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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평점 :
며칠전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인도 뉴델리의 플라스틱 쓰레기 산의 모습과 그곳에서 메탄가스가 자연발화하며 화재가 발생하는 모습 그리고 아프리카 가나의 중고 옷시장과 그 옆으로 흐르는 옷쓰레기 강과 그 위에서 먹이를 찾는 소의 끔찍한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그리고 현재 바다의 거대한 쓰레기 섬을 보며 우리가 쓰레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한번 경각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레 쓰레기의 역사에 관심이 생겨 이 책을 손에 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쓰레기 경제의 전문가이신 저자님은 쓰레기 발생의 역사와 자본주의 경제와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밝히고자 이 책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근대 이전, 산업시대, 대량소비의 시대 3부로 나누어 쓰레기와 함께 한 인류의 역사에 대한 사실들을 말해주고 있다. 각 부에서는 쓰레기에 대한 당대의 정의와 각 도시가 쓰레기와 공존한 방식,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고 처리한 방식, 그리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정치적 조치를 다룬다.
쓰레기의 역사는 기원전 1만 년전에서 기원전 6000년전 사이, 인류가 한 장소에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초기 역사의 쓰레기 문제는 인류가 더 큰 공동체를 이루고, 도시가 형성되면서 새로운 장으로 접어들었다고한다.
영화 <향수>를 보면서 300여년전 프랑스 파리의 모습을 보며 쓰레기장과 같은 과거 파리의 충격적인 모습에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18세기까지만해도 상하수도 시설이 거의 없어서 오물을 거리에 함부로 버리고 대소변과 음식물 쓰레기들이 뒤엉켜 고약한 악취가 났고, 베르사유궁에도 화장실이 부족해서 똥을 피하기 위해 하이힐이 개발되었다고 들었다.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도시 인프라가 부족해서 즉, 인분, 말똥, 각종 쓰레기의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콜레라가 창궐하게 되면서 도시 위생 문제가 부각되었다고 한다.
더러웠던 도시를 깔끔하게 유지하기 위해 쓰레기와 배설물을 수거하고 운반하는 체계를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되었는데 노동 생산성이 낮았던 전근대 시대의 쓰레기 문제와 달리 18세기 후반에 세계적인 도시화 열풍이 불면서 빠듯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중고품 거래가 활발했다. 세계 2차대전 이전에는 광범위한 범위에서 재활용과 재사용이 일반적이었고 거의 항상 스스로 작동했다면 2차대전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다. 가정 쓰레기 수거와 재사용이 점차 줄어들다가 1960년대에 거의 사라졌고, 폐기와 소비는 점차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쓰레기 증가에 영향을 미쳤으며 물건을 고치거나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방법 또한 사라져갔다.
도시를 쓰레기에서 해방시키는데 크게 공헌한 스케빈저, 권력 중심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빈곤한 사회의 재활용, 사회주의의 재활용, 전쟁으로 인한 물자 부족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었던 전쟁 재활용 등을 비롯하여 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성, 쓰레기 무역 이야기, 계획적 진부화(전자 기기를 얼마 못 가 고장이 나도록 설계해 소비자가 새로 사게 만드는 전략이 있다는 주장) 이야기 등 모두 흥미로웠다. 특히 식민주의가 위생의 근대화를 불러왔고, 식민지를 지배하기 위한 주요 기술로서 도시 개혁 방안이나 위생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졌다는 점에서 모든 환경문제는 다른 것과 복잡하고 긴밀하게 얽혀있음을 알게되었다.
도시의 성장은 소비 방식을 변화시켰고, 쓰레기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전에는 위험물질과 위험성, 특히 오염, 미생물, 해충, 쥐가 존재하는 장소로 제한되어 전염병 예방에 중점을 둔 위생관점이었다면 1960년대부터는 환경 문제로서 쓰레기를 대기, 수질, 토양 오염의 원인으로 보는 관점이 자리를 대체했다. 상업화된 질소 비료와 같이 도시에서 재사용해온 물질을 대체할 화학 물질이 점차 개발되면서 플라스틱은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가치 사슬과 소비 형태의 변화, 삶의 물질적 기반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수많은 재화를 대량 생산하고,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이득을 얻는 과정 뒤에는 쓰레기가 존재한다. 효율성 증가에 집중하느라 어쩔수 없이 포장에 의존하고, 수리할 필요가 없는 물건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오늘날의 경제 체계는 점점 더 복잡해져가는 물질을 통해 다양한 방면으로 환경을 오염시킨다. 농업이 쇠락하고 슈퍼마켓을 통한 재화의 공급이 증가하면서 쓰레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지금 도시 인프라 건설과 쓰레기 연구는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쓰레기가 우리 인간에게 어떠한 문제를 가져왔고, 인간이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왔으며, 이러한 대처방안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느낌의 훌륭한 논픽션책이다. 인간이 더럽고, 성가시고, 위험하고, 쓸모없다고 정의하고 버려지는 물건에 초점을 맞춰 쓰레기와 부의 관계, 쓰레기가 생성되는 구조의 변화, 쓰레기의 발생과 처리과정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만든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우리가 그동안 쓰레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처리해왔는지 알게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회가 물건을 재생산하고 소비재를 공급하는 방식과 연관하여 쓰레기가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람, 동물, 환경은 하나로 연결되어있다. 시장의 합리성과 환경 보호 운동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분명 비현실적이지만 회색지대에 놓인 이 쓰레기 문제를 과거의 방식으로는 감소시킬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것 만으로도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저자님은 말씀하신다. 인간의 초기 역사부터 오늘날까지를 훑어보며 쓰레기가 도시 미관에 관한 문제에서 세계적인 환경 문제로 부상하게 되기까지의 연대기를 그리는 쓰레기 역사책이 발간되었다. 이 책과 함께 우리의 일상을 간편하게 만들고, 시간과 노동을 덜어주는 오늘날의 쓰레기 문제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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