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하룻밤 자고나면 새로운 책이 쏟아지는 세상에 살다보니 아무래도 오래된 작품까지 찾아 읽을 여력은 되지 않는다. 헌데 강렬한 표지에 끌려 잡게된 이 책을 읽다보니 저자의 이력을 알기도 전에 꽤 오래전 소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뮤리얼 스파크는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소설가에 집중한 스코틀랜드 작가이다. 1970년대에 스파크가 자신의 최고의 작품이 바로 운전석의 여자라고 말했다는데 솔직히 운전석의 여자는 쉽게 읽혀지는 내용은 아니였다.소설 속 여주인공은 휴가지에서 입을 옷을 고르다가 점원에게 말도 안되는 꼬투리를 잡아 화를 낸다. 점원은 옷 원단이 얼룩이 잘 남지 않아 좋다고 말을 전했을 뿐인데 자신이 옷에 뭘 질질 흘리는 칠칠맞은 여자같냐며 악을 쓰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장을 박차고 나가버린다.그리고 다음 매장에서 말도 안되게 화려한 색상의 옷을 고르고 정말 오랫만에 휴가를 받아 외국으로 떠나는데 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디로 가는지까지는 세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2장이 되어서야 그녀의 이름이 밝혀진다.그녀의 이름은 리제다. 핸드백을 하나 덜렁들고 비행기에 오른 리제는 자신이 취향이라고 말하는 남자는 뒤로하고 접근할 대상이 있는듯 승객들을 살피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인것 같은 일행을 붙잡는다.행보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데 3장에서 그녀의 죽음을 예고하는 글을 보니 그제서야 나는 그녀가 원하는게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난 모욕을 참지 않아!'첫 번째장에서 그녀가 무심코 한 말에서 나름 힌트를 얻은것인데 집요하게 따라붙는 빌을 뿌리치고 이 주변이 어떤지 살펴봐야한다고 말하는 장면, 죽음을 목전에 앞두고 남자에게 자신의 발목을 묶어야 한다고 당부하는 장면을 보니 그녀는 아마도 자신의 죽음이 이러이러한 모습이면 좋겠다고 미리 그려두고 휴가지로 떠난게 아닐까 싶었다.하나 더 밑그림을 상상해보자면 리제는 어떠한 사건으로 여자로서 큰 상처를 입었고 그저 그런 죽음으로 끝내기보단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 낸 화려하고 이야기가 남는 죽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여행을 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물론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그녀를 만들어 낸것인지는 알 수 없다.하지만 같은 여자이기에 조금은 알 것 같다. 화려한 옷을 입고 예쁜 립스틱을 바르고 여행지에서 혼자 돌아다니면 노골적인 추태든 은근한 눈빛이든 다 받는것이 당연한 일인가 하는 것이다.여작가이기에 여자가 느낄 수치심이나 예민한 심리를 더 잘알고 섬세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냈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운전석의 여자뿐 아니라 뮤리얼 스파크의 10개의 중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다. 한결같이 친절한 배경을 설명해주지 않아 무지한 내가 읽기는 쉽지 않았지만 다른 소설책과는 확실히 색다른 작품이 많아 즐거운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