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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손님 - 오쿠라 데루코 단편선
오쿠라 데루코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야의 손님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일본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지만 고전추리소설쪽에는 솔직히 취미가 없었다. 당시의 그 나라 시대상황도 잘 그려지지 않고 몇 번 접해보다 매번 실패한 경험 때문에 그 좋아하는 미야베 미유키 작품 중 에도시대 책들은 몇 권 건너뛰기도 했다.
더군다나 나오쿠라 데루코 라는 이름은 너무 낯설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의 저자 나쓰메 소세키의 제자 라는 타이틀을 갖은 일본 최초 여류 탐정소설가라니 추리소설 좀 읽었던 사람이라면 나처럼 관심이 생기지 않을수가 없을것이다.
'심야의 손님'에는 그녀의 소설이 단편으로 일곱 편 들어있었다.
<영혼의 천식>편에는 후지와라 후작의 외아들인 기미타카의 실종 사건과 관련된 비밀에 관한 내용이였다.
그것은 가문의 결혼반대에도 불구하고 스물네 살에 후지와라 집안에 시집 와 기미타카를 낳았으나 유일한 희망이였던 아들은 행방불명되고 그게 마음의 병이 되어 병상에 누워있다가 허망하게 죽은 부인의 고백으로 밝혀진다.
추리소설을 좋아한 탓인지 종종 철부지같은 아이의 행동을 두고 끔찍한 상상을 해보는 나에게 정말 충격적인 스토리였는데 내가 부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서 한번 더 소름 돋았다.
일곱편 중 내가 가장 재미있던 것은 <요물의 그림자>편이였다. 사촌 S부인은 암호를 건네주며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신신당부한다. 그런데 결말을 읽어보면 결국 암호를 빼앗기게 되는데 그 과정이 허무하면서도 참 기가 막힌다.
으스스하게 무섭다거나 충격적인 반전은 아니다. 헌데 기존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른 전개와 다른 공포라 재미가 있다.
<마성의 여자>편은 기분나쁜 공포를 선사한다.
지금 바람을 피우고 있는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 돋아 한다.
처음에는 그녀의 '제7감의 신비' 덕분에 출세도 수월했고 위험도 피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그 신비는 수행을 통해 점점 힘이 강해졌고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도 모두 알고 있으면서 어짜피 너는 내것이라는 여유를 부리는 것에 질색한다.
그리고 헤어지면 죽겠다는, 죽어서는 자신의 영혼을 남편의 몸에 합쳐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저주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단편 소설은 기존에 팬이였던 사람도 마음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작가의 글은 30년대에 쓰였다는 느낌을 져버릴만큼 시간을 초월해 확 다가온다. 기존의 추리소설의 틀 같은게 없는 자유로운 방식의 소재와 전개는 내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