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
시라이시 가오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당혹스럽게도 이 소설 이야기는 한 남자가 시체 유기를 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정확히는 시체의 일부분 '머리' 뿐이지만.

또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 책 제목만큼 엽기적인 이 사건의 범인은 시체를 유기한 당사자 '시라이시 가오루' 라고 처음부터 시원하게 밝히고 시작한다. 

(어라? 신기하게 작가의 이름과 주인공의 이름이 같네!)

그런데 초반을 읽으면 자꾸 의문이 든다. 그는 정말 그의 머리를 자른게 맞을까?

시라이시 가오루는 대기업에 다니고는 있지만 그는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다.

물론 사이코패스처럼 겉과 속이 다른 살인마들도 많지만 이상하게도 시라이시 가오루는 전혀 그런쪽으로 보이지 않는다. 분명 본인의 손으로 머리를 자르고 자신의 집 냉장고에 나머지 시신을 두었다고 몇번이나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동료와 술 한잔 걸치기도하고, 당돌한면이 있긴하지만 회사내에서 자신의 일도 똑부러지게 해내며, 나름 여자에게 좋아한다는 고백도 받는 그가 사람이 많은 곳에 일부러 머리를 갖다 놓았다. 헌데 자신이 그 범인임을 밝히고 싶은것 같으면서도 반대로 방문했던 경찰에게 잡힐까봐 걱정하는 말투도 나온다.

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왜 그녀의 머리를 잘라야 했을까?

읽으면 읽을수록 호기심이 생기는 주인공이였다.

 

이곳에 있는 것은 나와 머리 없는 시체인 그녀뿐이다.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눈치가 빠른 동료 노다와 비서실장은 그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받긴 하지만 설마 그가 살인을 저지를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이 비워져있는 사이 냉장고 속 그녀의 손가락이 잘리고 또 한번 시체 일부가 유기 사건이 보도 된다. 헌데 이번 일은 그가 한 일이 아니다.

처음 머리를 유기 했을때 협박 전화가 있긴했지만 무시했던 일을 떠올리며 그 전화 협박범이 한 일이라고 추측하고 문단속을 하는데, 도쿄 지진과 정전이 있던 날 밤 그와 마주하고 공격 당하기까지한다.

그 사람은 또 누구이고 죽은 여자와는 어떤 관계인건지 읽으면 읽을 수록 점점 호기심이 가득해지는 이 책은 후반부에 가서야 모든 의문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한다.

어쩐지 사이코패스라고 치부하기에는 여러모로 친절한 모습이 자주 등장해서 결코 범인이라고 의심되지 않았는데 모두 이유가 있었다.

 

마치 만화책 표지를 연상시키는 표지 탓에 가볍게 읽을만한 추리소설 책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의 외로움이 담겨있다. 쏟아질듯 많은 사람들 속에서 관계를 맺여가며 살아가지만 결국 방안에 돌아오면 홀로 남게되는, 그래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사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그런 씁쓸함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는 감정선이 다르게 무덤덤하고 세상 일에 뚱한 주인공이 무척 독특하고 이상하다 여겨졌지만,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한다.

(물론 끝까지 그녀의 본명은 알지 못했지만) 목을 잘라 내놓지 않으면 그녀가 누군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일까.

가독성이 좋고, 재미있는 책이였다.


 "유일무이한 인간은 세상에 없어요. 그저 그 사실이 주변 사람이나 자기 자신에게 밝혀지면 안 되니까 다들 필사적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죠. 그리고 자기 일이나 입장이 중요하다고 믿으려 합니다. 죽기 싫어서가 아니에요. 자기 자신이 사라져도 세상은 나아간다는 진실을 인정하기 괴로워서죠. 대부분 인간이 삶에 집착하는 이유는 고작 그런 것이고 세상은 다 그런식으로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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