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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의 형태
홍정기 지음 / 서랍의날씨 / 2023년 12월
평점 :
여섯 개의 사건, 여섯 개의 미궁, 그리고 여섯 개의 살의
살의,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증오. 그런 마음을 느낀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책의 띠지에 적혀있듯이,
누구나 한 번쯤 살의를 꿈꾼다. 실행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일 뿐.
누군가를 증오하고 죽이고 싶은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더욱 이해가 갈 살의의 형태를 만났다. 범죄 이야기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이 즐비하는 가운데 그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살의도 인간의 욕망, 이기심으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된다. 살의의 형태 또한 우리의 그런 이기심을 보여주면서도 예상치 못한 작가님의 트릭과 마주하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리뷰어이자 소설가라고 소개하신 소개 글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자신이 읽은 글에 대한 느낌을 남기시는 홍정기 작가님.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볼 때 소설을 즐기면서 자신의 소설을 쓰고 계시는 작가님이시라 동경의 대상이시다. 전작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기대감도 있었을 것이고, 어떤 트릭으로 반적을 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을 것이다. 작가님의 이력에 맞춰진 한편의 살의가 작가님의 전작을 읽은 입장에서는 조금은 색달랐다. 직설적인 표현과 반전을 꾀하는 작가님도 이런 감정을 실제로 느끼셨던 것일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마치 실제로 작가님께서 이런 일까지 하셨던 것처럼 ' 픽션이 아닌 실화임을 언급합니다.'라는 구절만으로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영광의 살의>는 실제로 누군가의 작품을 가져가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출판하는 사람이 정말 있다면, 아니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소설을 출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을지 가늠해 볼 수 없는 시간을 함께 한 작품이 누군가에게 도둑맞는다면 어떨까? 충분히 살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인생을 바꾸어줄 작품으로 화려하게 데뷔하고팠던 신인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아이디어를 훔쳐 작품을 출간한 박하나를 향한 살의. 그런 작품에 대한 살의를 느끼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도 전에 죽이고 싶었던 마음. 그런 마음을 충족시켜줄 살인을 져질렀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과 마주한다면 어떨까? 자신의 살의 기록마저 남겨 소설로 출간하고 싶었던 소설가 지망생 A와 B의 마음이 이해가 갔던 소설이었다.
여섯 가지 사건 중에서 세 가지 사건에 등장하는 형사 영섭과 그의 파트너 우성은 작가님 다음 작품에도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긴다. 일에 쫓겨 두 딸들과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던 영섭은 딸들을 돌보다 같은 아파트에 발생한 사건에 관심이 생겨 그 사건의 주변 인물들 조사를 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 피해자의 모습에서 기이함을 느끼고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던 와중에 알게 된 진실과 범인은 지금의 현대사회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층간 소음만으로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서 갈등이 심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였어도 살의를 느꼈을 것 같은 소재를 선택하여 풀어나가신 작가님의 이야기에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작처럼 <보이지 않는 살의>에서는 작가님의 작품을 언급해서 읽어보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고 있는 독자에게는 반가움을 선사했다. 작가님의 작품 스타일이 가장 강했던 살의의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 살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제목처럼 인간의 시기, 질투는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시기의 살의>는 제목에서 예상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우리가 이용하는 중고 앱과 함께 범죄를 엮어낸 이야기였다. 동시에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할지라도 상대방이 모르는 질투심은 살의마저 느끼게 한다는 섬뜩함을 가져다준 이야기였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내년에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과 내년을 기다리게 되는 설렘이 동시에 느껴졌던 《살의의 형태》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