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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잭과 사랑에 빠지기는 어렵지 않았다. 잭에게는 뭔가 구식인 면이 있어서 오히려 신선했다. 나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고 코트를 받아주었고 꽃을 보내주었다. 나를 특별한 존재로 느끼도록 만들어주었고 세심히 배려해주었다. 무엇보다 밀리를 귀여워했다.
-p.37
여기 완벽하게 모든걸 갖춘 남자가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잭 엔젤.
그레이스는 외모며 직업, 매너까지 어디하나 흠잡을데 없는 남자 잭을 만나 금방 사랑에 빠지고, 꿈꾸던 예쁜 저택에서 결혼해 같이 살 날을
기다리고 있다.
잭에게 빠질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그레이스의 여동생 밀리와 잭이 결혼하면 함께 살자며 제안했기 때문! 다운증후군인 밀리는
그레이스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버거운 존재였다. 부모님도 져버린 그 짐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여주겠다는 잭이
그레이스에게는 얼마나 고마웠을까.
모두가 부러워 할만한 잭을 만나 이제 행복한 나날들을 그리던 그레이스는 그 생각이 그저 꿈이였음을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알게된다.
잭은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의 폭력성을 그대로 닮아 자신이 어머니를 죽게만들자 이제 자신만의 사람을 갈망하기 시작했고, 원할때 얼마든지
공포를 주입할 수 있는 사람, 계속 숨겨둘 수 있는 사람,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그런 사람으로 그레이스를 선택했다. 여기서 놀랄 일은
그레이스는 도구에 불과했고, 진짜 타겟은 동생 밀리였다.
"실은 그레이스. 나는 네가 필요하기 때문에 너를
보내줄 수가 없어."
나의 공포에 찬 눈빛을 본 잭은 내 옆에 웅크리고 앉더니 코로 공기를 들이마셨다.
"완벽해."
그가 속삭였다. -p.116
잭은 결혼 전 미리 밀리의 법적대리인으로 나서면서 그레이스 부모님이 해외로 이민가시는 일을 서둘러 성사시켰고, 그레이스 친구들과의 연락도
누군가의 만남도 심지어 화장실까지 혼자 갈 수 없게 했다. 그레이스도 나름 남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봤고 탈출도 여러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소름끼치게 무서운 대응능력을 보여준 잭을 감담 할 수 없었다.
이웃에게 비춰지는 그들은 항상 붙어다니고 자상한 남편과 집안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 와이프의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감금과 자신의 말대로 이행하지 않았을때 따르는 불이익에 그레이스는 점차 말라간다.
책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오가며 그레이스 시점에서 진행된다. 철저하게 그레이스 시점이기에 '나를 찾아줘'와 같은 반전이 있진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깜짝 반전은 없었다는게 쬐금 아쉽다.
게다가 물리적인 폭력보다는 정신적인 학대를 겪는 그레이스의 고통을 활자에서 충분히 느끼기에는 조금 힘들었다. 차라리 '심하게 맞았다'는 한
줄만 있었더라면 이 상황이 좀 더 정말 심각하게 와 닿았을지도.
(생각해보니 이런것도 흔한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무관심인건가.. 정신적인 학대는 심한 학대가 아니다는 내 편견일지도..)
하지만,
"그냥 내가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라서." -p.40
"이제 정신 차려야지, 그레이스." -p.99
저런 소름돋는 문장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잭의 모습에서 여러번 긴장 할 수 밖에 없었고, 태국의 호텔방에서 스페인어를 하던
정체와 에스터가 읽어보라고 권해준 책에 표시된 암호가 사실 잭의 함정이였다는 점은 나를 진저리치게 하기 충분했다.
마지막 눈치빠른 에스터의 대처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