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에서 한 여자의 사체가 발견된다. 그 강의 이름은 드라우닝 풀.

드라우닝 풀, Drowning Pool. ‘익사의 웅덩이’라는 뜻으로, 봉건 시대 스코틀랜드의 법에 따라 여성 범죄자들을 처형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 웅덩이나 우물을 가리킨다. 16~17세기 마녀 재판이 횡행하던 시절에는 마녀로 고발당한 여성의 유무죄를 시험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물에 빠뜨려진 여성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닌 것으로, 물 위로 뜨면 마녀로 간주되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이름을 가졌기 때문인지 어쩐건지 그 강에는 유독 여성의 죽음이 잇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어린시절 겪은 지독한 사건과 관련해 언니에 대한 미움으로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죽은 넬의 여동생 줄스가 다시 이 마을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솔직히 이 책, 나는 참 힘들게 읽어 내려갔다. 책이 재미가 없었다는건 절대 아니다. 원래 외국인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렇게 읽는 속도가 늘어질줄 미리 알았더라면 인물관계도라도 그려놓을걸 하고 후회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야기의 진행이 과거와 현재를 마구 오가며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자신의 입장에서 쓰여진다. 게다가 같은 인물의 이야기를 쓰면서도 1인층과 3인층 시점을 오가고 또 무슨무슨 부인이 풀네임이 있고, 처녀적 이름이 있고... 아무튼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꽤 복잡하게 느껴졌다. 같은 책을 특히 결말을 알아버린 소설은 두 번 읽는 법이 없는데 이 책은 꼭 두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을 알고 읽으면 더 재미나는 소설이라고나 할까.

각설하고 ​넬은 성공한 작가겸 사진작가였다. 헌데 공교롭게도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여성들이 그 강에서 목숨을 잃은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 그녀도 그 강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넬의 유일한 가족이였던 십대 딸 리나는 엄마가 자살했다고 단정지어 버린다. 넬이 죽기 얼마전 그 강에서 죽은 또다른 여자 케이티는 리나의 절친인터라 리나는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의심되기는 하지만, 다른 인물로 시선이 옮겨지면 또 그 사람이 의심될만한 내용들이 등장해서 책을 읽고 있는 이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것도 거짓말은 아니지만, 완전한 진실도 아니다. 유일한 진실은 아니다. -p.42​

나는 전부 다 사실대로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다. -p.232​

오래된 경관들의 말처럼 '뛰어내렸겠지.'라고 처리하면 쉽게 끝나버렸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줄스는 리비와 메리, 앤, 케이티, 지니, 로런 .... 죽은 여자 이름위에 진한 검은색 잉크로 이렇게 써놓은 언니의 메모를 발견한다.

'백퍼드는 자살 명소가 아니다. 백퍼드는 골치 아픈 여성들을 제거하는 곳이다.'

이 말은 넬 본인도 골치아픈 여성이 되어서 강에 빠지게 되었다는 뜻인걸까. 대체  드라우닝 풀은 어떤 마력을 갖고 있기에 여자들을 끌어 당기는 것일까. 죽은자들과 대화를 한다는 니키가 등장하기도하고 과거 줄스 본인도 강에 빠져 들었던 경험이 있던터라 나는 강이 갖는 어떤 힘이 등장하는 것일까 추측해봤는데 현실은 그저 나쁜놈들이 강을 '자신의 추악한 범죄'를 묻어버리는 도구로 사용 했을 뿐이였다.

리나는 엄마가 자살을 했다고, 줄스는 언니가 자신이 강간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션...션은 엄마가 그때 차안에서 내게 손을 뻗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대로 믿어버리고 그에따른 행동을 이어나간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의심이 가는 인물들이 추려져서 범인으로 잡힌 인물에 대해 놀라울 것은 없지만, 진짜 범인이 드러나지 않은 채 책이 끝나버려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런것도 가족애의 하나라고 봐야하는건지 의문이다.

헌데 책 내용을 곰곰히 떠올리다 보면 한편으로 누군가를 악인 혹은 선인으로 딱 구별한다는게 참 우수운 일이구나 싶다.

리나는 엄마와 친구를 잃은 비련의 주인공이지만 사실 모든 원흉은 리나에게서 시작됐다. 리나의 엄마 넬도 어린시절 줄스에게 못된 짓을 해왔다. 헬런은 모든것을 알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 역활을 한 에린은 자기보다 어린 동료를 꾀어냈다 그것도 같은 여자를.

​그러니 대체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그저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이 한마디가 인간을 설명하는 깔끔한 한 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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