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착한 아이야
나카와키 하쓰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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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착한 아이야"를 읽기 전에는 단순히 다섯편의 단편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그건 나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쿠라카오카 초등학교와 그 주변의 어느 정도 범위의 공간, 한정할 수는 없지만 크게 본다면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들이 그대로 묻어났다. 한 공간이지만 동시간은 아닌 다섯가지 이야기들이 어우러진 "너는 착한 아이야". 어떤 아이가 착한 아이일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밥 잘먹고 잘 노는 아이가 착한 아이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아이 엄마가 되고 보니 착한 아이라는건 엄마를 위한 말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본다.

사쿠라가오카 초등학교에 대학 졸업하고 갓 부임한 나는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나의 표정 탓인지 소변을 참다가 실수하는 아이가 생겼고 학부모와 교장선생님, 부교장 선생님의 지도까지 받게 된다. 아직은 1학년 학생들과 다를게 없는 초보 교사인 나는 그 일이 있은후에 화장실을 가도 좋다고 했더니 아이들의 화장실 순례가 시작되었다.

「덜그럭덜그럭. 툭. 쾅. 털썩. 쿵쿵. 콩콩. 달그락달그락. 덜그럭덜그럭. 아이들의 목소리와 그들이 내는 온갖 소음들이 교실에 울리면서 나를 조여온다. 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한 덩어리였던 아이들이 소리와 함께 허물어져 각각의 조각이 되어 흩어졌다. 그 조각은 교실 밖까지 튀어나갔다. 내가 맡은 학급의 붕괴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후에도 4학년 담임을 맡게 되고 햇병아리 2년차 교사이던 나는 사소한 사건으로 관심이 가게 된 간다를 주의깊게 살피게 되었다. 간다는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했음에도 아니라고만 하던 소년이었다. 간다를 도울 수 있는거라고 휴일에 학교로가서 점심 저녁을 사주는 것 뿐이었던 나.

그때의 고통을. 사라지지 않는 부모의 분노의 흔적을. 자신의 몸에 새겨진 그 증거를 볼때마다 자신은 부모한테 미움 받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이임을 뼈져리게 느낀다. 나이가 들어도 지워지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이라는 표시.」

엄마에게 받았던 학대 탓일까 어느새 나도 아야네에게 학대와 폭행을 서슴치않고 있다. 신발에 모래를 묻혔다는 사소한 이유에서부터 시작해서 아야네를 때리는 나는 다른 엄마들 또한 좋은 엄마 가면을 쓰고 밖으로 나왔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나쁜 엄마 가면이 자리잡고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엄마에게 학대받았던 기억으로 결혼도 하지 않고 잡지사의 편집장으로 일하는 내게 동생인 미와가 며칠만 엄마를 봐달라고 하면서 나의 조용하던 삶은 흔들리고 내 기억속에 숨어있던 엄마에 대한 증오와 미움이 살아난다. 나를 발로 차고 때리던 기억은 하지 못하고 엄마의 어릴적 사랑받던 기억들을 내게 들려주니 더욱 화가 난 나는 미와집으로 데리고 가는길에 지하철에 버려두고 가려했으나 그러질 못하고 미와집으로 엄마를 버리러 간다.

「나는 안다. 둘이 헤어져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고, 함께 했던 장소가 없어져도 행복한 한때는가 있었다는 기억은 평생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아무리 불행한 일이 있어도 그 기억이 힘이 되어 준다.  비에 갇힌 집안. 이때의 기억이 언젠가 유스케와 다이짱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나는 기억한다.」

학년이 올라가고 아이들끼리의 그룹이 생기면서 유스케는 혼자 어울리는것 같더니 다이짱이 전학오고 난 후 부쩍 붙어다니고 집으로 놀러도 왔다. 알고 보니 다이짱은 새엄마 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고 있었다. 그런 다이짱을 우리 가족은 여행 다닐때도 데리고 다녔다. 비록 중학생이 되면 지역상 다른 곳으로 다니더라도 나와 못짱의 추억처럼 유스케와 다이짱의 기억속에도 추억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면서.

「행복. 이제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나의 행복. 아키코, 하고 이름을 불러 주었던 어머니 아버지도 죽었다. 누나, 하고 불러 주었던 남동생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모든 걸 잊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비오는 날에 다른 행복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이렇게 나이를 먹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모든걸 잊어버려도 상관없다.
다시 현관 벨을 울리며 행복이 찾아온다. 봄이 찾아오듯이.」

이제는 어머니 아버지보다 나이가 들어버리고, 어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오늘 일어난 일인지,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죽은 남동생의 얼굴마저도 기억 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 나에게 히로야는 아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들어 준 아이다.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라고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운 소녀. 알고보니 그 아이는 장애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활력소와도 같은 그 아이가 내일도 놀러오기를 바란다.

