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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터 - 나는 AI로 인생을 바꿨다
비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평점 :

요즘은 어디를 가나 AI 이야기다. 마치 AI를 모르면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한다. 솔직히 그런 분위기에 조금은 피로감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이 새로운 도구를 내 일에 어떻게 써야 할지, 또 어디까지 믿고 맡겨도 될지 궁금하다.

이 책은 그런 사람을 위한 책이다.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거창하게 예언하지도 않고, 어려운 기술을 설명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주 평범한 사람이 AI라는 도구를 손에 쥐고 자기 일을 조금 더 잘해보려 애쓴 기록에 가깝다.

저자는 2년 가까이 AI를 매일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쌓인 경험 끝에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결과를 바꾸는 것은 AI의 성능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태도라는 것.

우리는 흔히 AI에게 "해줘"라고 말한다. 그러면 AI는 그 정도 수준의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내 상황을 설명하고, 왜 필요한지 알려주고,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이야기하면 답은 완전히 달라진다. 생각해보면 사람과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내 사정을 모르는데 어떻게 정확한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CRAFTER라는 틀도 결국 같은 이야기다.

겉으로 보면 프롬프트 작성 공식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좋은 질문을 만드는 습관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메일 하나 써줘." 보다 "나는 SCM 담당자이고, 공급 지연 이슈로 글로벌 팀에 메일을 보내야 한다.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액션을 요청하는 메일을 작성해줘."가 더 좋은 답을 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AI를 잘 쓴다는 것은 결국 AI를 조종하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아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AI가 인생을 바꿔주기를 기다리지 말라는 말이었다. AI는 알아서 길을 만들어주는 마법이 아니다. 다만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알고 있을 때 훨씬 빠르게 데려다주는 도구다. 그 방향은 결국 사람이 정해야 한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무엇이 중요한지 결정하는 일까지 AI가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계속 이야기한다. AI를 배우려고만 하지 말고 써보라고. 잘 몰라도 먼저 질문해보고, 틀리면 다시 물어보고, 고쳐보고, 또 시도해보라고. 수백 번의 시도 끝에 쌓이는 것은 지식보다 감각이다. 어떤 맥락을 줘야 하는지, 무엇을 빼고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 어떤 답이 좋은 답인지 알아보는 눈 말이다.

책을 덮고 나니 결국 AI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책처럼 느껴졌다. 도구는 계속 바뀔 것이다. AI 다음에 또 다른 무언가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 도구를 만나면 일단 써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계속 시도하는 사람의 태도만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AI 시대의 경쟁력도 기술이 아니라 그런 태도인지 모른다.

책을 읽고 나서 AI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은 편안해졌다. AI를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내가 해온 일, 쌓아온 경험, 수없이 고민하며 내린 판단들은 여전히 내 몫이다. AI는 그것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더 멀리 펼쳐주는 도구일 뿐이다.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내일도 한번 더 질문해보려 한다. 어쩌면 변화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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