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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율시집 - 숙제 아닌데 쓴 시, 10살부터 11살까지
송은율 지음 / 한사람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우리 아이는 일기 쓰기를 참 어려워 한다.
오늘 내가 한 일을 그냥 적기만 하는걸 뭐가 그렇게 힘들까 싶은데 아이는 '무엇을' 써야 하는지 정하는 것 부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좋은 것이 바로 '시쓰기'라고 한다. 그저 떠오르는대로 느끼는대로 적다보면 나만의 시가 완성되는 쓰기를 연습시키면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도서관에서 아이들 시집을 하나씩 빌려다 읽어주는데 오늘은 '은율시집'이라는 귀여운 시집을 만나보게 되었다.
은율시집은 초등학교 5학년인 은율이의 10살부터 11살까지의 시를 담았다고 한다.
'숙제가 아닌데 쓴 시'라는 문구에 왠지 마음이 갔던 것은 어떤 형식이나 주제를 정해놓지 않고 정말 자유로운 내용이 담겨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목차는 귀엽게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이어진다. 5교시는 아이가 버리겠다고 한 시였는데 엄마가 넣은 시였고 6교시는 은율이의 엄마가 시를 읽고 나서 적은 내용이였다. 이 한 권의 책이 은율이와 엄마에게 얼마나 좋은 추억과 뿌듯함일까 잠시 부러웠다.
별. 구름. 가로등. 친구. 꿈. 방학. 수학. 빙수.
시의 주제는 평범하면서도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게다가 딱 그 나이 아이들이 생각하고 쉽게 쓸 수 있는 순수한 내용의 시들이라 한 편 한 편이 다 재미있었다.
나의 여름
나의 여름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
나의 여름
나에게 여름은
방학? 바다? 여행?
나의 여름은
그저 친구들과
자전거 타고 노는
소소한 여름!
특히 '나의 여름'이라는 시를 읽다가 마음에 들어서 아이에게 보여주며 '시'는 일기보다 더 쓰기 쉽다고 알려주니까 아이가 자기는 이렇게 쓰면 100개는 금방 쓸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그럼 한 번 써보라면 또 주저할테지만 ^^
책의 인사말에서 은율이는 시를 쓴 계기를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고 전했다. 이런 마음이라면 정말 시든 일기든 쓰는 부담감을 덜어내고 쓰기 재미를 붙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에게 은율시집을 읽어보라며 권했다.
은율이의 시 중에 '부담감'이라는 시에서 은율이는 부담감을 어깨의 돌덩이를 떠올린다. 남들은 나에게 기대하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할 자신이 없다는 솔직한 본인의 마음을 시로 풀어낸 것이 참 귀여우면서도 은율이의 마음과 시를 잘 이해하게 된다.
은울 시집에는 아이의 나이 답지 않은 깊은 고민을 하고 쓴 듯한 시들도 눈에 띄였다.
기억을 잃게되면 내 삶의 데이터와 원동력을 집어 삼킬지도 모른다.
시간이란 계속 광야를 끊임없이 걷는 나그네 같은 어른스러운 멘트도 등장해서 형식이 무엇이든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쓰기'는 아이의 생각의 깊이를 넓고 깊게 해주겠구나 더 기대하게 되었다.
다시 일기쓰는 시간이 돌아왔을때 나는 아이의 쓰기 방법을 은율시집에 눈을 맞춰보기로 했다.
일단 어떤 내용을 완성시키려고 애쓰지말고 본인이 느꼈던 생각을 시처럼 귀엽고 가볍게 적어보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