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누군가, 나이가 들면 밥먹다 밥숟가락 떨어뜨리는 일이 많다더니, 요즘 내가 그렇다.

뭔가 생각과 고민은 많은데 해결되는 방향은 보이지않고 되려 고심하다가 멍때리기로 끝내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정리되지 않는 일을 붙잡고 있느니 책이나 읽자, 하는데 예전처럼 분량길고 심각한 책은 또 집중이 되지않을까 싶어서 이번엔 단편을 잡아봤다.

'버라이어티'는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이 단편으로 들어가 있다.

 

경영자란 결단하는 게 일인 것이다. 한 번의 망설임으로 기회를 놓치는 게 비지니스의 세계였다.

 

남은 인간은 언제고 나갈 그 인간이 눈부셔 보인다. 회사원 신세에서 벗어나는 것은 회사원들의 영원한 동경이었다.

 

창업하고 생각한 것은, 사장은 고독하다는 것이었다.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는 것이다.

 

이놈의 회사 내가 때려치고 만다! 하고 한번쯤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왠지 캐공감(!) 할 만한 이야기 가장 먼저 등장하는데 한 가정의 가장이자 15년 근무한 회사를 막 때려친 책속의 주인공인 나카이 가즈히로는 공교롭게도 나와 나이가 동갑이였다. 크헛.

나카이는 그동안 다녔던 회사원 생활을 정리하고 마음이 맞는 직원을 데리고 새롭게 회사를 차려 나가기로 한다. 나 역시 오랜 시간동안 직장 생활을 해온 터라 답답한 회사원 딱지를 떼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에 공감이 되기도하고 막연하게 불안해하는 그의 아내의 마음도 십분 이해가 됐다. '내가 이 바닥에서 몇년을 일했는데!' 하며 자신만만하던 사람도 직접 영업으로 매출을 올려야하고 직원 월급과 사무실 임대료를 밀리지 않아야하는 '사장'이라는 타이틀은 생각보다 더 낙낙치 않을거라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직원 영입이며 믿었던 매출건수등 다양한 부분에서 발이 걸려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그를 응원하게 되는건 나도 언젠간 사표를 던지는 날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였을까?(웃음)

'나는 사장이다'와 '매번 고맙습니다' 편이 이어지는 단편이라서 이거 나카이 이야기로 계속 되는걸까? 싶었는데, 그 이후에는 각각의 내용으로 총 9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개인적으로 쭉 이어져도 괜찮겠다 싶었다는 ^^

그 이후에는 혼잡한 귀성길에 히치하이커들을 차에 태우게 되며 벌어지는 일과 더부살이 이야기, 그리고 열일곱 여고생의 깜찍발칙한 이야기 등 하나같이 모두 재미있고 인물들에 200% 감정이입 되는 내용들이 줄줄이라 출퇴근시간을 이용한 독서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또 한편으론 사람들이 생긴 모습이나 사는 모습이 다들 제각각 같아도 비슷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사는구나 싶기도 해서 그간 여러가지로 복잡했던 머리를 잘 씻어낸 기분 좋은 책이였다. 그의 이런 단편을 또 만날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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