부모에게서 학대당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부모를 무서워한다. 맞을까봐 정해준 시간 전에는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엄마에게 맞던 일로 인해 엄마의 동작만 보고 떨면서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아이까지. 읽으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렸을 적 기억으로 학대하는 부모가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아이의 안전을 위한답시고 유모차 안전바 위에 발을 걸치면 한번씩 때리곤 했는데 그게 아기의 기억에 학대당하는 기억으로 자리잡을까봐 조심스러워진다. 아기도 하나의 인격인데 너무 내 입장에서만 바라본것인가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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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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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책 욕심으로 소장 중이다. 소장 중인 책들을 제쳐두고 읽어보게 된 "살인자의 기억법". 너무나 쉽게 읽혀서 재밌는 소설인 듯 착각하게 만든 소설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수많은 단락들로 나뉘어져 호흡에도 무리가 가지 않았지만 너무나 짧은 흐름들로 인해서 소설에 집중하기에는 좋지 않았다. "살인자의 기억법" 이라는 제목만으로 살인자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했던 일을 나열할꺼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커다란 오산에 불과했다. '

 
 '나'는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을 살해하고 땅에 묻었다. 그러다 살인을 접고 자신의 살인 일지를 쓰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글 솜씨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아 살인 일지를 시로 쓰려고 한다. 그렇게 문화센터에서 시와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강사에게 시에 관해서 배우던 날 강사는 말했다.
 
 "시인은 숙련된 킬러처럼 언어를 포착하고 그것을 끝내 살해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강사의 말에 '나'는 시에 더 흥미가 생겨서 시를 배웠고, 강사의 칭찬에 강사를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다. 강사는 나로 인해 더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은 후에 나는 조금 이상해진듯하다. 그러다 알츠하이머 판정까지 받게 되자 양녀인 은희는 나를 더 걱정했고, 조금은 귀찮아 하는 듯 했다. 자신의 친구에게 한탄하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 된 은희 휴대폰의 문자까지도. 
 
 나의 기억력은 점점 쇠퇴되어가고 어제의 일인지 오늘의 일인지 조차도 헷갈리고 있다. 집에 강아지를 키웠는지 키우지 않았는지, 자신의 집에 언제 누가 왔다갔는지 조차도. 거기다 왠지 미심쩍은 듯한 박주태라는 인물을 은희가 결혼할 남자라고 데리고 왔을때도 처음 만난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내가 경미하게 박은 차의 주인으로 손으로 적은 명함까지 받았던 사람이다. 나의 기억력을 위해 녹음기도 구입하고 메모를 남기지만 나의 기억은 점점 지워지는 듯하다. 박주태를 데리고 온 은희에게 어떻게 만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은희는 내게
 
 "우연히요. 정말 우연히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 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박주태로부터 은희를 지키기 위해서 나는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짧은 단락들로 인해 쉽게 읽혀지던 글이 마지막에 가서 작은 반전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 반전으로 인하여 내가 읽었던 글들이 어쩌면 그 반전을 더 뚜렷하게 하기 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 소소한 반전으로 나의 마음으 달래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두시간만에 읽은 집중력을 보여준 소설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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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점박이물범 두올이 내친구 작은거인 38
이퐁 지음, 아이완 그림 / 국민서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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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 점박이 물범, 이 책을 보기전에는 점박이 물범의 존재도 사는 곳도 몰랐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점박이 물범의 개체수가 환경의 변화로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 사실 만으로도 좋았답니다. 아기가 크면 읽어줘도 손색없을 책이예요♥

이마에 두가닥의 털이 솟아나 있어서 얻게 된 두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점박이 물범. 햇살이와 바람이라는 두명의 오빠를 보면서 엄마와의 헤엄 연습을 따분해하는 두올이에요.
  엄마는 봄이 오면 백령도로 가기 위해서는 먼거리이기에 수영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한다고 얘기해요. 엄마와의 수영 연습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추억과 기억속으로 사라져버릴 줄 그때는 몰랐지요.  
 
  백령도로 가는 길에 두올이는 오빠들처럼 멋지게 수영을 하고 싶어 엄마의 당부도 잊어버려요. 그러다 두올이에게 다가온 상어 한 마리와 빨라지는 물살로 인해서 엄마를 잃고 말아요. 그 후 두올이는 엄마를 잃은 슬픔과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되었기에 더 자책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만 해요.
 
