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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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를 둘러싼 비밀과 사라진 아이들에 관한 진실

7권의 모든 작품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린 심리 스릴러 소설의 대가임을 입증한 라일리 세이거 작가님의 신작 마지막 거짓말을 만났다. 아이들이 사라진 나이팅게일 캠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리고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중단되었던 캠프가 15년 만에 다시 열리고 그곳을 다시 찾게 된 에마는 어떤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지금은 신예 화가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에마 데이비스. 그녀의 그림 속에 아무도 모르게 숨겨진 세 사람의 흔적, 그것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그녀의 방법인지도 모른다. 15년 전 가게 된 나이팅게일 캠프에서 같은 오두막을 썼던 비비언, 내털리, 앨리슨이 사라지고 난 뒤 홀로 남게 된 에마. 에마는 범인으로 의심받기도 했었다. 그런 일을 겪었던 에마의 일상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면서도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녀 자신이 그곳에서 했던 거짓말들은 더더욱 그랬다.

그렇게 15년이 흘러 만나게 된 프래니는 그녀에게 다시 열리게 되는 나이팅게일 캠프에 와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내가 에마와 같은 상황에서 그런 부탁을 받는다면 어땠을까? 15년 전 겪은 기억 속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범인으로 오해받는 상황에서 범인임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에서 더더욱 그곳을 피했을 거 같다. 하지만 에마는 그곳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6주간 보내게 될 나이팅게일 캠프 이번에는 순조로울까?

15년 만에 찾은 나이팅게일 캠프장. 그곳에서 만난 15년 전의 사람들. 그리고 에마의 말 한마디로 범인 취급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다시금 기운을 차려 의사가 되었다는 테오. 에마는 테오를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15년 전 첫눈에 반했던 남자를 자신의 말 한마디로 그의 삶은 힘들었고 그 시기를 지나 만나게 된 것이다. 에마는 자신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15년 전 묵었던 오두막에서 찾은 비비언의 지도를 따라 찾게 된 비비언의 일기장을 읽으며 비비언이 찾고자 했던 진실이 무엇인지 조사하게 되는 에마.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또다시 사라진 비비언의 환영이 보이기 시작한다. 에마의 눈에만 보이는 비비언의 환영으로 에마는 정신 나간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되고, 그녀와 함께 오두막에 머물던 세 명의 소녀가 15년처럼 또다시 사라지게 되면서 에마는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그녀가 15년 전 했던 거짓말로 인해 바뀌어버린 상황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곳을 찾았던 것인지도 모를 에마. 에마의 기억과 비비언의 일기장이 가리키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몰랐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어느새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라일리 세이거가 심리 스릴러의 대가라고 불리는 이유를 이 한 권으로 단번에 증명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이 되는 《마지막 거짓말》이다. 다른 등장인물은 모르는 에마의 마음을 읽어나가면서 에마가 되어가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런 착각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힘을 주었다. 라일리 세이거 작가님의 다음번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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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굼굼하우꽈? - 신화 따라 제주 여행
김영숙 지음, 나오미양 그림 / 풀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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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품은 놀라운 이야기, 신화 따라 제주여행

우리는 어릴 적부터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전래 동화로 옛날이야기를 읽으면서 익숙하다. 구전된 이야기라 책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비슷하다. 오늘은 우리나라이지만 자주 가볼 수 없는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치 제주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제주가 굼굼하우꽈?》에서는 제주의 산, 제주의 들, 제주의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신화적인 놀라운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 않다. 신화 속 인물들이 이야기하는 제주와 함께 제주의 이곳저곳을 만날 수 있다.

아이가 먼저 책을 읽어보더니, '제주도는 육지와 떨어져 있어 사투리가 마치 외국어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삼무 삼다도로 불린다는 특징도 있다. 제주도는 맛있는 음식이 있고, 멋진 지형이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는 제주도에서 인기 있는 인물은 김만덕이라고 생각한다. 김만덕이 아니었다면 제주도 사람들을 살릴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라고 간략하게 책을 읽은 내용과 자신이 알고 있는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주었다.

제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한라산이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한라산에 얽힌 신화하면 설문대 할망 신화를 빼놓을 수 없다. 몸도 크고 힘도 센 설문대 할망의 방귀로 만들어지게 된 섬인 제주도가 불꽃이 번지자 불이 나면 안 된다며 열심히 흙을 퍼 담아 만들면서 봉우리를 떼어 던져버린 것이 바로 한라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전해진 가슴 아픈 설문대 할망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생소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문도령에게 반해 자신이 여자임을 숨긴 채 남장으로 하고 함께 글공부를 하면서 배움을 한 지 3년. 문도령은 자청비가 여자가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되고 자청비의 기지로 그 의심을 잠재운다. 하지만 자청비는 문도령이 하늘로 올라가기 전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문도령으로부터 박 씨 하나와 머리빗 반쪽을 사랑의 징표로 받게 된다. 문도령을 다시 만나러 가는 여정 속에서도 문도령에 대한 사랑은 커졌고, 서로 만나 행복을 누리기에도 시간이 짧음을 느끼지만 자청비는 땅에 살고 싶다며 내려가기 전에 하늘에서 얻은 곡식의 씨앗을 뿌리게 된다. 그리고 그 씨앗 중이 하나가 바로 메밀이다. 제주에 메밀이 많이 피는 이유가 자청비의 신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너무 재밌었다.

