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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제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이선화 외 지음 / 북다 / 2026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교보문고에서는 2013년부터 스토리공모전을 열어 우수한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올해는 13회차로 판타지와 리얼리티 사이의 주제를 담았다는 짧은 정보만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에는 총 다섯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한 줄 평을 하자면, 이 책은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설고 신선한 주제와 내용들이란 느낌이 들었다.
고래는 낙하한다
하늘에서 고래가 떨어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책에서만 보던 엄청나게 큰 그 고래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내 머리에 고래가 떨어지면 즉사뿐이다. 하지만 당장 내가 죽는 일이 아니라 그런지 시람들은 먼 나라의 그 일이 고귀한 하늘의 뜻이나 신비로운 현상으로 여겨진다. 한편 오랜시간 인공호흡기를 달고 병원에 누워있는 동생을 돌보며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박진에게는 그런 큰 사건은 중요하지 않있다. 오히려 지금 내 손에 떨어지는 몇 천원을 위해 배송 해야하는 택배 상자가 더 중요했고 고래낙하를 대비하는 헬맷 판매 증가가 고마웠다. 그런데 하필이면 다음 고래 낙하 예상 장소들중에 동생이 머무는 병원이 포함된다. 동생을 움직일수도, 이동 할 곳도 없는 박진에게 과학자들의 고래 낙하 지점 예상은 얼마나 정확한지가 이제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죽은 고래와의 외로운 사투 장면에서 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고래가 낙하한다고? 그게 이야기가 된다고? 생뚱맞는 이야기가 현실과 맞닿으니 몹시 처절하고 웅장해진다. 그렇게 느꼈다.
이제야 고래에게 묻고 싶은 게 생겼다. 죽은 고래는 본디 해저로 낙하하고 시체는 제가 먹던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것인데, 어째서 너는 평생을 유영한 바다를 벗어나 지면의 톱니바퀴를 돌리려 했느냐고. p,64
핑키프로미스
핑키를 먹기 시작했으니까, 곧 주연 맡을 거야.
세상이 얼마나 미쳐 돌아가는건지 핑키를 먹으면 유명세를 얻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너도 나도 핑키라는걸 먹겠다고 달려들겠지만, 사실 핑키는 아무나 먹을 수 있는게 아니다. 핑키는 생쥐와 시궁쥐다. 그 중 시궁주는 400그램까지도 나간다. 그것을 한 번에 꿀꺽 삼킬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그런 속이 뒤집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관심을 주고 인기를 안겨준다.
게다가 핑키를 잘 먹게 해준다는 핑키 코디네이터, 핑키프로미스도 있다.
친구 성주를 위해 핑키프로미스를 찾았던 주인공은 핑키를 먹었다는 성주의 말이 거짓임을 알게 되지만 위기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대신 핑키를 꿀꺽 삼키게 된다. 뒷이야기는 없지만 아마 주인공은 스타가 되었을것이다.
정말 기괴하고 절대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 해도 세상 사람 여럿이 그게 맞다고 우기면 진리가 되어 버리는 일들이 있다. 가끔 너무 이상하고 말도 안되는 것들이 유행처럼 번질 때 나만 이상한가 싶은데 이 이야기가 딱 그런 기분이 들게 했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려면 그것도 맞장구 치며 순리대로 살아가야 하는지, 불쾌함을 감수하고 살아가야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옮겨심기서비스
기억을 옮길 수 있다면, 저장장치에 저장해두고 꺼내 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몇 번이나 해본적있다.
옮겨심기서비스에서는 유일한 가족인 딸의 의사도 묻지않고 자신의 기억을 수조 속 문어에 이식한 아버지가 나온다. 다른 회원처럼 치매나 불치병, 혹은 가족불화 같은 세상을 등질 일이 있던 것도 아니였다. 갑작스럽게 저 문어에 아버지의 뇌가 들어가 있다면 어느 자식이 그것을 이해하고 수긍 할 수 있을까.
천천히 모음과 자음을 한 글자씩 들어 올려 하는 억지스러운 의사표현으로 문어가 된 아버지의 진심을 들을 수도, 소통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3개월 뒤 아버지는 그렇게 문어의 몸에 이식되어 바다로 방생된다.
가끔 내 기억과 몸을 복제한 어떤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나 인가, 내가 아닌가에 대한 엉뚱한 상상을 해보곤 하는데, 온전한 내 몸이 아닌 나를 거부하는 나에겐 더욱 아버지의 의중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곳에서는 행복하시길. 외롭지않길 바라는 딸의 간절함과 그런 간절함을 비는 것도 허무해하는 장면에 공감되는 글이였다.
잘 생각해 봐. 홈은 집이잖아. 그러니까 그 작은 구멍도 누군가의 집이 될 수 있다는 거지. p.187
그 외에도 로봇인 휴머노이드에게 동료와 동료를 공격한 존재의 박제를 의뢰한 이야기 홈.zip과 동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관리하던 호랑이를 나증에는 고깃덩어리 취급하는 인간의 욕망 사이를 담은 호랑이의 맛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단편이라 쉽게 읽히지만 모두 쉽게 잊혀지지 않을 주제들이라 흥미로웠고, 뒤돌아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 남아 좋았다.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수상작은 이번에 처음 알게되고 읽게 되었는데 지난 수상작도 찾아보고 싶을 만큼 인상깊었고 재미있는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