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이지혜 지음 / 파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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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습관처럼 창을 열고 입안 가득 들어오는 미세먼지 느낌에 깜짝 놀랐었다. 하늘은 저렇게 높고 맑은데 현실은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천지라니 정말 올해는 자연에서 계절을 맞이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깝고 슬픈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피아노에 푹 빠진 아이 덕분에 아침마다 즐거운 귀호강을 하고 있는데, 좋은 곡을 권해보고 싶은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소소한 일상이 모여 절기를 이루고 계절이 순환하는 동안 인생은 무르익어 간다. 예술가들이 계절과 교감하고 영감을 받았듯이, 우리 모두는 오감을 활짝 열어 그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클래식 해설가 이지혜와 떠나는 클래식 인문 여행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은 계절에 걸맞는 클래식 곡을 소개하면서 흘러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나같은 사람을 달래주고 있다.

목차는 사계절을 구분해서 나와있는데 출판 시기를 고려했는지 시작은 가을이다. 

가을은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 좋은 계절이다. 첫 시작은 타레가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부끄럽게도 드라마 제목으로 알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연주하는 기타 독주곡이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두 사람이 연주하는 것 처럼 풍부한 음향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라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연주하던 음악이였다.

클래식 무식자인 내가 좋아하는 리스트 '사랑의 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연인 카롤리네를 위해 만든 곡이라고 하는데 결국 그 사랑은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더욱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다. 리스트의 아버지의 유언에 '여자를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더라 라는 말이 있을만큼 외모가 훌륭했다는 리스트의 이야기를 책에서 읽을 수 도 있었다. 

사실 클래식을 들을때는 몇몇 곡을 제외하고는 이것이 누구의 곡인지도 잘 모르고 들을때가 많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책을 읽으면서 곡을 접하다보니 왠지 그 곡에 대한 이해도가 생기는 기분이다. 

게다가 요즘은 이름만 누르면 노래를 들을수 있는 인터넷이 있어서 얼마나 편리한지! 음악을 찾아서 틀어놓고 책을 읽으니 역사적 인물이나 배경을 몰라도 내용이 더 재미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나처럼 클래식이 어린이 수준인 사람도 쉽게 이해되도록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탱고 명곡인 '아디오스 노니노'를 설명할때는 김연아가 훌륭한 피겨연기를 펼쳐보였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 음악이라 알려주고 쇼팽의 '녹턴'을 이야기할때는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국내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이야기를 해준다. 

쇼팽은 녹턴을 두고 피아노로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본래 녹턴이 노래에서 왔음을 설명하는 것이고 더 중요한 의미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노래 라는 뜻이다. 

저자가 단 한번 들었을뿐인데 가슴에 새겨졌다는 음악은 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이였다.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뚥고 나오는 바이올린의 독보적인 선율과 가슴을 에는 정서라고 한다. 누구나의 심연에 자리한 슬픔을 건드리는 서늘한 손길은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다.

이 글에 나도 찾아서 들어보곤 이제라도 아이를 피아노라 아니라 바이올린을 가르칠까 살짝 고민했다. 후후

또 새로 시작하는 날에는 모차르트와 함께 하면 좋다는 저자의 말에 디베르티멘토 D장조를 찾아 듣고는 한참 웃었더랬다. 이 곡은 아침마다 회사 로비에서 나오는 음악이였다. 

브람스의 음악을 좋아하는데 조금 이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는 대학축전 서곡도 찾아들었다. 

그냥 유투브에서 연속으로 나오는 연주를 틀어 놓을 때와는 달리 누군가의 친절한 설명을 읽고 음악을 듣는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는것 같다. 가끔씩 좋은 클래식 곡 하나 틀어두고 기분 전환을 하기도 했지만 이 음악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시대적 상황적 배경이 있었는지 알고 들으면 음악은 내게 더 가까이 온다. 

이 좋은 날, 스쳐가는 가을을 조금이라도 붙잡고 만끽하고 싶다면 클래식을 읽고 또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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