그러다 독수리에게 잡혀가는 가마우지를 만난답니다. 가마우지의 모습을 보고 백상아리에게 쫓기는엄마를 떠올리고는 구출해내는 두올이에요. 그 작은 몸에서 어쩜 저런 용기가 났을까요? 독수리가 무서울텐데요.
 
  가마우지는 구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자신의 이름이 까무라고 인사해요. 그러곤 두올이에게 친구하자고 하네요. 가마우지랑 친구가 될 수 있냐고 의아해하는 두올이와는 달리 너무 씩씩하게 "암튼 이제부터 우린 친구다!" 라고 하는 까무예요.
 
둘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답니다. 까무의 다정한 말로 둥지 짓는 재료도 쉽게 구하구요 두올이의 가족들과도 금방 친해져요. 말이라는게 참 중요한거 같아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칭찬을 하니 쉽게 맘을 여네요. 두올이는 엄마가 불러준 노래를 까무에게 불러주며 엄마를 떠올려요.
 
  둘이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기에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두올이와 까무. 둘은 봄을 기약하며 헤어졌어요. 까무의 두올이노래에 눈물도 보였구요. 둘은 언제까지나 친구랍니다.

서로 겉모습은 다르지만 친구가 되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까지의 시간. 그 추억을 기억하며 잘 지내기를 바래요. 어쩌면 지금도 만났을지 모를 두올이와 까무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나오네요. 아기에게 읽어주면 어떤 반응일까요? 아직은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엄마의 감정이 조금은 전달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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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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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추리 소설이 빠질 수 없듯이, 추리 소설하면 내게는 히가시노 게이고 또한 빠질 수 없다. 이번 신작인 "비정근"은 오싹할 정도의 추리가 존재하지 않아서 다소 아쉬웠지만, 책에 대한 몰입도는 언제나 최고인듯 하다. 책을 아기가 잠든 동안에만 볼 수 있기에 같이 자려다 얼마 전 구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생각나서 펼쳐들기 시작했는데, 엄마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3시간 가까이 낮잠을 자 준덕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비정규직이 비정한 현실에 던지는 돌직구!' 라는 띠지에서 "비정근" 이 비정규직 근로자임을 알 수 있다. 나도 예전에 대학을 갓 졸업하고 공부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서 비정규직으로 10개월간 일한적이 있었다. 과학고등학교라 대학 전공과도 맞아서 시작했던 과학 실험보조원. 말이 보조원이지 실험 준비하고 선생님들 수업준비자료 정리하는 정도의 일이라 수월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10개월이란 계약기간이라 안정적이지도 않았고 관련 사업이 있을때만 뽑는다고 했다. 그런데 매년 뽑아서 실험보조원으로 채용하지만 1년 근무하게되면 퇴직금이 발생하기에 10개월을 채용하게 되었다는 것을 듣고는 나도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일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면 다음 직장에서는 정규직으로 일했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 는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듯 보인다. 그의 직업은 기간제 교사. 교사가 출산휴가를 내거나 병가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울 때 몇개월간 대신 일하는, 참으로 폼안나는 단어(책 본문 인용)란다. 어릴적에는 하고 싶은게 많아서 그 중 하나가 선생님이었는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는 기간제 교사라는 틀을 가지고 있는 탓인지 다른 학교로 기간제 교사로 가기 위해서는 잠시 근무하게 된 학교에서 아무탈없이 지내야한다는 것이 몸에 베인듯하다. 이 소설은 그가 일하게 되는 수많은 학교 중 6개의 학교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비정규직 교사이면서 추리작가가 되는 게 꿈인 그이기에 사건의 추리해 가는 상황이 수월해보이기도 했다. 기간제 교사인 만큼 그냥 지나칠까하는 마음이 생기다가도 이내 사건의 결론이 궁금하여 사건의 단서를 추리해 가는 과정들은 재밌었다. 부임한지 이틀만한 동료 여교사가 체육관에서 살해되어 죽어 있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이 하지 말아야할 스포츠 내기가 금액이 커져 도박이 되면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 그리고 의욕 넘치던 한 신임교사가 연휴후에 학교 창문에서 자살을 한 사건. 
 
 
 "저기, 얘들다. 인간이란 약한 존재야. 그릭 교사도 인간이고. 나도 약해.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살지 않으면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어." p. 117중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무언가를 쫓아간다. 물론 어른들 또한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선생님에게 요구하였고 그 것으로 인하여 어떠한 결론을 얻게 된 이후라 그럴까. 그의 말을 듣고 아이들은 한없이 울었다. 자신들의 짧은 생각에 대한 반성이 아닐까. 우리는 왜 항상 곁에 있을때는 놓쳐버리고 놓치고 나서 후회하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누구나 약점을 하나씩은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그런 약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가기위해서 노력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런 약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기에 약점에 대처하는 자세도 너무나 다르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까? 나는 단순히 나의 약점을 숨기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여기 사건의 두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너무나도 꽁꽁 숨기려고만 했다.
 
