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소각 지침
마커스 클리워 지음, 김지원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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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머릿속 깊은 곳에 있는 목소리가 애원했다. 그냥 불을 꺼, 메이시. 그냥 의례를 따라...의례를 따라...의례를 따라..

22세 메이시는 부모님 없이 아픈 동생을 돌봐야 하는 힘겨운 삶에 놓여있다. 그래서 노인 간병인을 구한다는 그레이스의 제안은 충분히 해볼만한 일이였다. 그런데 막상 그 집에 도착하니 돌봐야하는 남편 데이비드는 죽고 없다고 하고, 그냥 이 집을 봐달라는 황당한 일을 제안한다.

말로는 집 관리 규칙 자체는 별 위험이 없다고 하지만 데이비드의 이상한 당부가 담긴 VHS테이프와 알수없는 규칙들은 대놓고 수상하다. 하지만 바로 입금된 선금과 높은 임금에 흔들려 메이시는 그만 그 일을 수락해버린다.

조명지침 새벽3시부터 4시까지는 1층과 2층의 모든 전등을 꺼두어야 한다.

토끼지침 집안에서 토끼를 발견하면 10분안에 잡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방문자차단 저녁6시부터 아침6시사이, 방문자를 조심할것. 절대 들키지 말고 숨을 것.

좀 괴상하긴 하지만 별로 복잡할것도 없는 규칙이다. 시간에 맞춰 움직이기만 하면 되겠지. 하지만 지침을 지키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조명을 꺼두는 일을 7초 놓쳐버리고 말았다. 지침을 어겼을시 열어보라는 봉투를 열어보니 이번엔 토끼의 방문을 막아야 한다. 헌데 토끼도 놓치고 말았다.

이런 이상한 일에 왜 엮기게 되었을까, 그냥 도망칠까.

메이시는 실제로 도망친다. 하지만 왠지 이 기이한 지침이 요상한 악취미를 가진 사람의 장난이 아닌것같다. 이걸 어겼을시 정말로 큰 일이 일어날것같다. 메이시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지침을 지키지 못하면 다른 방도를 계속 일러주지만 메이시는 계속 지침을 지키지 못한다. 이러면 어떻게 되는거지?

왜 토끼를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랬다가 다시 밖으로 못나가게 하는거지? 왜 토끼를 소각해야 하는거지?

책은 불친절하게도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책을 다 읽고나서도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저자가 이 책을 보고 많이 들었다는 말, "방금 도대체 뭘 읽은 거죠?" 그거 나도 묻고 싶다.

그래서 찾아보니 이것은 나폴리탄 괴담의 규칙을 서스펜스 스릴러로 풀어낸 것이라고 한다. 나폴리단 괴담이란 규칙을 지치면 생존하는 형태의 공포를 지칭하는 장르라는데 '복도 끝은 문이 보여도 열지 마시요. 복도끝에는 문이 없습니다.' '관리인이 세 번 노크하면 절대 대답하지 마시오' 같은 일상적인 규칙이나 안내문에 설명되지 않는 이상함이 숨어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설명을 듣자 복도를 걷다가 이상함이 발견되면 되돌아나가야 하는 THE EXIT 8 라는 게임이 생각났다. 이유는 없다. 그저 평소와 다른 기시감이 느껴지면 진짜가 아니므로 도망쳐야 한다는 거다.

왜 그런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무엇이 튀어나올지, 끝은 어떻게 되는 건지 혼자 생각하고 부딪혀야 해서 더 무섭다. 아버지의 이상한 죽음, 동생을 돌보는 무거운 책임 같은 심리적인 압박이 메이시를 계속 압박해오며 결국 무너뜨리는 스토리가 나도 딱히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냥 소름이 돋고 무서워졌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나서야 깨닫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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