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전 ㅣ 재미만만 우리고전 22
보린 지음, 유현진 그림, 한국고소설학회 감수 / 웅진주니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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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를 보자 아이가 먼저 "이상하게 생겼다"며 웃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 역시 마음이 끌렸다. 평범한 사람들 같지 않은 인물들의 엉뚱함과 생기가 그림 가득 담겨 있었다. 「열하일기」의 저자 연암 박지원은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펼쳤는데, 예상대로였다. 이야기가 시작되자 아이는 연신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 웃음을 따라가며 박지원이라는 사람의 매력 속으로 천천히 빠져들었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소설가인 박지원의 단편 「양반전」, 「광문자전」, 「민옹전」을 담고 있다. 「양반전」은 제목 정도만 알고 있었고 「광문자전」과 「민옹전」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옛이야기라고 해서 점잖고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장터 한복판에서 마당극 한 편을 구경하는 기분이 들었다.


 박지원의 풍자는 지금 읽어도 통쾌하다. 「양반전」에서는 양반이라는 이름만 앞세우는 허위의식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양반이 되면 자유롭고 점잖은 삶이 펼쳐질 줄 알았던 정선골 부자는 양반의 규범과 체면을 들여다보다가 끝내 양반 사기를 포기한다. 이를 통해 박지원은 사람의 가치를 신분이나 재산으로 판단하는 세상을 유쾌하게 비튼다.


 「광문자전」의 광문도 잊기 어려웠다. 못생긴 거지였지만 누구보다 의롭고 따뜻한 사람이다. 겉모습과 처지가 사람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면 민옹은 신나고 괴상하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세상을 풍자한다. 백성을 괴롭히는 벼슬아치들을 벌레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다가도 씁쓸한 마음이 스쳤다.


 세 이야기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단연 민옹이었다. 가난한 노선비였지만 말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일에도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농담처럼 툭 내뱉는 말 속에는 세상을 꿰뚫는 통찰이 숨어 있다. 아무렇게나 둘러대는 것 같다가도 곱씹어 보면 틀린 말이 하나 없다. 웃다가도 문득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책을 읽으며 아이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사람의 진짜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될까?” “돈이 많고 높은 자리에 있으면 훌륭한 사람일까?” 박지원은 정답을 앞에 내놓고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이상한 사람과 우스운 상황, 재치 있는 대화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야기는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살아 있는 이야기꾼이 있다. 허연 눈썹에 눈이 부리부리한 이야기꾼이 등장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특히 「민옹전」에서는 이야기꾼이 박지원을 대신하는 듯한 설정이 흥미롭다. 덕분에 글을 읽는다기보다 누군가 곁에서 입담 좋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아들과 번갈아 이야기꾼 흉내를 내며 읽었더니 더욱 재미있었다. 글 속 추임새를 살려 읽다 보니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웃음이 터졌다. 광문의 익살스러운 그림을 보며 한참을 깔깔 웃었고, 등장인물들을 흉내 내며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아이는 광문이 아빠를 닮았다며 놀렸고, 그 한마디에 온 가족이 배를 잡고 웃었다. 책 한 권이 집안에 웃음을 가져다준 셈이다.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준 책이었다. 엉뚱하고 우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람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읽은 책인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조용해졌다. 사람은 이름이나 신분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가로 남는다는 사실이 광문과 민옹의 이야기를 통해 오래 남았다. 세월이 흘러도 고전이 읽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아이와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며 읽을 수 있는 좋은 고전을 찾는다면 자신 있게 권하고 싶다. 웃으며 읽었지만, 다 읽고 나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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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래별 기업 탐구 2 : 삼성전자 - 미래 CEO와 투자자를 위한 첫 기업 동화 ㅣ 벼래별 기업 탐구 2
김선 지음, 한승무 그림, 이재용 정보글 / 아울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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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은 학교에서 시사일기를 쓴다. 시간이 나면 뉴스에서 본 이야기를 꺼내며 세상 돌아가는 일을 묻곤 한다. 그러다 문득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궁금해졌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거대한 기업으로만 알았던 삼성에도 처음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그 시작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외계인 후계자 이코와 비서 라오, 지구인 지수는 나대박 스승님의 안내를 따라 시간여행을 떠난다. 아이들은 게임 속 미션을 수행하듯 삼성의 과거를 직접 체험하며 경제와 경영의 기본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기업의 역사를 흥미로운 모험담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삼성의 시작이었다. 오늘날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출발은 의외로 소박했다. 마산의 정미소, 그리고 대구의 작은 삼성상회. 건어물과 청과물을 수출하고 국수를 만들어 팔던 모습은 지금의 삼성과는 너무도 달라 오히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특히 '별표 국수'가 큰 인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거대한 기업도 누군가의 일상적인 필요를 해결하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병철 회장의 실패담 또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정미소와 운수사업의 실패, 빚을 갚기 위해 사업을 정리해야 했던 경험은 성공 뒤에 가려진 수많은 시행착오를 보여준다. 이 책은 실패를 부끄러운 흔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밑거름이자 성장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아이들에게도 "실패하지 않는 사람"보다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책은 국수에서 설탕으로, 설탕에서 모직으로, 다시 전자와 반도체,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변화를 흥미롭게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했던 사람들의 선택이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특히 반도체 사업 진출과 애니콜, 갤럭시의 탄생 과정은 단순한 기업 역사를 넘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말할 때 한 걸음 먼저 나아간 결정들이 결국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경제·경영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무역업과 제조업의 차이, 투자와 품질경영, 반도체 산업의 의미까지 국수와 설탕, 텔레비전, 스마트폰 같은 친숙한 소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시간여행과 게임이라는 설정이 더해져 기업의 역사가 지루한 정보가 아닌 흥미로운 모험으로 읽힌다.