 
 
"아래를 봐. 사람들이 우글우글하지? 학교 운동장에도 있고 길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 달리는 차 안에도 다 사람이 타고 있지. 너희들도 저 아래로 가면 저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야. 그런 작은 존재인 한 인간의 다리가 빠르거나 느리거나, 배에 흉터가 있건 말거나, 세상 전체로 보자면 아주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물론 사소한 일 하나로웃고 놀리는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항상 너희들 생각만 하고 있는건 아니야. (중간 생략) 어떤 일이건 도망치면 안 돼. 도망쳐서 해결되는 일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어."  p.185 ~ p.186
 
 기간제 교사라 단순히 나태하게만 굴줄 알았던 그도 아이들에게 이런 용기를 심어준다는 사실에 그래도 교사라는 직업을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갔다. 역시 소설이듯 그가 등장하는 곳에는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마치 그가 사건을 몰고 다니듯이.
 
 "비정근"은 그가 경험한 여섯 가지의 크고 작은 사건들과 고바야시 류타라는 아이가 풀어내는 두가지 사건을 엮은 책이었다. 스릴넘치고 긴장감 넘치는 긴박감있는 추리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역시 추리 소설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뺄 수 없다는게 변하지 않는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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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내 가여운 개미
류소영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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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소설을 보았을 때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 위의 개미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그럴것이다.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 개미에 책에 올라가 있는게 아니냐고 착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개미는 그 곳에서 무엇을 하는걸까? 괜시리 개미만 노려보게 되는 나를 발견하다 책을 펼쳤다. 책을 읽으면서 빠져들어서인지 내 마음 속 우울한 기분이 샘솟는 듯 했다. 마치 아이스크림 속을 허우적 거리는 개미가 된듯한 기분이랄까.

그 오후에, 저어, 나이, 어린, 사람, 하고는, 연애, 안, 합니까....... 라고 그는 말했고 나는 그저 얼어 붙었다.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에게 무관심했다면 상황은 단순했으리라. p.28 '물소리' 중에서」

전라북도 J군, 수몰예정지역으로 답사를 가게 된 나와 박교수 그리고 최. 방송작가 일을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하게 된 나. 좋은 직장을 마다하고 공부를 한다며 주위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피해 공부를 시작하여 알게 된 최는 팀내 엘리트로 나와는 반대였다. 그런 그가 어리숙하게 했던 그 말. 나는 최를 좋아했기에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이 그녀를 삼킬때, 나는 몇 십여 년간 그래왔듯이, 우적우적 내 몫이라 하기에는 아무래도 과한 '먹을거리'를 감흥없이 삼켰던 것이다. p.40 '개미, 내 가여운 개미' 중에서」

형수와 너무도 닮은 신주연, 나는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녀를 더 많이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결혼한 형집에 얹혀 살면서 사돈지간이던 신주연과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처음엔 너무나 낯을 가리는 듯 보이던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들킨후에야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정도였다.

「세상에 대해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철저히 무색무취하고자 했으며, 언제나 묵묵하게 자기 속도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그녀는 한 마리 개미처럼 느껴졌다. p.59」

그녀의 비밀, 그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탓일까. 그녀가 개미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그녀의 비밀은 가족들과 나만이 아는 숨기고픈 일이었다. 그것으로 인해 그녀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녀를 화장했노라며 내게는 더 좋을것이라고 얘기하는 형. 형은 알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내 엄아. 엄마도 그저 이유 없이 사는 게 꽉 막힌 것 같았을 때가 있었구나. p.86 '또 밤이 오면' 중에서」

갑작스런 시어머니의 가출은 평범하던 일상을 흔들어 놓았다. 남편은 나의 태도에 대하여 생각해보라며 얘기했고 시아버지는 돌아왔을때 아무런 걱정없이 보이는 것에 대해서 맘이 쓰였는지 식사도 조금 하시고 있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무심한게 지나치기만 했는데 나의 엄마도 어머님과 같은 선택을 하고 픈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를 기다리면 휴대폰을 항상 옆에 두고 행여 연락이 올까 깊은 잠에 빠지지도 못하는 나. 그녀가 없음에도, 잠잠하던 내 인생을 흔들어 놓았음에도 밤은 오고 있다.

