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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5 - 2025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9월
평점 :
해마다 가을이면 은근히 기다려지는 책, 23년 직장인으로 살면서 당연히 읽어야 마땅한 책이라 느껴지는「트렌드코리아 2025」을 올해도 어김없이 손에 들었다.
세상을 사는 소중한 덕목이 무엇인지 흔들리는 요즘이다. 산업마다 '판'이 근본부터 바뀌는 끊임없는 혁신의 시대를 살면서 멀미가 날 지경이라 어떤 선택을 하며 살면 좋을지 조언을 듣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트렌드코리아 2025」의 10대 키워드는 1>벼리(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놓는 줄,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가 되는 트렌드 '옴니보어', 2>경제적 정체 상황에서 비롯된 미시적 트렌드 '아보하', '무해력', '원포인트업', '토핑경제', 3>인구 기술 환경적 변화에서 촉발되는 거시적 트렌드 '그라데이션K', '기후감수성', '물성매력', '페이스테크','공진화전략' 이렇게 세가지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2024년의 대한민국 트렌드를 돌아보며 정리해보고, 2025년에는 어떤 트렌드들이 있는지 살펴보며 2025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제시한다.
뇌빼드(뇌를 빼놓고 봐도 되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즐겨본 나를 필두로 맵부심(매운맛+자부심)을 즐기고, '탕탕, 후루후루' 틱톡 뮤직을 따라부르는 초4아들, 중국 초저가앱 사용 비중에 일조하고 있는 우리집 체리슈머 남편(텀블러의 고무패킹까지 알리깡), 빅사이즈옷을 테무깡하는 친구 남편, <나는 SOLO>를 차용한 '나는 절로'에 지원한 가잼비를 추구하는 펀슈머(Funsumer) 회사후배, 회사부서에서 진행하는 릴레이 커피챗,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된 '갤럭시 S24'를 예약구매한 회사 친구, 스마트워치 줄질하는 친구, '지비츠'로 크록스 커스터마이징 신꾸를 즐기는 친구 등이 떠오르며 요즘의 트렌드들을 실감나게 읽었다.
소비 트렌드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내가 어떤 시절을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며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예를들어, AI기반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이미 개별업무에 직접 활용하고 있고, 비즈니스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해 '딥엘(Deepl)'을 사용하고 있는지라 호모 프롬프트가 되어가는 나의 현실을 트렌드 키워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상의 업무에서 AI를 사용하며 활용범위를 점점 넓혀가는 요즘인지라 암묵적 지식을 가진 나를 아직도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이겠구나 싶었고,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느끼는 요즘이라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Pascal Bruckner)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AI가 인간에 비해 암묵적 지식이 떨어진다. 현재는 인간의 판단 능력이 AI보다 훨씬 뛰어나다.
암묵적 지식이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쌓인 지혜로, 인간이 가진 복합적인 판단 능력을 말한다.
AI를 활용하되 좋은 판단을 위해서는 인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인간은 복합적인 인과적 추론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 뜻이다.
현대인은 모두 바쁘지만 빠르게 반복되는 일상이 곧 '잘 살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시간과 비용의 최적화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지만, 개인적 차원에서는 잠시 멈추고 사색할 수 있는 여유의 시간도 필요하다. 성찰의 순간이 곧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판단력을 확보하는 생산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잘 살기 위한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가? 효율인가 성찰인가?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요즘 인구학적 특성보다 취향의 공유가 더 중요한 시대임을 느끼던 중이라 옴니보어(omnivore,잡식성,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 특정 문화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문화 취향을 가진 사람, 주어진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소비스타일을 가진 소비자) 키워드가 마음에 쏙 들어왔다.
인생의 각 시기마다 적합한 생애 과업과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순차적 인생 모형(sequential model of life)'이 시대에 뒤처진 사고방식이 되었다. 인생 시계가 늦춰지며 학업, 취업, 결혼, 출산 등의 생애 과업이 개인의 선택이 되면서 이제는 옴니보어 라이프스타일이 자연스럽게 필요해진 시대임을 실감한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되면서 세대 간, 집단 간 교류가 중요해진 이 옴니보어 시대를 살면서 작더라도 확실한 CoG(Center of Gravity, 무게중심, 적의 전투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힘의 중심)을 가진 '마이크로 세그먼트' 를 공략해야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기존의 인구학적 특성을 기준으로한 세그먼트가 아니라 옴니보어 시대에 개성과 관심에 따른 CoG타깃 접근법이 마음에 든다. 이제 시장도 조직도 더 이상 전형적이지 않으니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상식을 재정립할 때라는 말씀이 크게 공감되었다. e스포츠를 즐기는 친구 아들과 '발로란트'게임도 한번 해보고, 출근길에 보이던 축구 유니폼을 즐겨입는 중고생들처럼 나도 블록코어(blokecore)스타일로 입고, 어른들을 위한 직업 체험 행사 '키즈아니야'도 한번 체험해보아야겠다.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 유튜브 채널 '인생 녹음 중', 명품 립스틱대신 고품질의 기능성 치약을 구매하며 남에게 과시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소비, 뜨개질, 필사, 세줄일기, 감사모아앱 등 나만의 피난처를 찾는 트렌드 케렌시아, 원영적 사고, 흥민적 사고, 행복한 몽쉘, 행운이 쑥쑥 라떼 등도 기억에 남았다. 책이 이렇게 철학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구나 싶었는데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상태를 이르는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이야기 역시 마음에 와 닿았다.
지구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된 것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환경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행복도 그런 것이 아닐까? 너무 불행한 것도, 너무 행복한 것도 바라지 않는, 중용의 절제를 아는 삶의 태도 말이다.
내가 가장 관심이 많은 키워드 '기후감수성'은 낚시, 캠핑, 겨울 스포츠를 같이 즐기는 친구가족과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함께 읽었다. 모두 낚시쟁이들이라 정확한 날씨 예측을 위해 날씨어플과 물때어플 등을 수시로 보는데 체코의 윈디닷컴(Windy.com), 노르웨이 YR 등 외국산 날씨 앱들은 너무나 친숙했고, 포충기, 해파리떼 습격, 금징어, 난기류로 인한 기내 컵라면 서비스 중단, 쿨케이션, 패시브하우스, 양궁 대표팀의 나노 쿨링 필름, 식목일 변경 검토, 기후 수학능력시험, 송곳폭우, 프레퍼족, 종말키트 등의 키워드로 퀴즈를 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니 더 기억에 남았다.
환경 변수가 상수가 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려면 푸른 뱀의 해 2025년에는 환경 적응과 자기 혁신이 핵심이라고 한다. 대응이 어려운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뱀이 가진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으로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며 작은 노력이라도 꾸준히 계속하면서 실천 가능한 자신만의 밸류업을 시작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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