있는 것은 직업이 아니다. "너는 어떤 사람이니?", "무엇을 좋아하니?", "언제 가장 행복하니?", "어떤 삶을 살고 싶니?" 이 책은 그렇게 아이를 향해 조용히 질문을 건넨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꿈을 물을 때 대개 직업을 먼저 떠올린다. "커서 뭐가 되고 싶어?"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꿈은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지금 나를 자라게 하는 힘이라고. 꿈은 어느 날 갑자기 발견하는 보물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천천히 자라는 씨앗이라고. 그래서 이 책에는 의사나 운동선수, 유튜버가 되는 방법 대신 자신을 들여다보는 질문들이 담겨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행복했던 순간, 만나 보고 싶은 사람, 미래의 내 모습 등 아이는 그 질문에 답을 적으며 자기 자신과 조금씩 친해진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읽고 쓰고 생각하도록 만든 구성이었다. 책에는 꿈을 키우는 문장 55개가 담겨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다. <생각 씨앗>코너에서는 문장을 읽고 자신의 경험을 적어보게 한다. 왜 이 문장이 좋았는지, 어떤 기억이 떠오르는지. 


 그리고 <따라 써 보아요>코너에서는 문장을 직접 손으로 써보게 한다. 좋은 문장을 천천히 따라 쓰는 동안 그 문장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간다. 읽기는 생각하게 하고, 쓰기는 기억하게 하고, 대화는 삶으로 연결한다. 그래서 이 책은 워크북이라기보다 작은 성장 노트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일찍 꿈을 강요받는다. 잘해야 하고, 빨라야 하고, 특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아직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도 괜찮아.", "아직 무엇을 잘하는지 몰라도 괜찮아.", "조금씩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돼." 그 다정한 태도가 좋았다. 꿈을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이해의 과정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이상하게 최근 읽은 하이데거 철학이 떠올랐다. 하이데거는 끊임없이 묻는다. "너는 누구인가?", "지금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너의 고유한 삶은 무엇인가?" 물론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기에 그런 철학적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질문의 방향은 닮아 있다. 고유함, 실존, 본래적인 삶, 자기 목소리 등 어려운 철학을 어린이의 언어로 번역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 버전의 자기 탐색 노트라고 불러도 좋겠다.


 사실 이 책은 아이만 위한 책이 아니다. 읽다 보면 어른이 더 자주 멈춰 서게 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나는 언제 행복하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지? 아이를 위해 펼쳤다가 정작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부모와 함께 읽기에 더욱 좋은 책이다.


 꿈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삶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책은 꿈을 찾는 책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책이다. 꿈은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라는 것을, 꿈은 결과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꿈을 찾는다는 것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조용히 알려준다. 하루 한 장 부담 없이 쓰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자기 마음과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어른인 우리도 함께. 아이가 자신의 고유한 꿈을 찾아가는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싶은 부모라면 꼭 한 번 함께 펼쳐보기를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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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모#쓰면서발견하는하루한장꿈노트#김현태#은옥#바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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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하이데거 - 20개의 키워드로 전하는 인생의 지혜
한상연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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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이 되면 인생이 조금은 쉬워질 줄 알았다. 젊은 시절에는 늘 미래를 향해 달려갔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더 나은 연봉, 더 큰 성취. 그렇게만 살면 언젠가 마음도 편안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삶은 나아졌는데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예전보다 많은 것을 가졌는데도 문득 공허하고, 이유 없이 불안하며, 가끔은 내가 누구인지조차 낯설게 느껴진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존재'라는 어려운 철학 용어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아주 평범한 삶을 이야기한다. 부모의 노쇠를 바라보는 슬픔, 직장에서 느끼는 피로감, 성공했음에도 가시지 않는 허무,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 마흔의 불안까지. 책은 하이데거의 철학을 통해 그런 삶의 질문들을 하나씩 비춰준다.


 읽는 내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하이데거가 말하는 '고유함' 이었다. 우리는 세상을 너무 오랫동안 '쓸모'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살아왔다. 나무꾼에게 숲속의 나무는 땔감이고 목재일 뿐이다. 나무 자체가 아니라 이용 가치만 보이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우리 역시 그렇게 살아간다고 말한다. 돈을 벌 수 있는가, 도움이 되는가, 성공에 유리한가. 심지어 사람들까지도 그런 기준으로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정작 나 자신도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누구의 부모이고, 누구의 상사이고, 어떤 직책을 가진 사람인지는 설명할 수 있지만 정작 '나'가 누구인지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은 늘어나는데 고유한 나는 점점 사라져간다. 그래서 마흔의 어느 날 우리는 묻게 된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을 살고 있는가?"


 책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값을 매기는 인생에서 가치를 드러내는 인생으로 전환하라."


