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페이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3
이희영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3월
평점 :
'나'를 이루는 건 거울로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
《페인트》를 쓰신 이희영 작가님의 신작인 《페이스》를 읽고 나서, 《페인트》보다 더 임팩트 있는 책이 《페이스》가 아닐까 생각했다. 부모가 없는 시대에서 부모를 선택하고 평가하던 아이들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던 《페인트》는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이번에 읽게 된 《페이스》는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의 나와 내가 알고 있는 나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2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짧은 두께의 책이었지만 마음속에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책이다.
거울을 통해서조차 나의 모습을 볼 수 없다면 어떤 기분일까? 거울을 보면서 표정 연습을 하고, 자신의 얼굴에 묻은 흔적을 지우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얼굴은 뿌옇게 심령사진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 페이스의 시울은 여섯 살에 자신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엄마의 슬픔을 마주하고, 자신의 애착 인형까지 사라지게 되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이가 볼 수 있는 자신의 얼굴을 홀로 보지 못하는 삶. 그 삶이 어떤 삶이었을지 가늠해 볼 수조차 없다.
라미가 자신의 진짜 매력을 모르듯, 사람들이 할머니의 소녀 같은 호기심을 못 보듯, 우리는 어쩌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백지보다 귀퉁이의 작은 얼룩에만 집중하는지도 모른다. 비록 나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세상은 볼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어 기적처럼 내 얼굴과 마주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의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정도의 얼굴을 만들어가고 싶다. p.172 ~p.173
아침마다 거울을 보지만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본 적이 없던 시울.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에 대해 물어보지만 거울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냐는 단순한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다.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사고로 학교에서 다치게 되어 스무 바늘 넘게 봉합을 해야 했던 시울은 그동안 볼 수 없던 자신의 얼굴을 거울을 통해서 보게 된다. 눈 코 입 전체가 아닌 흉터만이 자신의 눈에 보이게 된 것이다. 시울은 흉터가 보이게 된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얼굴이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조차 없었다.
우리는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 사실을 숨기게 된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남들의 시선과 잣대에 맞춰지게 되면서 더욱 그렇다. 어느 누구도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단지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치느냐일 뿐 그것이 정확한 나의 모습은 아니다. 나에 대한 모습은 오로지 나만이 알 수 있다. 누군가의 시선이 아닌, 나의 마음과 나의 시선이 닿는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오롯이 나의 시선이다. 그런 나의 시선에 비친 나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누구도 아닌 나에게 나란 존재에 대한 의미,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 <현대문학 핀 장르>이 자 이희영 작가님의 신작 《페이스》였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