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착한 아이야
나카와키 하쓰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너는 착한 아이야"를 읽기 전에는 단순히 다섯편의 단편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그건 나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쿠라카오카 초등학교와 그 주변의 어느 정도 범위의 공간, 한정할 수는 없지만 크게 본다면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들이 그대로 묻어났다. 한 공간이지만 동시간은 아닌 다섯가지 이야기들이 어우러진 "너는 착한 아이야". 어떤 아이가 착한 아이일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밥 잘먹고 잘 노는 아이가 착한 아이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아이 엄마가 되고 보니 착한 아이라는건 엄마를 위한 말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본다.

사쿠라가오카 초등학교에 대학 졸업하고 갓 부임한 나는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나의 표정 탓인지 소변을 참다가 실수하는 아이가 생겼고 학부모와 교장선생님, 부교장 선생님의 지도까지 받게 된다. 아직은 1학년 학생들과 다를게 없는 초보 교사인 나는 그 일이 있은후에 화장실을 가도 좋다고 했더니 아이들의 화장실 순례가 시작되었다.

「덜그럭덜그럭. 툭. 쾅. 털썩. 쿵쿵. 콩콩. 달그락달그락. 덜그럭덜그럭. 아이들의 목소리와 그들이 내는 온갖 소음들이 교실에 울리면서 나를 조여온다. 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한 덩어리였던 아이들이 소리와 함께 허물어져 각각의 조각이 되어 흩어졌다. 그 조각은 교실 밖까지 튀어나갔다. 내가 맡은 학급의 붕괴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후에도 4학년 담임을 맡게 되고 햇병아리 2년차 교사이던 나는 사소한 사건으로 관심이 가게 된 간다를 주의깊게 살피게 되었다. 간다는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했음에도 아니라고만 하던 소년이었다. 간다를 도울 수 있는거라고 휴일에 학교로가서 점심 저녁을 사주는 것 뿐이었던 나.

그때의 고통을. 사라지지 않는 부모의 분노의 흔적을. 자신의 몸에 새겨진 그 증거를 볼때마다 자신은 부모한테 미움 받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이임을 뼈져리게 느낀다. 나이가 들어도 지워지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이라는 표시.」

엄마에게 받았던 학대 탓일까 어느새 나도 아야네에게 학대와 폭행을 서슴치않고 있다. 신발에 모래를 묻혔다는 사소한 이유에서부터 시작해서 아야네를 때리는 나는 다른 엄마들 또한 좋은 엄마 가면을 쓰고 밖으로 나왔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나쁜 엄마 가면이 자리잡고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엄마에게 학대받았던 기억으로 결혼도 하지 않고 잡지사의 편집장으로 일하는 내게 동생인 미와가 며칠만 엄마를 봐달라고 하면서 나의 조용하던 삶은 흔들리고 내 기억속에 숨어있던 엄마에 대한 증오와 미움이 살아난다. 나를 발로 차고 때리던 기억은 하지 못하고 엄마의 어릴적 사랑받던 기억들을 내게 들려주니 더욱 화가 난 나는 미와집으로 데리고 가는길에 지하철에 버려두고 가려했으나 그러질 못하고 미와집으로 엄마를 버리러 간다.

「나는 안다. 둘이 헤어져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고, 함께 했던 장소가 없어져도 행복한 한때는가 있었다는 기억은 평생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아무리 불행한 일이 있어도 그 기억이 힘이 되어 준다.  비에 갇힌 집안. 이때의 기억이 언젠가 유스케와 다이짱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나는 기억한다.」

학년이 올라가고 아이들끼리의 그룹이 생기면서 유스케는 혼자 어울리는것 같더니 다이짱이 전학오고 난 후 부쩍 붙어다니고 집으로 놀러도 왔다. 알고 보니 다이짱은 새엄마 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고 있었다. 그런 다이짱을 우리 가족은 여행 다닐때도 데리고 다녔다. 비록 중학생이 되면 지역상 다른 곳으로 다니더라도 나와 못짱의 추억처럼 유스케와 다이짱의 기억속에도 추억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면서.

「행복. 이제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나의 행복. 아키코, 하고 이름을 불러 주었던 어머니 아버지도 죽었다. 누나, 하고 불러 주었던 남동생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모든 걸 잊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비오는 날에 다른 행복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이렇게 나이를 먹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모든걸 잊어버려도 상관없다.
다시 현관 벨을 울리며 행복이 찾아온다. 봄이 찾아오듯이.」

이제는 어머니 아버지보다 나이가 들어버리고, 어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오늘 일어난 일인지,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죽은 남동생의 얼굴마저도 기억 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 나에게 히로야는 아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들어 준 아이다.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라고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운 소녀. 알고보니 그 아이는 장애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활력소와도 같은 그 아이가 내일도 놀러오기를 바란다.

부모에게서 학대당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부모를 무서워한다. 맞을까봐 정해준 시간 전에는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엄마에게 맞던 일로 인해 엄마의 동작만 보고 떨면서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아이까지. 읽으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렸을 적 기억으로 학대하는 부모가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아이의 안전을 위한답시고 유모차 안전바 위에 발을 걸치면 한번씩 때리곤 했는데 그게 아기의 기억에 학대당하는 기억으로 자리잡을까봐 조심스러워진다. 아기도 하나의 인격인데 너무 내 입장에서만 바라본것인가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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