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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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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본 추리소설을 읽고 받았던 신선함 때문에 오랫동안 나는 책편식을 하고 있다. '일본 추리소설'에 빠져버린 이유는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묘사에서 주는 현실감이 높고, 이야기가 완벽하지 않으면 완성되지 못하는 추리분야의 특성이 마음에 들어서
일듯하다.
내 마음을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님의 소설이 아닐까 싶은데, 워낙 다작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그 많은 작품들이 항상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정말 거의 항.상. 그러했다.
사실 '용의자 X의 헌신'은 오래전에 영화로 나온 정보를 보고 찾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던터라
내용에 집중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표지를 바꿔 새롭게 나왔기에 정독을 시도해봤다.
완벽한 논리, 완벽한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도 지금, 이 자리에서. -p.61
한때 천재 수학자라는 수식어가 있던 이시가미지만 지금은 삶의 목적을 잃고 자살까지 생각하던 이시가미에게 한줄기 빛을 보게 된 것은
바로 옆집에 새로 이사온 야스코와 미사토 모녀의 눈 때문이였다. 사랑을 고백한다거나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는 것은 아니였다. 그저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열심히 살아가려하는 모녀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버린 그다.
그런데, 그런 그녀들에게 사건이 생기고 만다. 두 번째 전 남편 도가시가 돈을 목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괴롭히다가 그녀들의 손에
죽어 버린것이다. 우발적이였지만 살인은 살인이다. 큰일이 났다는 생각을 들기도 전에 그녀들에게 갑자기 이시가미가 찾아 와 돕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천재 수학자답게 이론적으로 완벽한 완전 범죄를 그려낸다.
다음 날, 얼굴과 지문이 망가진 변사체가 발견되고 수사의 방향은 여지없이 모녀들에게 향하게 되는데 이때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인물이
바로 유가와 마나부 이다. 형사는 아니지만 물리학을 이용한 방법으로 형사 구사나기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던 유가와는 대학시절 이시가미와 동기였다.
중간에 물리학과와 수학과로 나뉘긴 했으나 둘은 느낌적으로 서로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된 사이였는데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완벽했던 완전 범죄가 오히려 너무 완벽했기에 유가와는 직감적으로 이시가미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사건의 진상으로
다가간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이론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야망은 두 사람에게 공통된 것이 었지만 그 접근 방법은 정반대였다.
이시가미는 수학이라는 블록을 쌓아 올림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하려 했다. 반면 유기와는 우선 관찰하는 데서 시작했다. 그럼으로써 수수께끼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명해 나가는 것이다. -p.125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알리바이를 위해 스스로 스토커가 되는 상황을 꾸며내면서 까지 범죄를 덮으려 했던 이시가미의 행동과 자신이
처한 상황은 생각도 하지 않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행동을 하는 야스코의 모습이 솔직히 예전에 영화로 보았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
물론 짧은 필름안에 모든 내용을 담기란 쉽지 않겠지만 - 확실히 원작을 읽으니 충분히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전달되어서 더 가슴이 너무 아팠다.
물론 나는 '범죄는 범죄다'라는 주의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그가 치뤄야 했던 희생은 너무나 컸던 것이다.
유리문에 비친 모습을 보며 스치듯 나눈 이야기를 놓지 않고 이상함을 감지한 유가와의 관찰력을 보고 결코 만만치 않겠다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이시가미는 자신이 철저하게 덮었던 진실을 낱낱히 파헤쳐지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녀'를 지키지 못한채 책은 이시가미의 절규로 끝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야스코 씨에게만은 진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야스코 씨를
위해서요. 만일 진상을 알게 되면 댁이 지금보다 훨씬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될 테니까요. 그래도 저는 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가 야스코
씨를 사랑하고, 그래서 자신의 인생 모두를 걸었다는 사실을 댁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그가 벌인 이런 일이 너무 가슴 아프니까요. 그는 이러는 걸
바라지 않겠지만, 댁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걸 저는 견딜 수 없습니다. -p.408
영화를 통해 전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뻔히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아는 충격'과 '아는 반전'을 새롭게
느낄수 있다니 참 신기한 경험 이였다. 다시 읽어도 '히가시노 게이고' 그에게 '일본 미스테리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는 멋진
작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