바다에 사는 게 싫었던 이무기는 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용이 되어 오르다 결국은 신령의 화살에 맞고 죽게 된다. 그 와중에도 억울했던 이무기가 바위로 남았다고 한다. 바로 용의 머리만이 바다 위로 솟은 용두암이 그것이라고 한다. 제주 이곳저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만나면서 제주에 여행을 가고 싶어지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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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팜파스 그림책 15
김우영 지음 / 팜파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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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스마트폰 포니와 함께 하는 미지의 일상.

하루의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과 함께 한다. 일어나야 할 시간을 맞춰둔 알람시계의 기능을 시작으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해보고, 지금이 몇시인지까지 확인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던 기억은 추억속으로 묻어둔지 오래다. 이렇듯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일상에 문제는 없을까? 그런 궁금함을 알려줄 책이 바로 《포니》다.

똑똑한 스마트폰 포니는 미지의 하루를 깨운다. 알람으로 일어날 시간을 알려주고 등교 시간을 계산해 식사시간을 조절하기까지 한다. 포니는 어떻게 그런 예상까지 할 수 있을까? 포니의 몸속에는 알고들이 미지를 온종일 지켜보며 미지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계획해 준다. 어쩌면 미지를 미지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존재가 포니일지도 모른다. 포니는 미지가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까지 다 알고 있다.그리고 미지의 얼굴 표정을 보고 기분을 짐작하기까지 한다.

미지의 일상은 포니의 계획에 따라 흘러간다. 포니가 등교시간이 늦을꺼라며 등굣길에 빵을 먹으라고 한 말에 빵을 물고 자전거를 타고 나서는 미지. 빵을 먹으며 좀더 빠른 길로 가던 미지는 결국 체하고 만다. 이른 시간이라 병원이 문을 열지 않았을꺼라며 가방에 넣어둔 약을 먹으라고 하고, 이미 늦었으니 기분을 바꿀겸 등교대신 놀이터에 가기도 한다.

미지의 일상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변수들로 완벽한 하루일줄 알았던 하루가 엉망이 되었다. 미지는 포니가 자신에게 알려주는 것들에 대해서 궁금해졌고 포니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포니가 하라고 하는대로만 하는 미지의 일상. 그것이 정말 미지의 일상이고 삶일까? 미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하고, 해야할 일을 계획하기 위해 포니의 설정을 바꾸게 된다. 포니는 미지에게 단순히 알람시계의 역할을 하거나, 아침준비를 하는 일을 거들뿐이다.

언제나 함께하던 포니와의 등굣길이 아닌 처음으로 혼자 나서는 미지의 등굣길은 순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지에게 닥친 위기의 순간에 대응하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하든 판단해나가면서 스스로의 일상을 선택하게 될것이다. 그런 미지의 하루가 포니와의 완벽한 하루와는 거리가 멀지 모르지만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미지 혼자 나아갈 하루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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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 사랑의 내공을 높이는 64편의 인문학적 사유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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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주의자에서 둘도 없는 사랑꾼이 된 어느 인문학자가 전하는 우리가 사랑할 때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우리의 삶에서 사랑을 빼고 논할 수 있을까? 가난 속에서 피어나는 것도 사랑이요,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을 시작하기도 쉽지 않지만 시작한 사랑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어려운 사랑을 우리에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바로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이다. 독신주의자였다는 인문학자인 저자가 책의 제목에까지 아내를 언급할 정도로 사랑꾼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랑과 그의 생각을 만나보자.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은 단순히 인문학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저자가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기까지의 과정과 현재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갔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인문학을 우리와 밀접한 사랑과 연관 지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내온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쳐 함께하는 삶을 살아간다. 서로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짧은 시간을 함께 해도 두 사람의 관계는 영원히 지속되기도 한다.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어서다. 서로가 알지 못하는 시간 동안의 상대방에 대한 모습마저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두 사람을 묶어줄 수 있는 것이다.

