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화요란
오카베 에츠 지음, 최나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30년동안 봐 왔으니, 이제 그만봐도 된다 싶어서 집에 티비를 없앴을때 사실 가장 아쉬웠던건 드라마였다. 줄거리도 매번 비슷비슷한데다 최근들어 너무 막장드라마가 많아 지긋지긋한 차였는데, 또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아쉬웠다. 글쎄 대체 왜일까? 막장 스토리가 끌리는 이유는 -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이거 완전 막장드라마네.' 그런 말이 내 입에서 저절로 흘러 나왔다.

 

'리카'는 상사인 '소타'와 불륜관계였다. 그런데 이를 눈치챈 소타의 부인, '미츠코'는 소타의 고인이된 친구의 아들인 '케이치'를 '리카'와 맞선 보게 주선해버리고, 그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보니 '케이치' 역시 '미츠코'에게 마음이 있었고, 이를 '소타'도 알고 있었다.

더 골때리는건 '리카'의 결혼식을 돕기로 한 두 명의 지인 중 한명인 '마키'는 충동적이며 의도적으로 '케이치'에게 접근하였다가 되려 마음을 뺏기로 만다. 

관계가 참 복잡한데, 한국 드라마를 오래본 사람이라면 별로 어렵지 않은 구조다. (웃음)

 

"어른 친구끼리는 어떻게 사귀는 걸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담을 쌓는 일이랄까?"

"담이요?"

"상대가 발을 디딜 수 없고 나만 발을 딛는 담을 서로 만들어 그 담 밖에서 함께 노는 거야." -p.19

 

"틈새로 살짝 보이는 일들도 못 본 척하는 거야. 상대방이 담장 안에 감추고 있는 이상은." -p.21

 

뭔가 서글펐다. 어릴때 친구란 나의 비밀과 마음을 모두 털어놓고 공감하며 위로 받을 수 있는 존재라 생각했는데, 어른들에게 친구란 뭔가를 감춰야하고 포장해야하는 것만 같아서.

남편, 살림과 육아에 올인하며 살아온 미츠코가 느꼈을 외로움과 중년으로 달려가는 나이에도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남기위해 버둥거리는 마키의 외로움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 둘의 외로움을 모두 이해 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아니면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게 아닐까? 어떤 상황이든 사람마다 느끼기 나름일까? 그건 결론을 잘 못 내리겠다. 그치만 그런 이유를 불륜관계로 끌고 들어가는 것은 참 씁쓸하다.

특히 소타와 미츠코의 딸 '미우'가 일련의 사건을 알게되어 스스로 일탈의 길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너무 안타까웠다. 결론적으론 그렇데 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였지만. 아무래도 나. 드라마를 보듯 감정 이입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눈에 보이는 것도 보이지않게 숨겨둔 이상은 보이지 않는 척하는 일.

그것이 어른의 규칙이다. -p.224

 

누구나 갖고 있지만 보이지않게 그리고 보이지 않는듯 잘 덮어둔 비밀을 안은채 '리카'와 '케이치'의 결혼식은 무사히 끝나게 된다. 그리고 리카는 각자가 소중해진 것을 지키기 위해 비밀은 비밀 그대로 두기로 한다.

사랑했던 그 사람을 부정하는건 아니다. 그냥 어떤것들은 흘러가는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한거다.

거참, 이런 관계도가 다 있나 싶을정도로 얽히고 설혀있지만, 마지막은 한국 드라마처럼 막장이 막장으로 끝나지 않아 참 다행이였다. 서예학원을 배경으로 두고 글자들을 설명하는 부분은 작가님이 신경써서 적은것 같은데 나는 그닥 열심히 읽지 않은 것 빼고는 재밌게 읽었다.

 

리카와 마키 , 미츠코, 미츠코의 딸 미우 이외에도 서예학원 스승님 류코나 이즈미 그리고 이즈미의 어머니 이야기도 살짝 살짝 나오는데 다양한 여성들의 삶과 생각들을 엿보며 어떤 부분은 나와 생각이 같아서 웃음이 나기도 했고 소름이 돋기도 했다. 나도 그런 마음이 한구석에 있었구나 하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어본 적이 있나요?... 믿음이란 내 안의 의심을 뿌리치는 일일 거예요. 그런데 의심은 나를 지키는 갑옷이죠. 그러니 갑옷을 벗고 무엇을 믿는다는 건 대단히 무방비한 일이에요. 작은 일에도 극심한 상처를 입고 마니까요. 그래도 상대를 믿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난 생각해요." -p.214


마키가 케이치를 잊고 새롭게 만나는 남자, 

이즈미 엄마의 병든 남편을 대하는 태도,

소타의 뻔뻔함, 미우의 의외의 재능.. 

반전이라고 부르긴 뭐하지만, 스토리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작은 충격을 주는 결말들이였다. 

하긴 실제 세상은 더 복잡하고 말도 안되게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런걸 충격이라고나 할 수 있을까만은 -

 

그건 그렇고,

요즘 세상에 담을 없앤 진정한 친구를 찾는 건 ... 정말 불가능한 일인걸까?

잘 모르겠지만.. 연인이든 친구든 내 마음과 꼭 맞는 한 사람을 얻는다는건 굉장히 어려운 일임은 분명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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