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가게 4 - 수수께끼를 풀어 드립니다 십 년 가게 4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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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가게 ➍ 수수께끼를 풀어 드립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가끔 옛날 노래를 듣다보면 그때 내가 좋아하던 가수의 CD나 친구들과 나누던 편지, 곱게 접은 종이학들 같은건 다 어디로 사라졌나 행방이 궁금해질때가 있다. 어쩌면 구석진 창고 박스들 사이에 몇 개정도 남아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시절 그대로 누군가 보관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때도 있다. 마법의 십 년 가게처럼 말이다.

물론 내 수명을 대가로 해야한다는건 여전히 수긍 할 수 없지만.

남자는 자신이 아끼는 포도주를 잃는게 아쉬워 십 년 가게를 찾는다. 그리고 계약이 끝난 후 원상태 그대로 자신에게 다시 돌아 온 포도주를 보며 이걸 사업으로 이용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하지만 욕심이 많았던 탓인걸까. 새로운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죽고 만다. 그리고 등돌린 가족도 그의 물건을 찾지 않는다. 남자가 그렇게 아끼고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던 물건이라는 게 결국엔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십 년 가게는 손님의 물건을 맡아서 소중하게 보관하는 가게라고 한다. 그 대가는 손님의 시간이다. p.46

왜 수명일까? 수명을 조건으로 하는 이유는 책을 읽다보면 나온다. 알고보니 십 년 가게 마스터는 그 물건이 내 생명을 단축 시켜도 좋을만큼 그렇게 물건 주인에게 소중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때문에 물건의 값어치는 시중 가격이 아닌 그 물건의 소유자가 얼마나 아끼고 있느냐가 된다.

유라 씨를 위해서 코보는 자신의 수명을 2년이나 주고 어렵게 십 년 가게에서 포도주를 구해 오지만 지병으로 수명이 일년 남짓 남은 유라 씨는 그것이 말도 안되는 계약이라 생각하고 물건을 반품하자며 십 년 가게를 찾아 나선다.

당장 죽음과 대면하고 있지 않다면 다 늙은 후에 수명따위 조금 줄어도 어떠랴. 코보씨처럼 그렇게 생각 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몇년 남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면, 아프다면, 곧 죽는다면 남은 삶이 얼마나 간절해지겠는가.

꼭 수명이 아니여도 그렇다. 아무리 귀중한 것이라도 늘 상 갖고 있을때는 그 값어치를 잘 알지 못한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있을때라던지, 집에서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는 가족이랄지.

'지금 시간을 소중히 보내자. 추억을 많이 만들자.' p.68

물건을 보관해주는 십 년 가게가 있다면 각종 물건을 봉인하고 또 풀려나게 하는 봉인가게도 있다.

기억을 잃은 시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쇠에 봉인된 기억을 풀기 위해 봉인가게의 포를 만난다. 무언가를 봉인할 때는 그 대가로 손님이 봉인한 것 이외의 다른 것을 풀고 반대로 봉인을 풀때는 대가로 손님의 다른것을 봉인한다. 기억을 얻는 대신 무언가를 잃는 것이다.

시프의 잃어버린 기억속에는 수집품에 집착하는 삼촌이 있다. 지나친 욕심으로 남에게 못할짓까지 해가며 진귀한 장난감을 얻기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삼촌.

하지만 그 끝이 보이자 삼촌은 자신의 손으로 놔주지 못하는 물건들을 시프의 손으로 풀어달라는 유언을 미리 남긴다.

물건에 대한 집착은 사람을 이렇게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 역시 모든 것에 집착하던 시기가 있었다. 수업시간 친구들과 돌려읽던 작은 쪽지 한 장도 버리지 못하고 모두 떠안고 살다가 세월이 많이 흘러서야 손을 놓아 줄 수 있었다. 내가 더 이상 그것을 찾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물건은 나를 행복하게도 하지만 너무 과한 집착과 욕심은 나를 상하게 한다.

십 년 가게는 아이들이 보는 판타지 책이라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읽어도 이렇게 재미나다.

어느 날 길에서 뿌연 연기와 함께 낯선 가게문을 발견한다면,

차를 내오는 고양이 집사와 십 년 가게 마스터를 보게 된다면,

어떤 물건을 맡기고 싶니? 이런 재미난 상상으로 아이와 함께 행복한 책읽기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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