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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감상과 의견을 담아 적은 내용입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추리,공포,스릴러물을 참 좋아해서 그런쪽의 책을 자주 찾아 읽는다. 만약 누군가 가장 무서운게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사람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 괴물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가 - 이것은 나도 포함 - 가장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다. 헌데 이번에 읽게 된 피버 드림은 그간 읽었던 소설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공포 그 자체였다.
이건 정상이 아니야. 다비드. 칠흑 같은 어둠만 있고 너는 내 귀에 대고 소곤거리고 있잖니. 나는 이게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조차 모르겠어. -p46
남편은 도시에 두고 딸과 함께 휴양차 떠나온 시골에서 아만다는 지금 영문모를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 귓가에 들려오는 다비드라는 소년과 귓속말로 대화중인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아만다는 자신이 왜 이곳에 와 있는지, 어여쁜 딸 니나는 어디로 사라진건지 생각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다비드라는 이 소년은 계속해서 자신의 어머니 카를라와 있었던 이야기를 하라며 제촉한다.
벌레가 생기는 정확한 순간을 찾아내야 해요. -p12
도대체 벌레가 무엇인가, 나는 솔직히 책을 끝낼때까지 벌레의 정체를 알수가 없었다. 벌레는 과연 무엇인걸까. 그러다 책 소개를 읽어보고 난 후에야 벌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카를라네 말이 죽은 이유, 다비드가 변한 이유, 점박이 소녀의 모습, 한쪽 다리가 없던 개의 모습.
그리고 아만다가 지금 죽어가는 이유. 이것은 모두 벌레가 원인이였던 것이였다.
처음에는 아들 다비드가 어느 날의 사건을 중심으로 변한것같다며 의심을 하고 아만다의 딸을 유심히 지켜 보는 듯한 카를라의 모습을 보며 아동 학대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책장을 아무리 넘겨봐도 도대체 어떤 주제인것인지 상상 되지 않던 것이 한가운데 '환경문제'라는 화두를 놓아보니 모든 것이 설명되었던 것이다.
그렇다. 다비드가 찾던 벌레는 바로 환경오염이 된 무엇이다.
그제야 다비드는 이야기를 하라며 내내 제촉 해놓고 왜 가장 중요해 보이는 이야기에선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다그치고 있는지 수긍이 되었다. 다비드는 죽어가는 아만다가 숨이 멈추기전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든것인지 원인을 찾아 내려고 한 것이였다.
몸속에 있는 거예요. 하지만 거의 감지할 수가 없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p.68
책을 다시 읽어보니 내용에서 그것에 관한 힌트를 계속 던져주고 있었다. 눈치를 채지 못한건 나일뿐.
책의 마지막에 아만다의 남편과 다비드의 남편이 마주하며 나누는 대화가 참 인상적이다.
자신의 아내와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묻는 아만다의 남편에게 자신의 아내도 왜 떠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다비드의 남편은 화를낸다.
사람들은 아직 모르고 있던 것이다. 무엇이 원인인지.
아무것도 모른채 책을 읽으며 답답해했던 나처럼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지금 우리가 놓인 상황이 어떤 것인지 떠올리게 만든다. 참 똑똑한 소설이다.
매일같이 북극곰의 보금자리가 없어진다는 광고를 보면서도, 대지진과 미세먼지, 물이 부족하다는, 바닷물이 오염되었다는 수많은 재앙기사들을 보면서도 왜 세계에 이런 바이러스가 생겨났는지 정말 모르느냐며 누군가 비웃는 모습이 보이는듯 해서 뒤늦게 소름끼치는 소설이였다.
p.s 이 책은 나처럼 아무것도 이해못한 상태에서 봐야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