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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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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실을 찾기 위해 거짓말을 할 것이다. 나는 온 세상을 속인 후에 모든 인류에게 도움이 되고,
어쩌면 안류의 영혼을 구할지도 모르는 지식을 얻게 될 것이다. 나는 한동안 사람들을 혼란에 빠지겠지만 결국엔 그 혼란이 다 깨끗하게 걷힐
것이다. 나는 진실의 은행에서 융자를 받겠지만, 결국엔 이자까지 쳐서 다 갚을 것이다. p.233
이 책의 주인공은 목사이자 자연과학자인 아버지를 존경하며 그에게 인정받는 딸이 되기위해 과학분야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던 열 네살의 페이스
선더리 양이다. 아버지 에라스무스 선더리는 '뉴 펄튼' 화석을 비롯한 여러 화석을 과학계에 발표했고 명성을 얻은 훌륭한 분이지만, 영국의
<인텔리전서>지에서 아버지가 발표한 화석들의 진위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스캔들로 시끄러워진 영국을 뒤로하고 삼촌의 조언에 따라
본토를 떠나 베인 섬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어쩐지 도착 하자마자, 아니 도착 전부터 이 가족들을 감싸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버지는 이곳에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 예상했고, 어머니는 소문이 섬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재기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지만 그들의
생각보다 소문은 훨씬 빨리 따라왔고 집안 일을 돕던 사람들은 물론 아버지와 함께 일하기로 했던 사람들까지 대놓고 등을 돌린다.
그리고 벌어진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
그건 사고가 아니었다. 자살도 아니었다. 살인이었다. p.203
아버지가 죽기 전날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일을 도와드린 페이스는 여러가지 정황상 그가 절대 절벽에 몸을 던져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
하지만, 섬에 스캔들이 나기 시작하자마자 벌어진 일이기에 사람들은 자살로 몰아세우고 만다. 게다가 상황이 상황인지라 돌변해버린 어머니의 모습에
페이스는 배신감까지 느끼고 이 모든 일에는 아버지를 도와드린 그 비밀스러운 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낀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스스로 밝히기로 한다.
그렇게 알게 된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연구란 바로 책 제목 그대로 '거짓말을 먹는 나무' 였다.
과학을 연구하던 사람이 이 신비하고 고귀한 존재를 어떻게 찾아내고 지켜왔던 것일까. 그것은 페이스 가족을 따라온 스캔들과도 관련이 있었고,
그들을 이 섬에 불러들인 사람들과도 관련이 있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외국인 이름이면 책 읽는 속도가 잘 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초반에 조금 헤메고 나면 어느정도 인물들간의 관계와 시대적
배경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궃은 날씨를 피하지 못해 정말 어쩔수없이 드레스가 더러워지는 일이나 상대방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도 티를 내지 못하는 등 여성이
자유롭게 활동하거나 나서지 못했던 시대에 대한 반영이 열 네살 소녀 페이스를 통해서 곳곳에 등장해서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스스로 하고싶은 일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걷겠다며 각오하는 페이스의 모습에서 괜히 흐뭇해진다. 아버지의 죽음 후 이해 할 수 없던
어머니의 행동도 비로소 그 오해가 풀렸다.
물론 책의 중점적인 이야기는 '거짓말을 먹는 나무'의 신비한 능력이다.
페이스는 아버지의 죽음. 그 진실을 알기 위해서 나무의 힘이 필요했고 그러려면 거짓말을 퍼트려야 했는데 그 과정이 참 흥미진하다. 이 아이
참 영리하다. 결말도 절대 실망스럽지 않아 좋았다.
페이스는 거짓말을 퍼뜨리려면 일부만 제공하면 된다는 걸 익혀가고 있었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의
상상력으로 채워 가면 된다. p.345
다만 그 나무는 과연 무엇이였을까. 하는 묘한 여운이 남았다.
책에서는 금단의 열매, 선악과 라는 단어가 나오긴 하는데 나무에 관련되면 꼭 죽음이 뒤따르니 내 생각엔 혹시 악마가 사람들 사이에 이간질을
하기위해 만들어낸게 아닐까 하고 상상해봤다. 아니면 지금도 모든 나무들에게 그러한 능력이 있는데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야기가 끝났어도 여러가지 생각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재미있는 스토리였다.
판타지와 스릴러가 결합된 재미난 소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