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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누구나 마음속에 기억에 남는 추억의 동화 한 편쯤 갖고 있을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한 권에 실린 꽤 두꺼웠던 명작동화를 참 좋아했었는데, 그 책을 읽을 시기에는 지금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없어서 그런지 가끔씩 그 책을 다시 찾아 읽으면 괜히 행복해질것만 같다.
어른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도 동화에 대한 감흥이 없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잘 만들어진 애니매이션 한 편에 마음을 쏙 빼앗기고 책이 있다는 사실에 찾아보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마당을 나온 암탉>였는데 이번에는 이 책의 작가님의 25년간 잠들어있던 동화를 만나보게 되었다.
<마음에 심는 꽃> 속 주인공 수현은 학생이 얼마 없고, 선생님도 둘 뿐인 초등학교 분교의 3학년이다.
"꽃을 키워 봐, 반을 나누어 줄 테니. 꽃받을 잘 가꾼 사람에게 삼촌이 상을 줄거야."
그렇게 말하던 삼촌도 도시의 공장으로 떠나고 얼마 후 미정마저 떠나버린 인동집 꽃밭에 수현은 한동안 가지 못하다가 혼자 꽃밭을 돌보는데 어느 날 인동집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오게된다.
그리고 이사 온 가족이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동집 꽃밭을 망쳐버렸다 생각해서 가족을 미워했다가 다시 엄마가 보내준 토마토를 받을땐 귀한 것을 주었다는 대답을 하는걸 보니 생각보단 고약한 사람이 아니겠구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족의 남자 아이 민우와 별로 좋지 못한 인상이였지만 나중엔 친하게 되는데 언젠가 본 시골 배경의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났다.
책은 금방이라고 느낄만큼 분량이 많지 않지만 틈틈이 그려진 수채화 일러스트 속으로 자꾸 눈이 가서 금방 읽혀지지 않는다. 특히 학교의 전경이 그려진 페이지와 인동집 대문 앞에서 고개를 쏙 내밀며 안을 바라보는 수현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현이 바라보는 꽃밭은 아마 그 시절 그 상황에서 아이가 가장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아니였을까 하고 생각했다. 놀이터이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공간.
요즘 아이들은 많은 장난감과 책들 속에도 무료해하고 시시각각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 인터넷 매체를 들여다 보느라 소중한 하루 하루를 보내버린다.
예쁘게 핀 꽃 하나에도 웃을 수 있다는걸, 요즘 아이들은 알기는 알까.
아마 이 책을 읽고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소나기 속 소녀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지만 민우는 다시 건강해져 수현이의 꽃밭을 찾아올거라 믿는다. 순수함을 기억하고 다시 마주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해본다.