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7 - 2027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 올지 모르는 태풍을 대비하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태풍의 눈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다. 이름은 AI. 예전에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신기해했다. 이제는 다르다. 공기처럼 스며들어 있다. 메일을 쓰고, 회의를 정리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까지도 AI는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AI가 시간을 절약해주고 효율을 높여준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도 생긴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일까?"


 책은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휴먼 엣지라고 말한다. 질문을 던지는 능력, 맥락을 읽는 능력, 사람을 설득하고 관계를 만드는 능력.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사람이라는 문장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요즘 들어 부쩍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낀다. 책 속 '하프 시그널'이라는 키워드가 묘하게 와닿은 이유다. 갱년기를 질병이 아니라 인생 후반전의 신호로 바라보자는 시각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는 처음으로 늙어감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세대인지도 모른다. 피부를 관리하고 운동을 하고, 때로는 죽음을 준비하며 삶을 돌아본다. 예전 같으면 감추었을 이야기들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꺼낸다. 나 역시 그 변화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오래 남은 키워드는 단연 '해봄경제'였다. 완벽하게 준비한 뒤 시작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책은 말한다. 대신 작게라도 먼저 해보라고 한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생각해보니 최근 몇 년간의 내 삶도 그랬다. Copilot을 써보기 전에는 과연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써보면서 배웠고, 머릿속 설계보다 부딪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었다. 백 번 생각하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것이 낫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반대로 요즘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키워드는 '권태사회'인지도 모르겠다. 짧고 강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쉼 없이 추천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족은 오래가지 않는다. 새로운 자극은 끊임없이 밀려오지만 마음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여백 없이 살아왔다. 퇴근 후에도 무언가를 보고, 듣고, 배우고, 정리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정작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휴양림의 숲길을 걷던 시간, 아들과 미술학원 작품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 같은 것들이었다.


 말랑이와 왁뿌볼, 키캡 같은 촉감 완구를 좋아하는 초등학생 아들을 보며 유행의 속도를 배운다. 두쫀쿠와 버터떡 같은 낯선 단어도 아이를 통해 알게 된다.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유행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를 그리워하는 '아네모이아'라는 단어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속도가 중요한가, 깊이가 중요한가. 시대는 끊임없이 속도를 요구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깊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트렌드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AI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조직은 변할 것이고 직무는 재편될 것이다.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바이브 워킹의 시대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AI와 사람을 엮어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특히 직장인으로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바로 '바이브 워킹'이었다. AI를 잘 쓰는 사람보다 AI가 일할 수 있도록 맥락을 설계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배치라는 말. 권한을 얼마나 주는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위임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말. 결국 앞으로의 리더십은 지휘력에 가까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의외로 아주 느리고 인간적인 이야기였다. 알고리즘이 정교해질수록 우연은 희소해진다. 캘린더에 일정을 박제하고 AI가 다음 날 아침을 브리핑해주는 세상에서 우연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그러나 내 삶의 소중한 기억들은 대부분 계획하지 않았던 순간에 찾아왔다. 그래서 준비에는 최선을 다하되 우연 앞에서는 겸손해지고 싶다. AI가 기억을 대신하는 시대에도 무엇을 기억할지 결정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AI가 추천하는 시대에도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AI가 결과를 만들더라도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트렌드코리아 2027」은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라기보다 변화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트렌드의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 속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만 살 것을 요구하는 시대에 이 책은 오히려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가, 무엇을 끝까지 지켜야 하는가.


 AI와 함께 일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그 속에서 앞으로의 시장도, 사회도 발견하겠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장을 덮는 순간, 당신 역시 작은 것이라도 먼저 해보고 싶어질지 모른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Alpha Sheep, 불확실한 시대를 가장 자기답게 건너가는 사람의 첫걸음일테니 말이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


#미자모#트렌드코리아2027#김난도#전미영#최지혜#권정윤#한다혜#이혜원#이수진#서유현#전다현#이준영#이향은#김나은#문지수#미래의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