 또한 삼성상회에서 시작해 제일제당, 제일모직,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과 미래 산업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아내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 준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나라면 어떤 사업에 투자할까?", "나라면 누구에게 회사를 물려줄까?" 같은 질문도 독자가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책을 덮고 나서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이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교해 보며 저마다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안드로이드를 만든 사람들이 구글로 가기 전 삼성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역사는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그런 '만약'을 생각해 보는 일은 의외로 즐거웠다. 기업의 성장도 결국은 수많은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라는 사실을 아이와 함께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삼성의 성장 과정과 성공 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기업을 보다 비판적이고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삼성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소개하면서도 혁신 기업과의 차이, 기술 추격 전략의 한계 등에 대한 다양한 시각까지는 충분히 다루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가치는 분명하다. 삼성이라는 기업의 역사를 통해 경제와 경영, 기업가 정신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국수 한 다발에서 시작해 반도체와 인공지능의 미래를 이야기하기까지 이 책은 단순한 기업 연대기가 아니라 변화와 도전, 그리고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국수공장에서 반도체까지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도전과 성장의 역사를 가장 쉽고 흥미롭게 들려주는 어린이 기업동화가 발간되었다. 경제와 경영의 세계를 처음 만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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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오디세이 -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 대서사!!
호메로스 원작, 손길영 편저 / 스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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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세이 영화가 개봉한 뒤로 벌써 세 번째 오디세이 책을 읽고 있다. 어릴 적에는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고전이었는데,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비로소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오디세우스의 긴 항해가 더 이상 먼 옛날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삶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를 건너는 한 인간의 이야기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시련 속에서도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총 24권으로 이루어진 원작을 현대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풀어냈고, 각 권마다 <통찰의 초역>을 실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방대한 원작을 정교하게 압축하면서도 호메로스 문학의 깊이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전은 종종 그 이름만으로도 부담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무게감을 덜어내고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자연스럽게 읽힌다. 특히 각 권의 도입부에 담긴 철학적 통찰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과 맞닿아 있어 여러 번 책장을 멈추게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인생을 바꾸는 통찰의 명언 100선>이었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한참을 머물러 읽고, 마음에 남는 구절은 필사하며 곱씹었다. 


 책의 마지막에는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신들에 대한 해설도 실려 있어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묻게 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절망의 한가운데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오디세우스의 20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불행을 운명이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거센 폭풍 속에서도 삶의 키를 놓지 않았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긴 항해를 따라가다 보니 인간의 가치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현실과 타협하는 안주는 영혼을 마비시키는 달콤한 감옥일 뿐"이라는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편안함만 좇으며 살아가고 싶을 때가 많지만, 삶은 결국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독자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였다. 언젠가 자신만의 이타카에 닻을 내리기를 바란다는 말이 이상하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살아간다는 것 역시 저마다의 이타카를 향해 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고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오디세우스의 긴 방랑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인생도 항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더 많지만, 결국은 각자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오디세우스가 끝내 이타카로 돌아갔듯이, 우리 또한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랜 고전이 오늘의 나를 다독여준 것 같아 고맙게 느껴졌다.