사랑과 결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p.56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지금의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간순간 나의 희생과 헌신으로 내가 사라져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용기가 아닌 호기로움으로 시작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호기로움도 용기가 아닐까. 때로는 내가 사라져가는 자존감조차 바닥을 치기도 하지만 어느새 다시 나의 자존감은 올라간다. 나의 희생과 헌신이 보상받는 순간이다. 나는 오늘도 나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상대방의 자존감은 어떻게 높여 줄 수 있을까?
상대방을 바라보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감사하고, 그 마음을 매일 표현할 때 상대방은 물론 내 자존감까지 높아진다. 그렇게 부부는 서로 닮아간다. p.172

항상 기분 좋을 수는 없다. 기분이 안 좋아진 내색을 둘 중 하나라도 보이면 왜 기분이 좋지 않냐고 바로 묻기보다 기분 좋아지는 말로 기분을 풀어준다. 서로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주면서 서로를 보듬어 준다. 그러다 보면 자존감 또한 상승한다. 서로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이야말로 자존감이 더없이 상승한 순간이 아닐까? 작가님께서 이야기하시는 사랑의 본질을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사랑도 노력을 해야 하고 노력으로 유지됨을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읽으면서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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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호 아이 - 이수경 작가가 들려주는 용기와 희망의 동화
이수경 지음, 오상민 그림 / 명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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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작가가 들려주는 용기와 희망의 동화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가슴 따스해지는 책을 만났다. 동화를 읽다 보면 내 마음도 아이의 마음에도 사랑이 번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203호 아이》에 담겨있었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아쉬운데, 아이들에게 시련과 고난이 닥치니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런 책 속의 아이를 보면서 친구관계에 힘들어하는 아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힘들어하는 아이. 그런 관계 속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아이. 이 책이 우리 아이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모르는 번호는 받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주저하다 받게 된 한 통의 전화. 그 전화로 지우는 유빈이가 된다. 원래 번호를 쓰던 손주 유빈과 통화하려고 전화를 한 할머니의 따스한 사랑과 걱정이 너무 좋았던 지우는 할머니와 통화하는 순간에는 유빈이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런 지우가 안타깝게 느껴진 것은 바쁜 엄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낯선 할머니께 느꼈다는 것이었다. <신지우 그리고 장유빈>은 주변에 사랑이 부족한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면서도 할머니와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지우의 마음이 사랑스러웠다.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강아지 산책을 하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혹시나 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 느끼게 된다. 입마개를 하지 않고 몸집이 큰 개가 지나갈 때면 가던 길조차 멈추게 된다. <산책길 할아버지>이야기 속 할아버지도 그런 두려움에 산책 나온 개들을 향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곤 하셨다. 하지만 우연히 키우게 된 체리라는 강아지를 보면서 새로운 마음이 생겨났다. 할아버지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강아지 체리로 다정한 마음이 생겨난 것이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각자 살기 바빠진 사람들, 그 속에서 소외된 어르신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 이야기였다.

고시원 203호에 살고 있는 정우. 정우는 고시원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정우와 아빠가 그곳에 살고 있는 이유는 정우를 낳다 머리를 다친 엄마의 병원과 가까워서였음을 알게 되니 마음이 아팠다. 게다가 정우 아빠가 사고를 당하게 되었을 때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정우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정우의 주변에는 다정한 이웃이 있었다. 정우의 공부 과외 선생님이 되어주는 고시원 총무 삼촌과 슈퍼 아줌마가 기꺼이 내어준 방. 정우의 아빠가 깨어나고 정우는 이웃의 사랑을 느끼던 <203호 아이>였다.

"공주님, 나다운 게 가장 아름다운 거야. 곱슬머리가 얼마나 좋은데 그래? 제아무리 유명한 미용사라도 이렇게 자연스러운 웨이브 못 만들걸. 더구나 까무잡잡한 피부는 단단해서 상처에도 강하고, 멍도 잘 안 들어. 엄마 좀 봐, 여기 모서리에 긁힌 데도 말짱하잖아." p.144 <가장 나다운 것>

자신의 곱슬머리도, 까무잡잡한 피부도 아이들의 놀림 대상이 되어버리는 지은은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어진다. 하지만 그런 지은에게 엄마는 나다운 것이 가장 좋은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런 엄마의 말에도 지은은 자신의 곱슬머리를 펴고 까만 피부를 가리기 위해 화장을 하고 학원에 갔다. 그곳에서 만난 친한 친구인 은지는 웨이브를 하고 나타났다. 은지는 지은에게 지은의 그런 모습이 부러웠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신에게는 불평의 대상도 다른 사람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가장 나다운 것이야말로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야기였다.

《203호 아이》에는 11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짧지만 오랜 여운을 가져다준다.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고전적인 감정일지도 모를 감정이 이야기들에 녹아있어 읽는 내내 용기를 심어준다. 그리고 어려운 친구와 이웃을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배려하는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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