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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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 아사이가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 같은 것 말이야. 남는다고 해도 몸뿐이야. 그것도 썩어서 머지않아 사라지지."

"죽으면 끝인 거지."-p73

'특수 청소'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오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던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추리소설을 읽으면서도 사건사고 현장, 그 후에는 모든게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그 소재로 만들어진 소설이라니 호기심이 생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억지로 슬픈 척이라도 하면 진짜 슬퍼질까요? -p.23

아사이가 할머니에 대해 말할때 나는 나를 내내 예뻐해주시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의 기분이 생각 나 많이 씁쓸해졌다.

죽음이라는 것은 닥치면 무조건 슬플 것 같았는데 막상 아주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도 슬프지 않다니 죽음이라는 건 과연 무엇일까 한참을 혼란스러워 했던 것 같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사이 와타루는 꽃병花甁이라는 가게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똑같이 상복을 입었다는 공통점으로 대화가 시작됐고 이후 얼떨결에 남자의 일을 돕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이였다.

이야기는 데드모닝의 사장 사사가와 케이스케, 직원 모치즈키, 폐기물을 처리하는 가에데, 그리고 꽃병의 주인 에츠코가 인연이 되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책 속 디섯가지 에피소드는 특수 청소 일과 관련된 다섯가지로 등장한다. 홀로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죽어간 사람과 죽는 순간까지 남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최소한의 피해를 계획하고 자살한 사람, 함께 사는 형제에게도 외면 당한 죽음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아사이와 사사가와는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처리 해간다. 이것은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고 그들이 하는 일이 이것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챕터에서는 죽은 애인을 잊지못해 일년동안 그의 물건을 처리하지 못하다가 힘든 결심을 하고 짐정리를 부탁한 사연이 등장한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다투고 난 직후에 닥친 불행이라 더 마음이 아팠던 그녀는 아사이의 덤덤한 위로와 짐정리를 통한 애인의 진심을 알게 된다.

'흙 묻는 등산화' 에피소드에서는 서둘러 죽은 이의 모든 것을 처리하고 싶은 사람이 등장한다. 죽은 이의 물건을 무엇하나 가지고 있다면 그 죽음이 현실처럼 느껴져 더 힘들어질것이라는 사람도 있고, 죽은 사람의 물건을 다 처리해 버리면 그 사람에 대한 추억도 사라질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어떠한 삶도 죽음도 똑같을 순 없듯이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도 다 같을순 없는 것이다.

마지막 챕터는 어떠한 이유였는지는 몰라도 아이를 죽인 후 자살한 엄마가 살던 집이 등장한다. 이렇게 사연으로만 봐도 가슴이 아픈데 그곳을 청소하거나 다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부엌에는 죽기 전 아이에게 먹였을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남아있다. 앞으로 닥칠 일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걸 먹고 있었을 아이와 그걸 먹인 엄마의 심정이라니 감히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 에피소드에서 사사가와와 에츠코의 숨은 사연이 등장한다. 오래 살다보면 가슴 아픈 사연 하나쯤은 누구나 가슴에 담게 되지만 자식을 먼저 앞세운 슬픔 앞에서는 비교할 것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저는 특수 청소를 하면 누군가가 남긴 흔적을 완벽하게 지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니네요."

"남은 흔적은 지울 수 있죠. 하지만 누군가 살았던 나날은 지울 수 없어요."-p.332

쓰레기가 될 물건을 치우는 일이라도 그들은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곳에 삶이 존재했다는 것을.

특수청소 전문회사도 데드모닝이 아닌 굿모닝으로 재탄생했듯 부디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굿모닝이 되는 아침이 찾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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