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더운 여름 추리 소설이 빠질 수 없듯이, 추리 소설하면 내게는 히가시노 게이고 또한 빠질 수 없다. 이번 신작인 "비정근"은 오싹할 정도의 추리가 존재하지 않아서 다소 아쉬웠지만, 책에 대한 몰입도는 언제나 최고인듯 하다. 책을 아기가 잠든 동안에만 볼 수 있기에 같이 자려다 얼마 전 구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생각나서 펼쳐들기 시작했는데, 엄마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3시간 가까이 낮잠을 자 준덕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비정규직이 비정한 현실에 던지는 돌직구!' 라는 띠지에서 "비정근" 이 비정규직 근로자임을 알 수 있다. 나도 예전에 대학을 갓 졸업하고 공부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서 비정규직으로 10개월간 일한적이 있었다. 과학고등학교라 대학 전공과도 맞아서 시작했던 과학 실험보조원. 말이 보조원이지 실험 준비하고 선생님들 수업준비자료 정리하는 정도의 일이라 수월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10개월이란 계약기간이라 안정적이지도 않았고 관련 사업이 있을때만 뽑는다고 했다. 그런데 매년 뽑아서 실험보조원으로 채용하지만 1년 근무하게되면 퇴직금이 발생하기에 10개월을 채용하게 되었다는 것을 듣고는 나도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일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면 다음 직장에서는 정규직으로 일했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 는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듯 보인다. 그의 직업은 기간제 교사. 교사가 출산휴가를 내거나 병가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울 때 몇개월간 대신 일하는, 참으로 폼안나는 단어(책 본문 인용)란다. 어릴적에는 하고 싶은게 많아서 그 중 하나가 선생님이었는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는 기간제 교사라는 틀을 가지고 있는 탓인지 다른 학교로 기간제 교사로 가기 위해서는 잠시 근무하게 된 학교에서 아무탈없이 지내야한다는 것이 몸에 베인듯하다. 이 소설은 그가 일하게 되는 수많은 학교 중 6개의 학교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비정규직 교사이면서 추리작가가 되는 게 꿈인 그이기에 사건의 추리해 가는 상황이 수월해보이기도 했다. 기간제 교사인 만큼 그냥 지나칠까하는 마음이 생기다가도 이내 사건의 결론이 궁금하여 사건의 단서를 추리해 가는 과정들은 재밌었다. 부임한지 이틀만한 동료 여교사가 체육관에서 살해되어 죽어 있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이 하지 말아야할 스포츠 내기가 금액이 커져 도박이 되면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 그리고 의욕 넘치던 한 신임교사가 연휴후에 학교 창문에서 자살을 한 사건. 
 
 
 "저기, 얘들다. 인간이란 약한 존재야. 그릭 교사도 인간이고. 나도 약해.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살지 않으면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어." p. 117중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무언가를 쫓아간다. 물론 어른들 또한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선생님에게 요구하였고 그 것으로 인하여 어떠한 결론을 얻게 된 이후라 그럴까. 그의 말을 듣고 아이들은 한없이 울었다. 자신들의 짧은 생각에 대한 반성이 아닐까. 우리는 왜 항상 곁에 있을때는 놓쳐버리고 놓치고 나서 후회하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누구나 약점을 하나씩은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그런 약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가기위해서 노력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런 약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기에 약점에 대처하는 자세도 너무나 다르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까? 나는 단순히 나의 약점을 숨기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여기 사건의 두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너무나도 꽁꽁 숨기려고만 했다.
 
 
 
"아래를 봐. 사람들이 우글우글하지? 학교 운동장에도 있고 길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 달리는 차 안에도 다 사람이 타고 있지. 너희들도 저 아래로 가면 저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야. 그런 작은 존재인 한 인간의 다리가 빠르거나 느리거나, 배에 흉터가 있건 말거나, 세상 전체로 보자면 아주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물론 사소한 일 하나로웃고 놀리는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항상 너희들 생각만 하고 있는건 아니야. (중간 생략) 어떤 일이건 도망치면 안 돼. 도망쳐서 해결되는 일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어."  p.185 ~ p.186
 
 기간제 교사라 단순히 나태하게만 굴줄 알았던 그도 아이들에게 이런 용기를 심어준다는 사실에 그래도 교사라는 직업을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갔다. 역시 소설이듯 그가 등장하는 곳에는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마치 그가 사건을 몰고 다니듯이.
 
 "비정근"은 그가 경험한 여섯 가지의 크고 작은 사건들과 고바야시 류타라는 아이가 풀어내는 두가지 사건을 엮은 책이었다. 스릴넘치고 긴장감 넘치는 긴박감있는 추리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역시 추리 소설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뺄 수 없다는게 변하지 않는 나의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