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를 구성하는 전문가, 행정가, 실연자의 각기 다른 입장과 시각을 예리하고 차분하게 묘사한 리얼 다큐 《먼 빛들》에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조용하지만 담대하게 현실을 밟아가는 대학교수 여은경, 정치조직 논리와 평범한 직업인 사이에서 고민하는 행정가 최민선, 자유로운 창작을 꿈꾸지만 관가의 행정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전시기획자 표초희. 세 사람이 각자 처해있는 치열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현실에서 자신만의 빛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교수를 했지만 나이 드신 어머니가 편찮아지신 것이 신경 쓰였던 여은경은 오랜 자유로운 생활을 청산하고 부모님과 다시 살게 된다. 개강하기 전 방문한 곳의 느낌은 그다지 살갑지 않았다. 여은경은 모든 것이 운명처럼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는 반면 그녀의 아버지는 그것이 타인의 고마움으로만 해석되는 것이 불편했다. 늦은 밤 목격하지 말았어야 할 것을 목격하고 그것에 대한 것을 개선하고자 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목격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여은경에게 개선할 수 있는 힘이라는 빛이 비친다. 삶이란 선택과 선택에 의한 책임, 오직 두 가지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최민선은 출세욕이 없는 인물로 보였다. 그러던 그녀에게 자신도 모르는 출세욕을 느끼게 해주는 제의를 받게 되고 어린 나이에 센터장이라는 직위에 오르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소문과 상사의 알 수 없는 의도에 순간순간 혼란스럽기만 하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상사의 의도를 알려주며 자신의 편인 듯 다정하게 다가오는 사람도 결국 자신에게 얻을 게 있기 때문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 최민선에게는 자신이 나아가야 할 삶의 빛이 보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전시가 아닌 결재가 떨어져야만 전시를 할 수 있는 전시기획자인 표초희는 직접 이사장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삶에 대해 생각한다. 계산적이고 화려한 삶을 추구하는 윤재와 다르게 자시 삶을 나아갈 뿐이라고 여기던 초희. 그렇게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런 그녀의 앞에 인턴으로 근무하는 민혁에게는 미술을 초희의 논문으로 배워왔기에 특별했으리라. 그런 민혁이 초희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 그녀의 삶에도 빛이 비친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세 사람이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들이 있었다. 초희가 내건 전시회에 모이게 되는 세 사람, 하지만 어떤 일면식도 없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찾아온 여은경과 최민선. 그녀들은 표초희가 내건 공생의 주제에 맞춰 전시된 작품들이 어떻게 다가왔을지 궁금해진다. 그러면서도 나의 삶을 응원해주고 빛이 되어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는 《먼 빛들》이었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