 우리는 늘 값으로 평가받는다. 성과, 연봉, 집값, 직급, 스펙. 하지만 값과 가치는 다르다. 꽃은 비싸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아이의 웃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기에 더 소중하다. 나의 인생 역시 얼마짜리 상품이 아니다. 그 자체로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한 가치다. 하이데거는 끊임없이 인간의 고유함을 회복하라고 말한다.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하이데거의 철학을 단순한 관념이 아니라 마흔의 삶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다. 우리는 죽음을 삶의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이데거는 오히려 죽음 덕분에 삶이 빛난다고 설명한다.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은 더 소중해진다.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부모님의 늙어감. 가까운 사람들과의 이별. 이 모든 경험은 우리에게 묻는다. "앞으로의 시간을 지금처럼 살아도 괜찮은가?" 죽음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는 남들이 정해놓은 길이 아니라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바라보게 된다. 유한한 삶은 인간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을 사랑하게 만든다.



 또 하나 깊이 공감했던 부분은 '안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안정이란 파도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파도 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나아가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우리는 안정만 되면 행복할 줄 안다. 하지만 인생에 파도가 없는 시기는 없다. 아이는 자라고 부모는 늙어가며, 직장은 변하고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한다. 하이데거는 파도를 없애려 하지 말고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으며 이상하게 위로를 받았다.


 나는 최근 들어 꽃이 더 눈에 들어온다. 맑은 하늘이 반갑고, 낯선 바람에도 마음이 움직인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감각들이다. 책은 그런 변화 역시 잘 설명해준다. 삶의 의미는 거대한 성공이나 특별한 사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만난 사람, 우연히 본 풍경, 사소한 관계 속에서 조용히 피어난다고.


 책을 덮고 나니 '숲길'이라는 단어가 오래 남았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거창한 성공의 길이 아니라 숲길 같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길은 아니지만 걸으면서 나무를 보고, 바람을 느끼고, 자기 자신을 만나는 길이다. 아마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도 같은 것 아닐까. 더 성공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더 고유하게 살라고. 더 많이 가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삶을 사랑하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이 만든 기준이 아니라 자기 삶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마흔은 인생의 정오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마흔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여전히 미완성이고,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으며, 여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오늘도 숲길을 걷는다. 나무를 목재가 아닌 나무로 바라보기 위해. 세상을 성공의 도구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끝날 이 소중한 시간을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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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탄탄 한자 - 교과서 속 한자로 상위 1%를 만드는
오현선 지음, 피넛 그림 / 체인지업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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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마음이 멈춘다. 밥을 잘 먹는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공부는 뒤처지지 않는지 하는 걱정은 늘 익숙하다. 그런데 요즘 내가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의외로 단어다. 아이가 책을 읽다 말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순간, 문장의 뜻을 짐작해 보다가 결국 묻게 되는 순간을 볼 때마다 어휘가 아이의 생각과 세상을 얼마나 넓게 이어주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책과 신문 읽고 쓰는 초등 탄탄 논술」을 통해 처음 만났던 저자님을 「초등 탄탄 한자」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25년 동안 독서교육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 온 저자님은 아이들이 단어 앞에서 느끼는 막막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한글로 적혀 있는데도 뜻을 알 수 없는 단어가 있다. 사전을 펼쳐 보았지만 설명이 더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한데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해 생각만 맴돌 때도 있다. 결국은 어휘력의 문제다. 생각을 표현하는 힘도, 글을 이해하는 힘도 결국은 단어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저자님은 어휘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로 한자를 이야기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말 가운데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한자의 뜻을 알고 있으면 처음 만나는 단어도 어느 정도 의미를 짐작할 수 있고, 국어는 물론 사회와 과학 같은 교과 속 용어들도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우리 집 아이도 어릴 때는 한자를 제법 열심히 썼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요즘은 명심보감을 필사하고 있는데, 글자를 또박또박 따라 적으면서도 정작 그 뜻은 알쏭달쏭해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래서 부담 없이 한자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국어, 사회, 과학 교과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핵심 한자 50개를 골라 담았다. 한자를 찾아보고, 뜻과 음을 익히고, 관련 어휘를 배우고, 만화를 통해 생활 속 쓰임을 살펴본다. 마지막에는 배운 단어를 활용해 직접 문장을 만들어 보도록 구성되어 있어 배운 내용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이가 공부를 한다기보다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기분으로 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무조건 외우게 하기보다 뜻을 이해하도록 이끌어 주고, 하나의 한자에서 여러 어휘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게 돕는다. 설명도 친절하고, 함께 알아두면 좋은 관련 어휘들이 곁들여져 있어 배움의 폭이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나는 한자를 많이 쓰는 것이 꼭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낯선 단어를 만났을 때 겁내지 않고 그 뜻을 스스로 짐작해 보려는 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 그래서 이런 뜻이었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이 쌓이면 아이의 생각은 조금씩 깊어지고, 읽을 수 있는 책의 세계도 점점 넓어진다.


 어휘력은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는다. 아이의 키가 크는 것처럼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자란다. 하지만 그 조금씩의 성장은 생각보다 단단하다. 「초등 탄탄 한자」는 그런 성장을 곁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책이었다. 아이가 이 책을 통해 한자를 몇 개 더 외우는 것보다, 모르는 단어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스스로 의미를 헤아려 보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공부를 위한 한자책이 아니라,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 주는 책을 찾고 있다면 「초등 탄탄 한자」가 좋은 시작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된다. 교과 공부에 자주 등장하는 한자어가 부담스럽거나, 어휘력과 문해력을 자연스럽게 키워 주고 싶은 학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잘 활용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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