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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타 이슬라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남진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평점 :
흥미진진한 음모, 놓쳐버린 기회에 대한 매혹적인 스파이 스릴러
은폐와 거짓말에 기초한 결혼을 바라보는 심오한 고찰
2022년 향년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수많은 명작을 남긴 스페인 현대문학의 거장 하비에르 마리아스. 편독을 하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작가이기도 하고, 수많은 상을 수상했던 작가라는 이야기에 사실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다. 상을 받은 작품은 왠지 어렵다는 나의 고정관념과도 같은 생각이 강해서였다. 하지만 책을 펼쳐들고서 하비에르 마리아스 작가님의 세련된 문장을 읽으면서 나의 고정관념은 점점 옅어져갔다.
《베르타 이슬라》는 한 남자와 한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두사람의 삶에 대한 것을 보여준다. 어릴적부터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끼며 토마스 네빈슨과 베르타 이슬라는 그 인연을 끝까지 이어갔다. 서로가 떨어져 있는 시간에서 조차 옆에 있다는 마음으로 살았던 두사람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온전히 다 알 수는 없다. 내가 알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아니고, 그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이 나의 모든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결국 우리는 타인이기에, 누군가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각자만의 사정을 숨기며 우리는 살아간다.
토마스 네빈슨에게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덮기 위해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을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 그 일에 대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베르타 이슬라와의 이른 결혼 생활을 시작했으면서도 그는 잦은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한다. 업무상의 일이라는 이유로 베르타 이슬라와 떨어져 있는 시간들, 그리고 토마스 네빈슨을 믿고 지내는 베르타 이슬라.
내 인생이나 그의 인생, 그리고 사실 수많은 다른 사람들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제자리에 서서 기다리고만 있는 인생에선 이런 일은 아주 흔한 일이다. p.745
토마스 네빈슨에 대한 믿음으로 지내고 있던 베르타 이슬라에게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간이 닥쳐오고, 그와 연락조차 닿지 않는 시간들이 더 불안하게 만든다. 토마스 네빈슨이 하는 일은 아내인 베르타 이슬라에게조차 털어놓아서는 안되는 것이었기에. 그리고 그런 그가 하는 일이 스파이와도 같은 위험을 떠안아야 함에 베르타 이슬라는 초조할 수 밖에 없다. 그와 연락이 되지 않는 시간이 더 많았기에, 그리고 그가 돌아올때까지는 어떠한 연락조차 건넬 수 없는 관계. 그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들 속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베르타 이슬라는 살아간다.
토마스 네빈스이 사라진 십여년의 시간동안 그녀는 그녀의 자리에서 그의 소식을 기다리며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어떤 소식도 전할 수 없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녀를 잊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에게 돌아갈 수 없는 그. 오랜 시간 후에 다시 돌아간 그녀의 곁은 더욱 낯설기만 했다.
베르타 이슬라는 독자들에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 국가의 필요와 강요가 망가트린 개인의 삶, 애국심의 의미, 전체 사회의 이익과 개인의 삶, 배신과 이중성 그리고 기만. 이에 더해 어둠 속에 던져진 삶에 대한 두려움, 토마스가 보여주는 다중적인 정체성, 생존에 대한 욕구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사람도 죽일수 있는가, 선과 악의 경계는 어디인가 등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p.754 ~ p.75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