「세연 씨, 세여언, 윤세연, 세연 씨이. 미친 듯이 계속 불렀고, 사람들은, 그녀가 아닌 그 모든 사람들은 의아하게 돌아보기 시작했다. 돌아보는 사람마다 세연이 아니었다. 그러곤 곧 돌아보는 사람마다 세연이었다. 이럴 수가. 그라, 순간 모두 다 그녀, 세연이었다. 언제나 저들 속에 편안하게 묻힐 수 있기를 바랐던 그녀 말이다. p.122 ~ 123 '옷 잘 입는 여자' 중에서」

무역회사라 일반적인 회사원들과는 일과 자체가 다른 사람들. 남들 기분좋게 퇴근하는 시간에 차려입고 출근을 하고 출근 전쟁인 지하철속에서 퇴근하는 사람. 그 중에서도 세연은 패션에 민감한듯 하면서도 둔한거같다. 젤 먼저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고 시간이 흐르면 그 스타일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에 보면 세연 혼자 끝까지 그 패션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는듯 하면서도 뒤쳐지는 느낌에 자주 쇼핑을 가지만 매번 반복인 그녀의 삶. 그런 그녀와 마찬가지로 나는 퇴근하고 빈둥거리는 모습이 싫어 공부를 하고 있지만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다른 일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은 있으나 실천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 실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도, 내 입도, 이 웃긴 대화도, 이 잘난 모멸감도, ......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p.145 '기록' 중에서」

취업준비를 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그는 엄마의 사소한 얘기에 싸움까지 가게 되고 치기어린 마음에 가출까지 감행한다. 그러나 가진 돈으로 놀고 먹기에는 아르바이트 했던 고생이 생각났는지 쉽게 돈을 벌고자 참여한 이벤트에서 자신의 입이 크다고 광고라도 하듯 빨대를 하나씩 입에 집어넣고 있다. 그 기록이 무엇이길래, 그 아무것도 아닌 기록에 매달리는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진다.

자신의 여동생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는 오빠. 그런 오빠이기에 자신의 동생에 대한 탐구를 친구를 통해서 하려고 한다. 자신의 여동생을 소개시켜준다면서 나누는 허황된 대화들의 향연. 윤미는 어떤 사람일까?

「사랑이 색이 바래는 것, 아니 아니, 색만 바래면 쓸쓸한 미소를 교환한 채 서로 위안하는 힘으로 살겠지만, 사랑이 때때로 정반대의 색깔로 옷을 갈아입는 것,그리고 감옥이 되는 것이. 뻔한 얘기다. 뻔해서 지겹고 뻔해서 슬픈 얘기다. p.178 '꽃마차는 달려갑니다' 중에서」

매맞는 엄마와 변심한 애인앞에 손목을 그은 언니를 본 '뷰'는 선량한 눈빛의 소유자와 결혼하려고 했다. 그런 '뷰'앞에 나타난 '부'는 자신을 웃게 만든 그와 결혼했다. '수' 와 '슈'는 두달전에 만나 결혼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을 지탱해주던 이가 아닌 서로의 부모가 알고 지내면서 소개를해서 결혼한 '슈'. 서로 다른 사랑. 그 사랑의 결말은 어떠할까? 사랑은 얼마나 견고할 수 있을까?

「강미현에게로 또 나에게로, 너는 호출받지 못하는 존재야,라는 쓸쓸한 호출을. p.206 '기억할 만한 지나침'」

휴대폰 번호가 바뀌면서 걸려온 강미현을 찾는 전화와 음성메시지, 그리고 강미현이 가입했던 곳에서 오는 문자들.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면서도 바꾸지 않아서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나의 기록이나 정보들이 흘러 들어간다. 처음에는 귀찮다가 그 귀찮음이 호기심으로 바뀌어 점차 강미현이라는 여자가 궁금해지다 결국에는 자신도 그 번호를 버리고 만다. 우리의 정보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른채, 그리고 알면서도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마는 우리의 모습이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누구나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 남들처럼 회사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를 위해서 희생하기도 하면서 뒷바라지 한다. 다 큰 아이를 결혼시키고 손주를 보게 되고 그렇게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 너무나 평범해서 그 평범함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지만 넓게 보면 자신이 가진 부의 정도나 경험의 정도가 다를 뿐 그러한 평범함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자신의 인생이 남들보다 더 멋지고 화려하기를 바라지만 어느 순간엔가 우리는 남들 인생에서 화려한 빛에 가려진 그림자가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생각에서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우울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어쩌면 가여운 것은 개미가 아니라 내 인생이 아닐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 탓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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