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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금지구역 : 월영시
김선민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볕이 잘 들지 않아서 싸늘한 방, 습기로 곰팡이 냄새가 배어 나오는 곳, 온갖 쓰레기 냄새가 뒤엉켜 악취가 나는 현장.. 잠시라도 머물고 싶지 않은 그런 장소처럼 불길한 느낌의 장소가 오늘 만나게 되는 소설 속 배경 - 월영시이다.
월영시, 이곳은 신도시 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폐건물을 정리하려고 한참 공사중인 곳이였다. 워낙 낙후된 곳이기도 하지만 외부인을 경계하고 밤 12시엔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말라, 공사 현장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말라는 등 수상한 경고를 하는 곳이라 괜히 꺼려지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다섯가지 에피소드로 나온다. 재미있는 점은 이야기의 작가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책의 설정을 알고나니, 예전에 강원도 정선 고한읍을 추리마을로 지정한 기념으로 나온 소설이 떠올랐다. 그 책 역시 다양한 작가들이 한 장소를 배경으로 쓴 소설을 모아둔 책이였는데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각각의 작가들이 상상력을 다르게 발휘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설정이 너무 흥미로웠다.
김선민 '뒷문'
주인공은 건설현장 직원으로 시공사와 조합의 요구를 조율하며 재건축을 진행하던 중 시공사의 공사 중단으로 월영시에 직접 내려오게 된다. 시공사와 조합장까지 절대로 그곳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건물로 들어서는데, 어떤 붉은 문을 통과 하자마자 그 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끝도없이 펼쳐지는 공간에서 정체모를 무언가에게 무작정 쫏기게 된다. 그러다가 미쳐버린것인지 환상인것인지 자신도 그 무언가가 되어버리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에 당황스럽지만 백룸을 배경으로 떠올리니 소름돋고 뭔지 모를 답답함이 밀려왔다. 나도 같이 그곳에 갖혀버린 기분까지 들었다.
박성신 '낙원모텔 철거작업'
김 소장과 다섯명의 인부가 낙원모텔 철거작업을 위해 월영시에 발을 들였다. 철거 날짜도 촉박한데, 더운 날씨도 서늘하게 만드는 공간에서 쏟아지는 수십 수백마리의 바퀴벌레 등장에 정신이 없는데, 공격적인 바퀴벌레의 행동에 인부 한 명씩 당하다가 결국 주인공 한수도 바퀴벌레의 공격에 무너지며 이야기가 끝난다. 경고를 무시한 댓가일까 아니면 이 월영시의 저주일까. 아직도 알 수 없다.
사미란 '호묘산 동반기'
"눈 올 땐 이 산에 올라가는거 아니에요. 돌아가요." 곧 눈이 올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기로 오른 효모산에서 주인공은 김두수라는 낯선 남자와 우연히 함께 등산을 하게 되는데 갑자기 부동산 사장이 나타나 김두수는 구미호고 자신은 도깨비라 한다. 사납게 대결하는 두 존재 앞에서 주인공은 누굴 믿고 따라야 할까.
이수아 '관계자 외 출입금지'
5년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유치원 원장이 빨간 끈으로 목을 메어 자살하고 월영유치원은 출입금지구역이 되었다. 연거푸 이어지는 여러가지 소문에 당시 아이를 잃었던 경선은 마음이 심란해지고 죽은 아이를 위해 다시 그곳에 들어서게 되는데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을까 싶지만 다시 귀신이라도 아이를 만나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공감되는 내용이였다.
정명섭 '재의산'
재의산은 사실 재차의가 묻혀있는 산이라했다. 위험한 곳이라는 이야기는 분명 들었는데, 지금 아이돌 사진을 찍을 생각이 가득한 가출팸 아이들은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보인다.
"이 동네 사람이 아니니까 모르시는 모양인데 ,여긴 금지구역 투성이에요, 잘못 발을 들였다가는 훅 간다구요"
아무리 과학수사가 발달하고 정밀검사를 해도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는 사인이라는게 있다. 알 수 없는 존재의 공격을 뭐라고 설명할까, 그냥 떠도는 소문을 믿는게 더 설득력있겠지.
살면서 이런저런 금기를 어기는 것에 대해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때로는 그 금지된 것을 행하는 일에 하나뿐인 내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임을 우리는 모르는 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각 내용에는 모두 '경고'가 있었다. 들어가지말라. 가지고 나오지말라. 오르지말라.
경고를 하는 쪽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못하지만 세상에는 말로 풀이되지 않는 어떤 존재가, 어떤 힘이 있다는 것이다.
단절된 도시, 알 수 없는 존재의 등장과 설명하기 힘든 초자연현상.. 글을 상상으로 그려가며 읽으니 내가 그 자리에 있는듯 더 섬뜩하고 소름 돋아서 간만에 진한 공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