 3천 년 전 바다를 떠돌던 오디세우스의 고난과 방랑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었다. 한 인간의 모험과 생존, 그리고 끝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긴 여정이 궁금하다면 기꺼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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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모#초역오디세이#호메로스#손길영#스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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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어벤저스 1 - 반려견, 심장을 지켜라! ㅣ 어린이 수의학 동화 1
고희정 지음, 이창우 그림, 신윤주 감수 / 가나출판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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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들은 고양이를 유난히 좋아한다. 길고양이를 만나면 걸음을 멈추고 한참 바라보고, 고양이가 나오는 책이라면 다른 책보다 먼저 손이 간다. 그래서 이 책도 아이의 관심사를 생각하며 골랐다. 처음에는 강아지 심장병을 다룬 단순한 동화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책은 동물의 질병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생명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무대는 지구 동물병원이다. 어린이 수의사 양성 프로젝트 출신 친구들은 아픈 동물들을 만나고, 질병의 원인을 찾아가며 문제를 해결한다. 강아지의 심장병을 비롯해 심장사상충, 중성화 수술, 처방 사료와 같은 실제 수의학 이야기가 사건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아이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동물의 몸과 질병, 치료 과정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지식을 먼저 내세우기보다 이야기를 통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을 이끌어 낸다.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가장 큰 장점은 내용만큼이나 뛰어난 구성에 있다. 동화가 이어지다가 중간중간 두 페이지 분량의 정보 만화가 등장한다. “고양이는 왜 사냥 놀이를 좋아할까?”, “고양이는 왜 단맛을 느끼지 못할까?”, “동물 개체 수가 급격히 늘면 왜 안 될까?”와 같은 질문을 던진 뒤 만화와 그림, 도식을 활용해 답을 설명한다. 어려운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아이들의 호기심에서 출발해 원인과 결과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다루는 범위도 생각보다 폭넓다. 개의 나이와 체온, 이첨판폐쇄부전증, 폐수종, 감전과 전위차, 중성화 수술, 심장사상충, 비대성 심근병증, 처방 사료, 야생성, 동물보건사와 조선 시대 수의사 백광현 이야기까지 소개한다. 한 권의 동화 안에 생명과학, 직업 교육, 생활 속 과학 상식이 고루 담겨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수의학 입문서도, 단순한 학습만화도 아니다. 동화와 전문지식, 학습만화가 균형 있게 어우러진 어린이 교양서에 가깝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읽고, 만화를 보며 과학을 배우고, 동물을 돌보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마음의 방향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생명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인 동시에 끝까지 돌보고 책임져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예뻐해 주고 먹이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건강을 챙기고, 아플 때 치료하며,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일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생명을 이해하는 과정은 결국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나는 좋은 어린이책이 아이를 똑똑하게 만드는 책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의사 어벤저스1 반려견 심장을 지켜라」는 충분히 좋은 책이다. 수의사를 꿈꾸는 아이에게는 진로의 방향을 보여 주고,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생명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가르쳐 준다. 또한 어른들에게도 사랑에는 관심만큼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니 수의사는 단순히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수의학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은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 마음, 아픈 존재를 외면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이해하려는 마음. 그것이 이 책이 아이들에게 남기는 가장 값진 배움일 것이다.


 수의학 지식과 생명의 가치를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담아낸 「수의사 어벤저스1 반려견 심장을 지켜라」는 생명 존중, 책임감, 공감 능력, 과학적 사고력, 진로 탐색을 함께 경험하게 하는 어린이 교양 동화다.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이는 물론, 생명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고 싶은 모든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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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한국 색연필 컬러링북
종이비행 지음 / 보누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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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에 가을빛으로 물든 남산과 남산공원의 성곽길이 담겨 있다.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진 풍경은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천천히 산책을 시작하는 기분을 안겨준다. 「이토록 아름다운 한국」은 한국의 아름다운 명소와 풍경을 색연필로 채워가는 컬러링북이다. 하지만 몇 장을 넘기다 보니 이 책은 단순한 관광 명소 컬러링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종이비행님은 여행과 산책을 좋아하고, 한국의 풍경과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선은 복잡하지 않고 깔끔하며, 색감은 수채화처럼 부드럽다. 실제 풍경을 있는 그대로 옮기기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담아낸다. 고즈넉한 한옥, 한강의 노을, 벚꽃길, 축제의 풍경, 맛있는 한 끼. 작가는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걸으며 만난 한국의 순간들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유명한 장소'보다 '내가 기억하는 풍경'이 먼저 떠오른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님은 컬러링 기술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한국의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추억하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정답을 따라 칠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원작자의 가이드를 따라도 좋고, 나만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완성해도 좋다고 말한다. "잘 칠하는 것"보다 "즐겁게 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그래서 이 책은 정답이 있는 컬러링북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한국, 내가 느끼는 계절을 표현하는 책에 가깝다.


