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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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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연일 달달한 로맨스 소설 책 읽기 딱 좋은 가을 날씨이라 찾아보다가 우연히 SBS 월화 드라마로 낙점받은 <사랑의
온도>를 알게되어 읽기 시작했다. 보통 영화로 만들어진 책을 영화를
보기 전에 내용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먼저 책으로 찾아본적은 있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진 책을 읽어 보는건 <내 이름은 김삼순> 후에
처음인것 같다. 그래서 이왕이면 드라마가 방영하기 전에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 죽일놈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드라마 첫 방을 봐 버렸고, 내
머릿속에는 주인공의 얼굴들과 성격과 이미지를 각인 시켜버리는 실수를 범해버렸다. 힝~ 하지만 드라마의 인물들과 책 속에서 내가 떠오리게 된 인물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다행이였다는
후문-
8,90년대 친구들이라면 인터넷 채팅 사이트가 활보하기 이전에 PC통신을 이용해 처음 온라인의 세계에
빠지던 시대를 기억 할 것이다. 나 역시 전화선을 단말기에 연결시켜 밤새 지칠줄 모르는 대화를 즐겨봤던 세대라 책 속 주인공들이 닉네임을 정하고
대화하고 속 마음을 털어놓는 부분에서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속에서 나는 나였지만 내가 아니였다.
후후.
사람들이 힘주어 말하는 것보다는 스쳐 가는 말 중에 진실이 있다.
책에서는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고 드라마 작가가 되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닉네임 제인 이현수와
어디서든 시선을 받는 외모와 항상 사랑받고 사는 것에 익숙했던 부잣집 딸 우체통 홍아, 그리고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고 돌아와 족발집에서 가게
운영을 배우고 최근 자신의 레스토랑을 연 착한 스프 온정선 이 세사람이 등장한다.
"사랑은 쌍방통행이지. 일방통행이
아니잖아."
사실 두 사람이 항상 같은 타이밍에 반하고 똑같은 시간에 사랑하기 시작하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홍아가 결혼하고 자리를 비우자 현수와 정선은 조금씩 가까워졌다. 그런데
현수를 좋아한다고 말하려던 날,
정선은 다른 여자에게 고백 받았고 사귀기로 했다. 네가 나를 언제 좋아했었냐고 황당해하는 현수에게 정선은 그렇게 신호를 줬는데도 알아채지 못해서
다른 여자를 만나기로 했다고 담담히 말한다. 현수는 그제서야 정선이 보낸 신호를 떠올린다. 내 눈을 잘 마주치지 못했던 날, 내 진짜 이름을
알고 있던 일, 집으로 초대해 밥을 해주고 한번도 같은 반찬을 내지 않았던 일.
그리고 이상하게 그 이후부터 현수는 정선을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휴대전화가 없는 그이기에 집에
돌아왔는지 확인하는 전화를 하고 내일 무엇을 할지 묻고 또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사랑해...... 사랑하고
있어."
그는 난감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어."
사랑이라는게 그렇다. 내가 뜨겁게 타오르는 순간이라고 상대도 역시 그렇다고 장담 할 수 없다.
그건 내가 널 이만큼 사랑하니까 너도 날 이만큼 사랑해줘 와 같은 억지와
같다.
사랑에는 식어버린 가슴이라고 생각했는데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현수와 겉은 차갑게만 보이지만 항상
따뜻함을 원하고 있던 정선.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같은 온도를 맞춰가며 사랑하는 일, 두 사람에겐 가능한
일일까.
오랫만에 가슴을 두근거리며 쉬지않고
책장을 넘겼다. (이런데도 멜로소설을 안좋아한다고?
웃음)
그런데 결말이 상당히 의외다. 생각치도 못했던 우체통이 두 사람의 걸림돌이 될줄은 몰랐다.
그리고 제목의 착한 스프가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된 순간 참 허탈해진다.
마침표는 커녕 시작도 해보지 못한 사랑은 아픔을 넘어 상처가 되어버렸다.
두근거림과 쓸쓸함을 함께 가져다준 사랑의 온도.
이 가을 계절과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자, 이제 드라마 정주행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