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책 욕심으로 소장 중이다. 소장 중인 책들을 제쳐두고 읽어보게 된 "살인자의 기억법". 너무나 쉽게 읽혀서 재밌는 소설인 듯 착각하게 만든 소설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수많은 단락들로 나뉘어져 호흡에도 무리가 가지 않았지만 너무나 짧은 흐름들로 인해서 소설에 집중하기에는 좋지 않았다. "살인자의 기억법" 이라는 제목만으로 살인자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했던 일을 나열할꺼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커다란 오산에 불과했다. '

 
 '나'는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을 살해하고 땅에 묻었다. 그러다 살인을 접고 자신의 살인 일지를 쓰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글 솜씨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아 살인 일지를 시로 쓰려고 한다. 그렇게 문화센터에서 시와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강사에게 시에 관해서 배우던 날 강사는 말했다.
 
 "시인은 숙련된 킬러처럼 언어를 포착하고 그것을 끝내 살해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강사의 말에 '나'는 시에 더 흥미가 생겨서 시를 배웠고, 강사의 칭찬에 강사를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다. 강사는 나로 인해 더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은 후에 나는 조금 이상해진듯하다. 그러다 알츠하이머 판정까지 받게 되자 양녀인 은희는 나를 더 걱정했고, 조금은 귀찮아 하는 듯 했다. 자신의 친구에게 한탄하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 된 은희 휴대폰의 문자까지도. 
 
 나의 기억력은 점점 쇠퇴되어가고 어제의 일인지 오늘의 일인지 조차도 헷갈리고 있다. 집에 강아지를 키웠는지 키우지 않았는지, 자신의 집에 언제 누가 왔다갔는지 조차도. 거기다 왠지 미심쩍은 듯한 박주태라는 인물을 은희가 결혼할 남자라고 데리고 왔을때도 처음 만난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내가 경미하게 박은 차의 주인으로 손으로 적은 명함까지 받았던 사람이다. 나의 기억력을 위해 녹음기도 구입하고 메모를 남기지만 나의 기억은 점점 지워지는 듯하다. 박주태를 데리고 온 은희에게 어떻게 만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은희는 내게
 
 "우연히요. 정말 우연히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 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박주태로부터 은희를 지키기 위해서 나는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짧은 단락들로 인해 쉽게 읽혀지던 글이 마지막에 가서 작은 반전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 반전으로 인하여 내가 읽었던 글들이 어쩌면 그 반전을 더 뚜렷하게 하기 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 소소한 반전으로 나의 마음으 달래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두시간만에 읽은 집중력을 보여준 소설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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