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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싸개
윤아해 지음, 이갑규 그림 / 장영(황제펭귄) / 201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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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해... "
아이의 불안한 작은 목소리가 들려서 방으로 달려가보니.. 녀석 이불에 지도를 그려놨습니다.
잔뜩 화가 난 상태로 윽박지르려다가 헛.. 마침 어젯밤 아이에게 읽어준 '오줌싸개'라는 책이 번뜩 생각났습니다.
하필이면!
그리고 저도 모르게 허허..하고 웃어버렸습니다.
우리집 다섯살 꼬맹이는 가끔 이불에 실례를 합니다. 잠들기전 꼭 화장실 다녀오기를 시키지만, 지금은 오줌이 절대 마렵지 않다고 자신만만하게 우기며 잠든 날에는 어김없이 꼭 이런 사고(?)를 치고말지요.
호되게 혼내줘야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지.
라고 생각했었고, 또 많은 분들이 아직까지 그럴꺼라 믿고 있겠지만, 사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이미 벌어진 일을 가지고 혼나는 일은 절대로 즐겁지 않습니다. 그리고 혼이 났다고 다음에 그러지 않으리란 법도 없지요.
사실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저도 몰랐답니다.
그동안은 엄마에게 혼이날까봐, 잔뜩 기가 죽어있는 아이의 표정을 살피기도 전에 이미 제가 화를 내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책속에 오줌싸개 민이를 보고 있으려니,
실례를 한 사실을 알았을때 우리 아이가 얼마나 조마조마하고 당황했을까 - 그제서야 아이의 표정이 떠오르더군요.
귀찮은 일은 한가지 늘었지만, 그림책속 엄마는 절대 저처럼 화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괜찮아,
괜찮아,
민이 네 잘못이 아니란다.
하며 위로를 건네고 있지요.
그런 위로를 받는 민이의 마음이라고 편할리 없습니다.
자신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고, 바보같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도 그리는 일 뿐아니라 어떤일이든 아이를 대할때는 마찬가지일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일의 잘잘못을 떠나서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는 일. 그걸알면서도 왜 쉽지가 않을까요.
엄마도 그때를 다 지나왔으니,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알고있다고 생각하지만,
엄마는 이미 엄마가 되었기때문에 절대 아이를 다 이해하지 못한탓일까요.
이런 작은 일 하나부터 아이를 이해하고 믿어주면 그것이 쌓여서 우리 아이의 자존감이 되는건 아닐까요.
그림책속에서 민이는 오줌을 주제로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에게 어젯밤 어떤 꿈, 어떤 나라에 다녀왔길래 이런 큰일을 저질렀냐고 했더니,
뚝딱하고 별나라를 그려놓았네요.
본인은 별나라에서 쉬를 한건데 이불에 지도가 그려졌다는 모양입니다. ^^ 참 깜찍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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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우리 민이 오늘은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그날밤, 잠들기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그림책속 엄마의 모습.
나도 그런 표정과 그런 마음을 보여주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어쩐지 이 동화는 아이가 아니라 엄마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네요.
(맨 마지막장에 깜짝 반전이 있으니 꼭 책에서 확인하세요 ^^)
오늘밤에는 우리 아이가 어떤 꿈나라로 여행을 다녀올까요?
잠든 아이의 얼굴에 작은 입맞춤을 해주고 싶은 너무 귀여운 오줌싸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