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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나무 아래 - 시체가 묻혀 있다
가지이 모토지로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4월
평점 :
벚꽃나무 아래 - 시체가 묻혀 있다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폐병'하면 나는 시인 이상이 저절로 떠오른다. 정말 꽃처럼 예뻤을 나이에 폐병으로 인한 각혈과 지속적인 자살충동으로 평생을 죽음의 고통속에서 살았던 그의 일대기를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벚꽃나무 아래' 속 '태평스로운 환자'편의 요시다는 지금 그처럼 폐가 아프다. 독감 정도겠거니 생각했던 병은 꽤 오래 그를 힘들게 했고 결국 고향집에 몸져 누워 옴짝달싹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 후 쉽게 잠들지 못하게 만든다.
'기분 좋게 잘 수 있었으면.....'
사람이 잠을 못잔다는 것 - 특히 몸에 든 병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나도 언젠가 원인 모를 마른 기침에 며칠 밤을 앓고나니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숨이 들여마셔지는 일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귀한 일인지 깨달았던 적이 있었더랬다. 때문에 주인공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그런데 쉬이 잠들지 못하는 그의 앞에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의 횡포에 대한 이야기나 주변 사람들이 그의 폐병을 두고 여러 말이 오가는 장면, 폐결핵으로 죽은 인간의 백분율이나 계산하고 있는 마음 등이 이렇게 구체적이고 사실감이 있을까! 이런 내용은 쉽게 나올수 없다! 분명 경험담일것이라! 예상했는데 알고보니 정말로 작가가 31세에 병으로 요절한 사람이라 놀랐다.
때문에 그의 이야기는 타소설들이 주는 공포심과는 사뭇 다른 공포와 시선을 선사한다.
책 안에는 총 열 두편의 단편이 들어있었다. 이야기의 상황은 각각 달랐지만 우울한 기운을 뿜어내는 큰 줄기는 어디서든 마주 할 수 있었다.
특히 책의 제목과 같은 '벚꽃나무 아래' 편은 조금 다른 느낌의 기발함을 느꼈는데, 누구도 따뜻한 봄날에 흩날리는 핑크빛 벚꽃을 바라보며 떠올리지 못할 내용을 이야기하며 나를 헛웃음 나게 만들었다.
저 흐드러지게 만발한 벚꽃나무 아래 한두 구의 시체가 묻혀 있다고 너도 한번 상상해봐. 그러면 무엇이 그렇게 나를 불안하게 했는지 수긍할 테니까.
오히려 전에는 불안하고 그 이유를 몰라 더욱 우울했던 그의 마음이 벚꽃나무 뿌리가 시체를 껴안고 액체를 빨아들임으로서 핑크빛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이 신비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말하는 주인공. 게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상대에게 표정이 왜 그러냐며 태연하게 묻기까지 하다니.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그의 머릿속을 샅샅이 들여다 보고 싶은 심정이다.
'애무' 편에서는 다시 고양이가 등장하는데 실컨 고양이 발에 대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자신은 아기고양이 발을 잡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낸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은 한껏 불편하게 만들고 자신은 두 다리를 쭉 뻗어놓고 여유를 부리는 느낌이 드는건 정말 기분탓인지 모르겠다.
'게이키치' 편도 분량은 짧지만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버지의 첩이 낳은 이복형제 소노스케를 늘 무시하던 게이키치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그를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려 한다. 재미있는 점은 협박 당하는 사람은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듯 한데, 케이키치는 협박 연기를 하는 있는 자신의 모습에 꽤 만족스러워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였다.
천재 작가라는 타이틀이 왜 붙었는가 하는 질문에 나는 남들과는 다른 상상력과 시선이라 답하겠다.
그것이 자신의 지병 때문인지 당시의 시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형적인 공포 소설에 심취했던 나를 색다른 이야기로 안내해주는 기분이 드는 소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