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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의 인문학
토머스 W. 호지킨슨 & 휴버트 반 덴 베르그 지음, 박홍경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7년 7월
평점 :



이건 비밀이지만, 나는 가끔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 고민한다. 헌데 '지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평범한 시민이 지적대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인문학 서적'이라는 이 책을 어찌 지나칠수가 있을까!
잡담의 인문학은 How to Sound Cultured라는 해외 서적이 원서로 '워크'지 편집자 토머스 W. 호지킨슨과 '똑똑하게 보이는 법(How to Sound Clever)'의 저자이며 '가디언'과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기고하는 휴버트 반 덴 베르그가 같이 만든 책이다.
책에서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디선가 한번쯤 스치듯 들어봤던 이름들이 무려 200명이나 등장하는데 배우, 수필가, 철학가, 비평가, 화가, 작가, 사진작가, 시인, 무용수 등등.. 그 분야도 참 다양하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낯선 사람의 이야기가 지루하게 들리지않는 이유는 바로 '잡담'이라는 요소를 집어넣기 때문일듯.
유명 인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파헤치는 작업을 하던 저자는 그들을 한 줄로 요약할 만한 몇 가지 주요한 특징을 발견해 냈고, 그들 서로가 옷깃이라도 스쳐간 인연이 있음을 알아냈다. 안면이 있거나 잠자리를 함께 했거나 주먹다짐한 경우도 있었다. 저자는 이들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레온 트로츠키가 프리다 칼로로 이어지며 마지막 장의 막스 에른스트에서 첫 장의 페기 구겐하임으로 마치 수미가 상응하듯 맺어진다. 저자는 이를 통해 시대를 앞서간 천재, 열렬히 산화한 혁명가, 통찰력으로 세대를 관통하는 이론을 남긴 철학자와 비평가 등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와 개인을 통섭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는 것이 많다는건 그만큼 지적으로 보이는데 중요한 역활을 하긴 하지만, 뭐든 내용을 상세하게 알려고 들면 공부가 되어야 하니 금방 질려버리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생활과 흥미로운 사건들을 함께 엮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줄로 요약해주니 딱 내가 읽기 좋은 책이 되어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이름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서 초반에는 '어떻게 다 읽을까' 하는 지루함이 있긴 했다. 헌데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검색창에 이름을 적어 그 인물에 대해 읽어본 뒤에 해당 페이지를 읽으니 책읽기가 수월해졌다.
그래도 책에서 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살짝 담았더라면, 하다못해 인물의 사진이라도 살짝 담고 있더라면 책을 읽으며 모르는 인물이 등장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예전에 여왕의 연인이자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짜 작가라는 '에드워드 드 비어(Edward De Vere)음모론' 이야기를 다룬 영화 위대한 비밀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는데 그런 영화가 나오게 된 배경이 담긴 내용이 씌여있는 부분이였다.
잉글랜드의 작은 마을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장갑 장수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그런 강렬한 인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나보다.
이반 투르게너프의 에세이에서 사람은 햄릿을 꿈꾸는 고뇌하는 지식인 유형과 순박한 어린애같은 돈키호테 유형이 있다면서 그 중간이 최선이라고 주장한 말도 기억에 남는다. '햄릿도 위험하고 돈키호테도 위험해.' 이런 문장은 어디서 써먹을수 있을지 생각해봐야겠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쿠바 혁명가로 알려진 체 게바라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전 세계에 혁명을 확산시키기기 위해 노력한 그에게 반대파들을 직접 처형한 과정을 무덤덤하게 기록한 내용이 있다는 사실은 조금 충격적이다.
누군가를 확신없는 좌파라고 깍아내리고 싶을때 한마디,
"그 사람 정치적 견해라는 게 침실에 체 게바라 포스터를 걸어 놓는 수준이겠지."
정말 통쾌한 한마디겠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중력을 발견하고 미적분을 고안했던 아이작 뉴턴에 관한 페이지가 아니였나 싶다. 뉴턴은 남몰래 연금술을 연구했고, 성경의 정확한 연대표를 작성하려 했으며, 2060년에 종말이 온다고 계산했고, 조폐국장으로 일하기도 하였단다.
"세상 사람들 눈에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는 바닷가에서 노는 소년이다. 눈앞에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은 진리라는 거대한 대양이 펼쳐져 있고, 이따금 더 매끈한 돌이나 예쁜 조개껍데기를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그런 소년이다."
이런 말을 남겼던 그는 노년에는 친구들을 향해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다가 신경쇠약에 걸렸다니 정말 의외의 면들이 많아 놀라웠다.
반면, 책을 읽다보면 왜 그렇게 씌였는지 궁금한 내용도 종종 등장했다. 예를들어 괴테의 이야기에서 괴테가 '독일인이어서 그런지 파우스트의 내용을 한 편에 다 담지 못했다.'라는 표현같은 건 농담인건지 다른 의미가 있는건지 헷갈리기도 하고 미국의 자유로운 영혼 이사도라 덩컨의 죽음을 바라보며 '가식은 위험한 행위'라 한 이유도 궁금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인물에 대해 더 알아보고싶고 궁금한게 더 많아지는 책이라 곁에두고 심심할때마다 꺼내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