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삼킨 소년 - 제10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4
부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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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리를 삼킨 소년 . 무연정 장편소설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예전에 애가 다니던 학교에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아이가 있었더랬다. 그 엄마의 말에 의하면 집에서는 노래도 잘하고 말도 잘한다는데 어째서인지 밖으로만 나오면 입을 다물고 만다.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질병이라는걸 나는 그때 처음 알게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점진적인 발전보단 외상과 관련있는 경우가 있단다.

소설의 주인공 태의의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태의도 말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고 있다. 그 기간이 무려 다섯 살때부터 10년이 넘어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 이어왔는데 자신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태의에게는 조금 독특한 면도 있다.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는걸 좋아하고 모든 일을 같은 시간에 하는것을 좋아한다.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정확한 양의 아침을 먹고 정해놓은 시간대로 수업을 들으며 움직인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누구나 그러하지만 새학기 같은 변화에는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살짝 나오며 태의의 상황을 설명한다.

그런데, 사건은 어느 날 태의가 누군가 둘이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시작된다. 철제구조물 난간에 반쯤 몸을 걸쳐있는 여자와 그 여자를 아래로 밀어놓는 남자의 모습을 홀로 목격하게 된 것이다.

빨리 도망쳐야했다. 하지만 남자는 태의가 사건을 목격한 것을 눈치챘고 목을 움켜쥐려고 까지 한다. 태의는 목에 걸고 있던 쌍안경을 벗어 세게 휘두르며 위기를 벗어 났지만 문제는 던져버린 자신의 쌍안경에 떡하니 이태의라는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였다.


그러니까 나는 남자가 여자를 살해하는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어쩌지?


소리를 삼킨 소년은 제 10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예전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재미있게 보고 아이에게 권했을때 앞부분에 '자살'이 언급되는 부분이 있어서 아이는 읽기 싫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살인사건' 내용이 있어서 읽지 않을것같아 아쉽다. 여자가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은 분명 있지만 사실 중요 내용은 주인공 소년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있기에 아이가 조금 자란 후에 다시 권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태의는 기사를 검색해보다가 여자는 살인이 아닌 사고사로 처리된 것을 알고 범인은 이제 잡히지 않을것이라 생각하며 좌절한다. 하지만 우연히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던 노숙자 할아버지가 예전에는 형사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할아버지께 배운 내용을 토대로 나름 하나씩 추리와 단서를 노트에 적으면서 범인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그냥 보기만 하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다르다. p.79


노숙자 할아버지에게 날카로운 관찰력을 기르는 방법등을 알아가고 아빠가 친한 카페 사장님께 나던 향수 냄새로 범인의 향수를 알아내며 범인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태의.

이런 추리적인 요소는 이야기에 재미를 더해간다.

마지막에 태의는 오히려 범인에게 덜미를 잡히게 되고 그제야 자신의 모든 추리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 태의의 어릴 적 트라우마. 아동학대가 큰 이슈가 되는 요즘이라 남일 같지 않은 부분이였다.


아빠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화가 나거나 슬픈 게 아니라 두려워하고 있었다. p.205


하지만 태의에게 아빠가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왜 진작 노트의 내용을 적어서 아빠에게 바로 말하지 않는걸까. 태의를 알뜰살뜰 돌봐주는 자상한 아빠라면 태의의 말을 잘 들어주셨을텐데 ^^

그래도 그 노트 덕분에 태의도 살고 범인도 잡히고 아빠의 사랑도 다시 확인하며 이야기는 따뜻하게 마무리 된다.


중학생정도 되면 자신이 잘 하는것과 못하는 것을 이미 알고 한계를 정해 버리곤 한다. 나 역시 그즈음에 내 머리가 이정도거니 하고 포기해 버린 것도 많다. 하지만 내 아이들을 지켜보며 확실히 알게된 것은 그 크기가 어쨌든 노력한만큼 나아지는 방향이 있다는 것이다. 태의가 열심히 관찰력을 펼쳐가며 추리 노트를 적어갔지만 사실 모든 추리가 맞는건 아니였다. 하지만 어쨌든 노트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것처럼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나중에는 큰 의미가 될수도 있다는 말이다. 흥미로운 요소도 있고 훈훈한 내용도 있는 재미난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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