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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헤르만 헤세 지음, 추혜연 그림, 서유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죄와벌, 상실의시대, 수레바퀴아래서.. 최근 학창시절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니 꽤 새로운 느낌이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을 잊어버려서 그런것도 있지만 10대때의 생각과 느낌은 지금은 많이 달라져서 그런지 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이제는 나름대로 수용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 좋다.
그렇게 나는 고전 다시 읽기를 천천히 시도하고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고전은 언제 읽어도 좋다는건가보다.
나중에 꼭 다시 읽어봐야지 했던 책 리스트들 중에서 '데미안'은 단연 상위에 있었다. 특히 중학교에 재학중이던 당시에는 이 책이 더 어렵게 느껴져서 몇번을 들었다 놨다 하며 보다말다 한 기억이 있는데, 지금 읽어보니 역시나 어렵고 역시나 내 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는다. 나는 왜 20대에 읽을 생각을 하지 못하였을까.
특히 이번에 받은 책은 표지가 꽤 매력적이였다. 이번에는 밑줄을 그어가며 제대로 정독해보겠다고 벼르던 차였는데 표지나 속지 일러스트가 예뻐서 줄긋는게 미안한 정도였다 ^^
데미안은 소설이지만 어떤 일련의 사건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에밀 싱클레어라는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속에서 데미안이라는 친구를 만나 자신의 자아를 찾아간다는 일종의 성장소설이 되겠다. 이것을 책 줄거리 한 줄로 표현하기란 참 복잡하긴 한데, 자신의 내면 세계의 양면성을 깨닫고 정신세계의 여러 여정을 겪어가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스토리다. 누구나 첫 세계란 당연히 하나였고, 한 세계의 전부가 아버지의 집이였는데 자라면서 점차 또 다른 하나의 세계가 시작된다. 어머니와 아버지만 있던 유년의 맑고 밝은 그 세계에서 벗어나려면 괴롭지만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길로 가려면 반드시 벗어나야 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것이다.
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156
그래서 그런지 한참 사춘기 초기증상을 보이는 우리집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안아주고 젖을 물려주는 엄마가 세계의 전부였던 아기가 점차 자신이 먹고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의견이 맞지 않을때는 침묵을 지키거나 큰 소리로 반항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러한 행동을 버릇이 나쁘다는 이유로 계속 타박만 주고 있었는데 아이가 이제 스스로의 세계로 진입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기특한 일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변신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어린시절 데미안을 정독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시 읽어야할 책 상위권에 랭킹해있었던 이유를 알게되었다. 데미안에는 나를 대변하는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이였다. 특히 양면성 부분은 꽤 공감했다.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의 결합" 또 때로는 어떤 문제에 있어서 '당연히' 혹은 '무조건'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지 종종 의심되곤 했는데 이게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왠지 기뻤다.
중학교정도 나이라면 이 책을 읽기 딱 좋은 나이인데, 어릴때 중도포기하지말고 제대로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더라면 내안의 변화와 내 기분을 누군가에게 말로는 딱 집어 표현하기 어려웠고 복잡했던 시절에 내가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보듬아 줄수 있지 않았을까.
책을 다 읽고나면 누구라도 스스로에게 묻게될것이다. 나는 내 운명을 다 살아내고 있는가에 대해.
가끔 어린아이처럼 투정부리고 게으름피우며 허비하고 있는 삶을 살고있진 않은지.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된다.
우리 아이에게 진짜 사춘기가 온다면 이 책을 쓰윽 권해보고싶다. 그리고 만약 지금 읽기 어렵다면 나중에 언제라도 꼭 읽어보라고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