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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ㅣ 특서 어린이문학 1
이상권 지음, 전명진 그림 / 특서주니어 / 2021년 11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끝없는 이야기'하면 나는 페르시아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는 천일야화가 생각이 난다. 천일동안의 이야기를 이어간 내용이니 그 스토리가 얼마나 방대하고 끝이 없겠는가, 앞선 내용을 잊어버릴정도로 기나긴 이야기지만 호기심을 잃지않는 이야기의 힘이 너무 좋다. 스토리텔링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걸까? 아무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 제목은 매우 매혹적이게 다가온다.
호랑이는 본디 동물의 왕이면서 천적이 없는 인간에게도 무서운 존재이지만 이야기속에서 호랑이는 친근하고 신령스러운 동물이기도 하다. 병을 물리치고 나쁜 귀신을 쫏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각종 구절이나 민화에도 빠지지 않고 무게를 실어 등장하니 말이다.
봉래산이 어딘고 하니, 봄에는 금강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 그리고 여름이름이 봉래산이라고 하는데 이 봉래산 백번째 봉우리 우뚝 솟은 바위 밑에 제법 큰 굴. 그곳에서 '눈꽃이 피다'라는 호랑이는 하얀 호랑이, 즉 백호를 낳는다.
이 어린 백호를 두고 미래의 산신령이라 칭하는 이유는 5백년간 연달아 뽑힌 세 명의 산신령 모두 백호였기때문인데 아기를 낳자마자 자신들의 산신령의 맥이 끊길까봐 두려운 늑대들의 추격을 당하게 되었으니 초반의 스토리는 이렇게 긴장감 넘치게 진행된다.
우여곡절끝에 인간 마을에서 인간의 이름인 허산을 선물받아 살게되고 늑대들이 백호는 물과 바람과 나무는 물론 귀신의 소리까지 세상 모든 생명체들의 소리를 다 알아들을수 있다더니 진짜로 허산은 그런 아이로 자란다.
집에서는 말 한마디도 없는 아이들이 허산이 앞에만 오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대는데 진심으로 속엣말을 끄집어 말하면, 허산은 끝까지 듣고,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그게 가장 좋은 거야!"라고 말해준다.
공부가 싫은 아이, 친구들의 괴롭힘이 힘든 아이, 잠이 많다는 아이, 방귀가 걱정이라는 아이등등 별의 별 하소연을 다 털어놓는데 허산은 늘 진심으로 답한다. 게다가 역병을 퍼트린다는 귀신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속마음을 털어놓게 만드니 백호의 능력이란 참으로 대단하다 싶은데 여기에 그 비법(?)이 등장한다.
허산은 꾹 참고 들었어.
허산은 아무리 궁금해도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 묻지 않았어.
그냥 가만히 듣다 보면 결국은 상대가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까지 이야기하게 되어 있거든. p.045
사춘기 아이 때문에 힘든 요즘 내가 잘 보는 채널이 바로 아동심리전문가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인데, 어쩜 딱 그분의 행동이 허산과 꼭 닮았는지!
비교해서 말하지 말라는 것이야. 잘하는 친구랑 비교하지 말라고 p.172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가장 좋아하는 것,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했어. 그런데 여기서는 사육사가 원하는 것을 해야만 했거든. p.173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이야 말로 백호가 산신령의 자리를 이어갔던 이유가 아니였나 싶었다.
그러니까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속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책의 맨 마지막에 등장한 이 문장이였던 것이다.
제 마음속 목소리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만 제가 행복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p.209
들여다보면 요즘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참 많다. 그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해서 병든게 아닐까.
육아서를 읽다가 그런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 한 가지만 찾아도 성공한 것이라고.
우리 아이가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길 바란다면 이 책을 꼭 권해보고 싶다.
너무 유익하고 재미있던 이야기.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