 컬러링을 시작하기 전에는 기초 연습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다. 단계별 면 칠하기를 통해 색연필 압력을 조절하며 색을 조금씩 쌓아가는 연습을 해본다. 힘으로 눌러 진하게 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덧칠하며 균일한 색을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라데이션 연습에서는 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칠하며 색을 쌓는 방법을 익힌다. 혼합 색 그라데이션을 연습하다 보면 초보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색의 연결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나무 표현 연습이다. 밑색을 깔고, 중간톤을 올리고, 그림자를 더하고, 마지막으로 깊은 부분을 표현하는 순서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연한 초록에서 초록, 진한 초록, 그리고 가장 짙은 초록으로 이어지는 색의 층을 만들며 나무를 완성한다. 잎 한 장 한 장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잎이 모여 있는 덩어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정교한 기술보다 색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즐거움이다.


 차례를 보는 재미도 크다. 벚꽃길과 열차, 경복궁, 한강 라이딩, 내장산의 단풍, 남산 둘레길, 푸른 바다와 해녀, 크리스마스 야경 같은 풍경이 담겨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붕어빵, 분식, 화장품, 치맥, 찜질방, 전통놀이 같은 일상의 장면들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한국은 랜드마크보다 생활 속 추억에 더 가까운 듯하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며 무심코 보았던 풍경들. 방과 후 들렀던 문구점, 겨울 저녁 손을 녹이며 먹던 붕어빵, 벚꽃이 흐드러진 철길, 골목 끝 작은 분식집. 이 책에는 그런 기억들이 담겨 있다.


 첫 작품으로는 「장수와 출세를 기원하는 고양이와 참새 민화」를 골랐다. 집 앞마당에 가득 피어 있는 능소화와 동네를 오가는 치즈냥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능소화를 닮은 주황빛 꽃과 참새들, 그리고 고양이가 어우러진 그림은 전통 민화를 현대적인 색감으로 재해석한 듯했다. 검은 그림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주황과 연두, 초록을 중심으로 표현해 전체적으로 포근한 분위기를 만든다. 복잡한 원근법도 없고 넓은 면을 칠할 필요도 없어 색연필의 압력을 조절하는 연습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어 만난 「조선 시대 여인의 멋내기 장신구」 페이지에서는 또 다른 한국의 색을 만날 수 있었다. 노리개, 비녀, 꽃신, 버선, 댕기와 자수 주머니. 전통 공예 특유의 화려한 색감이 담겨 있지만 자세히 보면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주황이 살짝 섞인 붉은색, 남색에 가까운 파란색, 맑은 옥색의 초록. 그래서 전통 색채임에도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를 완성해 가는 재미도 크다.


 이 책을 덮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작가는 "한국이 아름답다"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순간이 아름답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단풍도, 겨울 골목의 붕어빵도, 벚꽃 아래를 지나던 열차도, 모두 내가 한 번쯤 가 보았고 지나쳐 온 풍경들이다. 그래서인지 색을 칠하는 내내 낯설기보다 편안했다. 마치 오래된 앨범을 한 장씩 들춰보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한국의 유명한 장소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내가 사랑했던 계절과 순간들을 천천히 다시 만나게 해주는 책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색연필을 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예쁘게 칠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색으로 한 장씩 채워가면 되니까. 한국을 여행하는 가장 느리고 따뜻한 방법. 색연필 한 자루로 사계절의 추억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컬러링북이 발간되었다. 잘 칠해야 한다는 부담 대신, 좋아했던 풍경과 기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색을 쌓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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