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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 살인 사건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8년 1월
평점 :
사내에서 여성이 비교 대상이
된다는건 대부분 '외모'라는게 씁쓸한 현실이다.
소설 속에서 살해 당한 '미키 노리코'는
사람들 기억속에 '엄청 예쁘다'고 상기되는 여성이였고, 반대로 용의자로 지목된 여성 '시로노 미키'는 평범한 여성이였다. 그런데 어쩐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게되는 시로노 미키는 미모 열등감에 휩싸인 사람이 되어 버려 있었다. 당사자인 본인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물론 한
쪽의 외모가 유독 특출나는 경우, 상대적으로 반대쪽은 주눅이 들 수 밖에 없을거라는게 통상적인 생각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런 감정을 갖는다는
건 아닌데 '시로노 미키'의 입장은 사람들의 인식속에서 자유자제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외모 이야기 뿐 아니다. 사람은
상대적이라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행동과 말투 등이 달라지곤 한다. 누군가에게는 순진하고 착하게 보이는 사람이 또 누군가의 눈에는 둔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으로 비춰질수 있는데 살인사건이라는 큰 사건 앞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여성은 이미 살인자라는 전제하에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사람을 함부로 험담하거나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내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우리는 참 쉽게 그것을 하고 있다. 이 소설은 그것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와 타인의 구성으로 된 과거, 진실은
무엇인가.
소설은 계곡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용의자로 지목된 여성이 떠오르고 한 주간지 기자에 의해 그 여성에 관해 회사 동료와 친구들, 고향 마을주민들과 가족까지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각자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사건과 맞춰가며 쏟아낸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또다른 기삿거리가 된다.
피해자와 용의자의 외모 평판, 연애
스캔들, 사내에서 소소한 물건이 하나씩 없어지던 일부터 캐캐묵은 어린시절 사건까지 들춰내며 한 인간의 일생을 낱낱히 파헤치는 내용들은 어쩐지
무섭게만 느껴졌다.
내가 만일 그런 입장이 되어있다면, 나의
동료와 친구들, 가족은 나를 어떻게 이야기 해줄까, 그동안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등에 대한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나 역시
한번은 말도 안되는 스캔들로 마음 고생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들려온 이야기는 가까운 친구까지도 그 스캔들을 맞다고 믿고 있었기에 그것이 더
충격적이였다. 만약 누군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기회가 온다면 그 작은 해프닝은 다시 회자되고 크게 부풀려질 것만 같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의 진행은 먼저 사람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잠시 몸을 숨겼던 용의자 당사자인 '시로노 미키'의 입장에서 글이 쓰여진다.
책 구성에서 특이한 점은 책 뒷부분에
주간지 기자가 썼다는 신문기사와 그의 SNS내용이 담겨 있는데 나를 잘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해 멋대로 이야기하는 것도 속터질
일인데, 나를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까지 나에 대한 이야기를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으니 본인으로서는 정말 기가막힐 노릇이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부모님까지 나를 끝까지 믿어주지 못하고 용서해달라는 둥 엉뚱한 말을 해버리다니.. 그녀는 사건이 모두 마무리 된 후에 일상으로, 그녀의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전처럼 웃으며 지낼 수 있을까?
저는 제 과거를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